식품의약품안전처는 8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제품에 사용된 전체 성분을 (생리대에) 표시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전체 성분(전성분) 표시제도는 생리대에만 국한돼서는 안된다. 비료의 양분도 전성분을 모두 표기해 농민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바가지를 쓰고 농사까지 망치는 억울한 농민이 줄어든다.



정보가 부족해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가 비료다. 효과가 크고 좋은 양분이 많은 비료는 비싸게, 양분이 적고 효과가 낮은 비료는 싸게 판매하는 게 공정한 거래다. 그러나 맹물 같은 비료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는 농과대학을 졸업해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복잡한 비료의 양분표시 방법과 비료성분을 모두 표기하지 못하는 비료 포장지 표시제도 때문이다. 그래서 비료 포장을 봐도 뭐가 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시·군청에서 비료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 것이다. 농촌진흥청과 농업기술센터의 연구직·지도직 공무원도 안다고 보장할 수가 없다. 농협의 비료 담당 직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실제 성분이 어떻든 제품효과만 그럴듯하게 과장하고 높은 가격을 써놓으면 농민은 좋은 비료인 줄 알고 바가지를 쓰면서 사게 된다.



초등학교만 나와도 설탕과 설탕물의 계산원리를 안다. 설탕 10㎏의 가격이 만원이라면 설탕 1g당 1원이다. 1!짜리 병에 설탕 100g을 넣고 물로 채우면 농도 10%의 설탕물이 된다. 따라서 병에 든 설탕물의 가격은 설탕 원료가격 100원에 물·병 등 제조원가, 이익을 합쳐서 500~600원 정도 받는 것이 공정한 거래다. 그러나 이런 셈법이 통하지 않는 것이 비료시장이다.



종류가 가장 많은 비료가 500℉의 병에 붕소 0.05%, 몰리브덴 0.0005%가 들어 있는 미량요소 비료다. 한병에 든 실제 함량은 붕소 0.25g, 몰리브덴 0.0025g에 불과하다. 붕소 1g의 가격이 10원도 되지 않으니, 이 비료 원가는 10~20원 미만이다. 이 맹물 같은 미량요소 비료가 시중에서는 2만~3만원에 판매된다. 100배가 아니라 1000배·2000배가 넘는 바가지 장사다.



이와 같은 바가지 상거래가 이뤄지는 이유는 비정상적인 비료 표시제도 때문이다. 전문가도 머리를 쓰고 계산해야 어떤 양분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알 수 있다. 농민은 내용을 모르니 제품 홍보만 믿고 바가지를 쓰며 사서 쓸 수밖에 없다. 농협 비료 담당자 역시 잘 모르니 비료판매를 지도할 방법이 없다. 그러니 원가 10원짜리 비료가 몇만원짜리 만병통치 기능성 신약으로 둔갑해 비료시장을 지배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다. 모두 쉽게 알아볼 수 없게 한 표시제도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전성분 표시제도밖에 없다. 전성분 표시제도는 좋은 비료를 생산하는 회사는 누구나 원하는 제도다. 남해화학 등 무기질비료회사에서는 비료포장지에 성분 비율과 실제 함량을 같이 표기하기 시작했다. 기능성 비료 생산회사도 모든 성분을 표기하기를 원한다.



비료 포장지에는 작물생육과 관련된 모든 성분을 자세히 표시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장과 전남도지사를 지내면서 농업·농민을 중히 여겨왔다. 농민에게 이런 억울함이 있다는 것과 전성분 표시제도가 생리대뿐만 아니라 비료에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현해남 (제주대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

 

<2017년 10월 27일자 농민신문 기사내용 인용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