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4>비료로 화약을 만든다고?

무기질비료, 화약될 수 없어

 

얼마 전 5월 24일은 5.24조치로 비료지원을 포함한 대북 지원사업이 중단된 지 5년이 되는 날이다.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는 해결 기미가 보일 듯하면서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하루는 관계개선의 기미가 보이다가 다음날엔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는 널뛰기 정국이다. 하지만 조금씩 남북관계에 봄이 오는 것 같다. 지난 4월 말에는 정부가 한 민간단체의 비료 15톤을 포함한 농자재의 대북 지원을 승인하였다. 비료 15톤은 북한의 농경지를 생각할 때 매우 적은 양이지만 정부가 민간단체의 대북 비료지원을 승인한 것은 2010년 4월 이후 처음이며, 이는 정부가 5.24 조치에 따라 식량과 비료지원을 사실상 금지한 이래 최초로 대북 비료지원을 승인한 획기적인 사건이다.



북한에 지원해도 무기 안돼



올해도 어김없이 영농철이 다가왔다. 며칠 전 다녀온 경기 북부지역 들녘에는 초여름 정취가 완연했다. 논에는 대부분 모내기가 끝났고, 밭에서는 본격적인 영농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를 보며 북한의 농민, 북녘의 들판이 생각났다. 농민들에게 작물은 자식과 같고, 비료는 자식 같은 작물에 필요한 밥이다. 한데 금쪽같은 자식에게 먹일 밥이 부족할 때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1999년부터 시작되어 2007년까지 9년간 계속된 우리나라의 대북 비료지원은 물량으로는 총 250여만 톤에 금액으로는 8,015억 원에 달했다. 많은 전문가가 지난 4월 비료지원을 시작으로 조심스럽게 대북 비료지원의 재개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특히, 계절상품인 비료는 2월∼5월에 연간판매량의 약 60%가 판매되는 것을 볼 때 북한 식량 생산을 효율적으로 돕기 위해서는 서둘러서, 많은 양의 비료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적지 않다.



비료지원이 본격화될 경우 무기질비료(화학비료)를 지원하면 지원된 무기질비료가 우리를 겨누는 총부리의 화약이 되어 좋은 의도가 왜곡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사람이 있어 여기서 이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무기질비료가 화약이 될 가능성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북한에 지원한 비료는 크게 황산암모늄, 요소 및 복비 세 종류이다. 비료의 화약 전환 가능성을 말하는 사람은 요소비료에 열을 가하면 생성되는 뷰렛과 암모니아에서 암모니아를 분리하고, 분리한 암모니아로 질산을 중화시키면 화약의 원료인 초안(질산암모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이 방법을 쓰면 요소 약 7톤으로 암모니아 1톤을 얻을 수 있다. 2014년 평균 톤당 $580 수준인 암모니아 1톤을 얻기 위하여 톤당 $320인 요소 약 7톤, 분리에 필요한 열량을 얻기 위한 석탄값 약 $600을 사용해야 하므로 직접 비용만 최소 약 $2,800이 소요된다. 이 비용은 암모니아 분리에 필요한 제조시설 건설비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므로 필요한 제조시설까지 갖추려면 이 비용은 2배 이상 늘어난다.



배고픈 작물에 늦기 전 줘야



그동안 필자가 만난 북한 학자와 기술자의 학식과 기술은 매우 높은 수준이었는데 그들이 $2,800의 두 배 이상이나 되는 비용을 써가며 $580을 얻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하는 것은 북한 학자와 기술자의 수준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또, 어떤 이는 요소 자체가 폭약이 될 수 있다고도 한다. 물질이 폭발하기 위해서는 그 물질 내부에 산소가 있어 외부의 산소 없이도 자체적으로 연소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요소는 자체 산소가 불충분하여 가연성 물질과 혼합하더라도 자체적으로 폭발할 수 없어 폭약으로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북한에 농업용으로 지원하는 무기질비료가 화약으로 변하여 우리를 위협한다는 이야기는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나 실제로는 현실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는 먹어야 살고, 작물도 먹어야 산다. 우리에게 밥이 필요하듯 작물에는 작물 밥, 즉 비료가 필요하다. 배고픈 이에게는 그 어떤 좋은 말이나 글보다 밥이 필요하다. 작물도 마찬가지다. 배고픈 작물에는 비료를, 그것도 더 늦기 전에 충분히 주어야 한다.



말 잔치는 그만하자. 이제는 행동할 때다.



서울시립대학교 김계훈

※ 2015년 6월 5일자 한국농어민신문 기고내용 인용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