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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후반 자연재해 발생과 함께 북한의 농업생산은 최악을 기록했다. 북한 주민들은 기아와 위기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극도로 폐쇄돼 있던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이 외부 세계에 비로소 알려졌다. 스스로 ‘고난의 행군’이라 명명한 심각한 식량난 시기를 겪은 후, 북한은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 농업생산을 증대시키기 위해 새로운 농정시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북한 농정의 목표는 식량의 증산, 농업기반의 확충, 초식가축의 도입 확대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농업생산성 현저히 떨어져
그럼에도 북한의 농업생산은 획기적으로 증대되지 않았다. 지금도 농업생산은 그들이 가진 잠재생산능력을 훨씬 밑도는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식량부족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근본적 이유를 자본의 부족에서 찾는다. 농업기반시설은 충분히 확충되지 않고 있으며, 생산과정에 투입되어야 할 농자재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이 공급부족을 호소하는 농자재는 비료, 종자, 비닐, 에너지, 농기계와 부품, 농약 등이다. 이중에서 특히 큰 문제는 무기질비료 부족이라 할 수 있다. 비료 부족은 농업생산 향상에 가장 큰 장애요인이다. 농업위기 이전인 1980년대 북한의 정보당 비료 사용량은 350kg(성분 기준)에 달할 정도로 무기질비료를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그 사용량을 충족시킬 수 있을 만큼 북한 내 비료의 생산과 공급이 충분했고, 식량 생산도 ‘800만 톤 고지’를 달성했다고 발표할 만큼 농업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
북한은 경제개발 초기부터 중화학공업을 육성하여 ‘흥남비료연합기업소’ 등 전국 14개 공장에서 연간 370만 톤(실중량 기준)의 비료를 생산하는 설비를 갖추었다. 그러나 1990년대 장기 경제침체 이래 비료 생산량은 크게 감소했다. 1998년 유엔개발계획(UNDP)의 발표에 따르면 무기질비료는 성분량으로 12만4000톤(실중량 30만 톤 추정)만 공급되었는데, 이는 연간 총 소요량의 21%에 불과한 양이다. 더욱이 국내 생산분은 4만7000톤으로 공급량의 38%, 총 소요량의 8%에 불과할 만큼 미미했다.
식량부족현상 여전히 심각
2000년대에 들어 남한의 무기질비료 지원으로 북한의 비료 공급사정은 비교적 좋아지고 식량생산량도 증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7년 이후부터 한반도 정세의 경색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이 격감했으며, 무기질비료의 지원도 중단되었다. 북한은 부족해진 무기질비료를 유기질비료 공급으로 보충하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복합미생물비료, 흙보산비료 등 유기질비료 생산을 국가적 과업으로 독려하고 있으며, 도시의 인분을 동원해 농촌에 공급하는 데에도 많은 힘을 쏟고 있다.
한편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에 의하면, 북한이 무기질비료의 수입도 크게 늘려 최근 2년 동안은 연간 25만 톤(성분)의 무기질 비료를 농촌에 공급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북한 총 소요량의 40%에 달하는 양이지만 북한은 비료의 절대적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비료 공급 증가와 함께 농업생산이 증가하고는 있으나, 1980년대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인데다 식량부족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무기질비료 공급확대 절실
현 상황에서 북한의 농업생산을 증대시키고 식량난을 완화시키는 방안은 무기질비료의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북한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북한은 국내 비료생산기반을 단기간에 회복시킬 수 없고, 비료의 상업적 수입을 크게 늘릴 여력도 없기 때문이다. 농업용 비료 공급이 북한의 식량생산 증대와 식량난 완화에 한 몫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런 만큼 향후 펼쳐질 ‘남북한 신뢰회복 프로세스’와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에서 무기질비료 지원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끝>
김영훈/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2013년 3월 25일 한국농어민신문 기사내용 인용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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