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⑤안전한 비료에 대한 사람과 식물의 관점

비료 안전성, 제조과정이 좌우

단순히 원료만 따져선 안돼

위생적 시설위해 규모화를



사람들은 가끔 착각하는 것이 있다. 사람과 벌레와 식물의 입장을 혼동하는 것이다. 벌레들이 보기에는 천적도, 익충도, 해충도 아닌 모두 벌레다. 사람의 입장에서 이익이 되면 익충이라고 한다. 사람이 먹는 것을 먹으면 해충이라고 부른다. 해충을 잡아먹으면 천적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벌레 입장에서는 모두 살기 위해 먹는 벌레들이다.



식물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어떻게 보든 식물은 뿌리로 흡수해서 성장할 수 있으면 모두 양분이다. 사람은 구분을 하지만 식물은 무기질비료든 유기질비료든 퇴비든 뿌리가 흡수할 수 있으면 모두 양분이다.



양분을 흡수하는 형태에 대한 개념도 같다. N, P, K, Ca, Mg, S 등은 물에 녹아 이온형태 양분만 뿌리가 흡수한다. 무기질비료는 쉽게 물에 녹아 흡수된다. 유기질비료는 미생물이 분해시켜 이온으로 변한 후 흡수한다. 식물의 입장에서는 무기질비료는 빨리 포만감을 느끼게 하고 유기질비료는 느리게 배를 채워준다. 차이가 있다면 유기질비료는 미생물이 내놓는 여러 성분이 뿌리의 근권(식물 뿌리 부근에서 뿌리의 영향 하에 있는 토양 부분)과 토양 물리적 환경을 좋게 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영양분은 무기질비료가 훨씬 많다. 비료는 사람이 나눈 것이지 식물이 나눈 것이 아니다.



무기질비료 원료는 단순하다. 질소는 공기가 원료이고, 인산은 공룡뼈가 화석이 된 인광석으로 만든다. 칼리도 칼륨이 많이 함유된 암석이 원료다. 그래서 무기질비료는 같은 종류의 비료면 함유된 성분이 동일하다.



반면에 유기질비료나 퇴비는 원료가 다양하다. 유기질비료 원료는 골분, 어분, 대두박, 채종유박, 아주까리유박 등이 있다. 퇴비는 가축분에 이것저것 여러 원료를 혼합해 부숙시킨 것이다. 그래서 유기질비료나 퇴비는 비료마다 양분함량의 차이가 크다.



농산물의 안전성과 직접 관련 있는 중금속은 큰 차이가 있다. 규산질비료와 석회질비료를 제외한 무기질비료는 ‘유해성분 최대량’ 기준이 없다. 중금속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유기질비료는 카드뮴을 포함해 6개 중금속 기준이 설정돼 있다. 여러 원료를 혼합해 중금속 오염 위험성이 높은 퇴비는 유기질비료 보다 2배 높은 허용기준을 갖고 있다. 그래서 식물의 입장에서는 무기질비료가 유기질비료나 퇴비에 비해 중금속에 대해서는 훨씬 안전하다는 얘기다.



유기농업자재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유기질비료 원료는 대부분 유전자 변형 식물유박이다. 퇴비는 유전자 변형 식물유박을 사료로 먹인 가축의 분뇨다. 사람은 유전자변형 식품의 안전성 때문에 멀리하지만 식물에게도 문제가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



무기질비료가 화학공정을 거쳐서 안전하지 않다면 유기농업자재도 같은 관점에서 봐야 한다. 친환경농업에 많이 사용하는 석회유황합제, 자닮유황, 황토유황은 무기질비료와 유사한 화학공정을 거친다. 유황에 생석회나 가성소다로 화학 반응시키기 때문이다.



비료의 안전성은 단순히 원료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안전하고 위생적인 시설에서 제조돼야 한다. 무기질비료 회사들의 연간 매출액은 수 백 억원에서 수 천 억원이다. 반면에 유기질비료나 퇴비 회사는 50억원을 넘는 회사가 많지 않다. 매출이 20억원이 안 되는 회사는 비료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조 여건을 갖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비료의 제조과정과 위생,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규모화가 필요하다.



무기질비료의 안전성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비료에 대한 안전성은 사람보다 식물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무기질비료는 양분을 공급하고 유기질비료는 토양 물리적 여건을 향상시키는 고유의 기능이 있다. 비료의 안전성은 비료에 유해물질이 얼마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무기질비료가 화학공정을 거쳤다고 단순히 안전하지 않다고 판정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현해남 제주대 교수

※ 2015년 6월 9일 화요일 한국농어민신문 기사내용 인용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