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질비료 바로알기] ⑥비료 사용의 과학적 접근은 ‘흙토람’
 
친환경적 토양관리 지침서
 
병해충 방제는 약제별 효과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효과가 낮은 약제는 경쟁력이 떨어져서 시장에서 도태된다. 반면에 비료는 눈으로 효과 차이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무기질비료는 물에 녹고 유기질비료는 미생물에 분해되어 토양과 반응한 후에야 식물에 서서히 흡수되기 때문이다. 나무에 과량으로 흡수되었을 때는 수관 내에 식물양분을 보관하기도 한다. 그래서 눈으로 비료의 효과 차이를 파악하기가 어렵고 어느 비료가 좋은 비료인지 구별하기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 토양의 건강진단서

병해충 방제는 비전문가가 전문가 흉내를 냈다가는 금방 들키고 만다. 반면에 비료는 비전문가가 비과학적인 내용을 말만 잘 꾸며서 설명하면 마치 전문가처럼 보이기도 한다. 비료 장사꾼이 더 전문가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비료도 전문가인지 비전문가인지 알려면 ‘흙토람’을 이용하여 토양을 설명하고 과학적으로 비료를 처방할 수 있는 지를 보면 안다. ‘흙토람’이 우리나라 모든 토양의 건강진단서이기 때문이다.

 

50년간 조사 결과 고스란히

‘흙토람’은 농촌진흥청이 오랜 기간의 조사 결과로 얻어진 결실이다. 세계에서 유일한 토양정보시스템이기도 하다. 컴퓨터(http://soil.rda.go.kr)뿐만 아니라 스마트폰(http://soil.rda.go.kr/m)으로도 볼 수 있다. 지난 50년간의 토양 조사결과에 대한 모든 정보가 ‘이 손 안에 있소이다’이다. 따라서 ‘흙토람’의 정보를 이용하여 토양을 관리하고 비료를 사용하는 것이 과학적이고 친환경적인 영농이다. ‘흙토람’을 모르고 비료를 사용하는 것은 마치 병원에서 진찰 받지 않고 아무 약이나 처방하는 것과 같다.

‘흙토람’의 근간이 된 토양조사사업은 일제강점기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1937년 중·일 전쟁과 1941년 태평양전쟁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만 조사되었고 본격적인 토양조사는 UNDP(국제연합개발계획)에 따라 농촌진흥청이 중심이 되어 1964년부터 5년간 진행되었다. 조사결과는 1/25,000 도면으로 나타냈고, 전국의 토양종류를 378개로 분류했다. 생산성이 높은 논과 낮은 논도 분류했다. 그 이후 농토배양사업, 밭 토양 세부정밀조사를 거쳐서 세부 정밀 토양도를 완성하고 올해 초까지 무려 900만 점이 넘는 토양을 분석했다.

이와 같은 토양조사를 근거로 1990년 이전에는 식량작물에 대한 비료사용량 추천식을 개발했다. 이어서 1999년까지 원예작물에 대한 비료사용량 추천식을 개발했고, 더 발전시켜서 작년에 112개 작물에 대해 흙토람 비료 사용처방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흙토람’은 몇 개의 메뉴로 나뉘어져 있다. 「토양과 농업환경」과 「흙사랑」 메뉴에서는 농업인에게 일반적인 토양정보를 제공한다. 전문가를 위한 「토양환경정보」 메뉴에서는 작물재배적지, 농경지 화학적 특성, 토양특성을 알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전국의 농경지 통계도 알 수 있다.

농업인 누구나 관심을 갖고 있는 비료사용량은 「비료사용처방」 메뉴에 있다. 농경지 지번만 선택하면 토양관리와 비료사용에 필요한 토양 pH, 유기물, 인산, 칼륨, 칼슘, 마그네슘, 전기전도도에 대한 조사결과와 배수등급, 토양적성 등급에 대한 정보와 토양분류, 깊이, 물리성 등 모든 정보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

 

관련정보 활용, 비료 사용을

따라서 토양을 과학적이고 친환경적으로 관리하는 바른길은 ‘흙토람’ 정보를 이용하여 비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아무리 친환경이고 유기농업이라고 하더라도 ‘흙토람’의 토양정보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비과학적이고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주먹구구식 농업이다. 무기질비료를 사용하더라도 ‘흙토람’의 자료를 충분하게 이용하여 비료를 사용한다면 과학적이고 환경에 피해를 적게 주는 농업이다. ‘흙토람’이 친환경적이고 과학적인 토양관리로 이끄는 지침서이기 때문이다.


현해남/제주대 교수
 
※ 한국농어민신문 2014년 6월 2일자 기고글 인용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