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③비료사용은 우리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가?

농가 올바른 비료사용 필수

농지별 비료사용처방서 이용

생산성 향상·경영비 절감 효과



1980년대까지 농업의 목표는 늘어나는 인구를 부양하기 위한 고투입 지속가능한 농업을 지향했으나, 1992년 리우환경회의 이후 환경자원의 보전을 위해 저투입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전환하게 됐다. 우리나라에도 1997년 12월 친환경농업육성법이 제정됐고 이후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로 개정됐다. 친환경 농업이란 합성농약, 화학비료 및 항생제, 항균제 등 화학자재를 사용하지 않거나 그 사용을 최소화하고 농업·축산업 부산물의 재활용 등을 통해 생태계와 환경을 유지·보전하면서 안전한 농산물·축산물을 생산하는 산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무기질 비료와 유기질비료 간 농경지에서의 물질순환은 별 차이는 없다. 또한 친환경성은 농자재의 제조단계는 농경지에서 사용단계, 폐기단계는 물론 농작물의 생산효율에 따른 탄소성적으로 평가돼야 한다. 농경지에서 비료를 사용하면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한편 농작물 생산성에 영향을 주고, 양분이 과다하거나 결핍하게 하는 등 서로 상반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화학비료 사용량 감축이 친환경농업의 목표가 됐고, 비료보조금 철폐로 인해 비료사용량은 대폭 감소됐다. 비료는 적당량이 사용돼야지, 사용하지 않으면 북한처럼 식량난에 허덕이게 된다. 농업의 기본임무는 국민들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면서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것이므로, 올바른 비료 사용으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국립농업과학원 동일비료장기연용 시험포장에서 2005~2014년까지 얻은 성적에 의하면, 표준량의 비료를 사용하면 쌀 수량은 5.1톤/ha으로 무비료구 대비 1.85배의 수량을 얻었다. 이를 2014년 연간 쌀 소비량 65.1kg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비료를 주지 않고 벼를 재배하면, 논 1ha는 연간 42.2명의 인구를 부양하지만, 표준량의 비료를 주면 연간 ha당 78.1명의 인구를 부양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5년 4월 기준 우리나라 인구 5139만5000명에게 필요한 쌀 생산면적을 산정해 보자. 비료를 주지 않는다면 121만8000ha의 논이 필요하지만, 표준량의 비료를 주고 농사를 짓는다면 65만8000ha의 논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국토면적도 좁고 농경지 면적비율도 낮은 우리나라 실정에서 비료는 지속가능한 식량안보 강화에 꼭 필요한 농자재임을 알 수 있다.



농촌진흥청 흙토람의(soil.rda.go.kr) 토양검정 DB는 간편한 친환경 비료의 사용지침이다. 농업인들은 재배하고자 하는 작물을 선정하고 농업기술센터에 토양검정을 의뢰하면 농지별로 비료사용처방서를 얻을 수 있다. 농업인들이 비료사용처방서를 이용하면 작물 생산성 유지, 환경보전, 경영비 절감 그리고 농산물 인증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2014년 한 해 동안 15만6000건의 토양검정 결과가 친환경 인증, 유기농인증, 무농약인증, GAP인증용으로 사용됐다. 비료사용처방서에는 논, 밭, 과수원, 시설재배지 토양에서의 적정한 양분함량을 제시하고, 이를 기준으로 농가의 양분 관리방안도 제시해 주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비료사용처방서는 정부3.0 사업을 통해 농업환경정책에 대한 측정·보고·검증용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일례로 농식품부의 AgriX와 전자문서 연결을 통해 토양개량제 공급량 산정과 사용효과를 평가하고 있으며, 친환경 인증용 농경지의 양분정보도 전자문서로 제공해 농산물 인증 담당자들의 업무효율성도 제고시키고 있다. 이후에는 농업인들이 제출하는 인증용 서류의 간소화에도 기여했다. 앞으로도 비료생산과 활용이 경영비 절감, 농산물 품질향상, 정책사업 성과평가 등에 폭넓고 간편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정책, 연구, 지도, 현장농업 분야 간의 긴밀한 협업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덕배 농촌진흥청 토양비료과장

※ 2015년 6월 2일자 한국농어민신문 기고내용 인용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