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끝이 안 보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비료산업이 무너질 판입니다.”
무기질비료업계가 태풍의 눈 속으로 휘말려들고 있다. 최근 들어 비료업계 관계자들 사이에 ‘조만간 도산하는 업체가 나오고 비료산업 전반으로 구조조정 바람이 몰아칠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할 정도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무기질비료업계가 휘청이는 일차적인 요인은 국내 수요 감소 때문이다. 국내 무기질비료 사용량(1㏊당)은 2000년 381㎏에서 2009년 267㎏, 2013년 262㎏, 2014년 258㎏으로 줄었다. 내수부진뿐만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 등 비료 원료 생산국들의 저가 비료 수출 확대로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태국· 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지역에서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수출실적이 계속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관세청과 한국비료협회 통계에 따르면 비료 수출은 2011년 163만7000t(5억6900만달러)을 정점으로 2012년 139만5000t(4억8300만달러), 2013년 142만9000t(4억6300만달러), 2014년 114만t(3억5700만달러), 2015년 88만3000t(3억400만달러) 등으로 끝없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생산량도 급격히 줄고 있다.
비료협회에 따르면 무기질비료 생산량은 2000년 372만9000t에서 2014년 232만t까지 축소됐다. 비료협회 관계자는 “2015년 생산 및 소비량을 집계 중인데 최근 무기질비료 사용 감소 추이를 감안할 때 2014년보다 더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다보니 업체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연말 농협의 무기질비료 입찰 결과 비료가격이 평균 17% 하락한 것도 그 영향이 크다.
입찰에 참여했던 한 업체 관계자는 “내수와 수출 모두 극도로 침체된 상황이라 절대량을 차지하는 입찰에서 밀리면 공장 가동 자체가 어렵다는 위기감에 업체들 간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면서 시장 예상치보다 훨씬 더 낮은 입찰가격이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비료가격에 영향이 큰 환율과 원료가격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자칫하면 올해 비료 판매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회사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료업계의 골 깊은 불황은 향후 더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비료시장도 시장개방에 따라 외국제품, 특히 원료 생산국으로 가격경쟁력이 절대우위에 있는 중국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의 내수 및 수출부진에 따른 경영 악화는 개발 투자를 축소시켜 내수와 수출시장 두 부문 모두에서 국산 비료의 경쟁력 약화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서 수입되는 복합비료는 이미 2009년 5만8000t에서 2014년 6만6000t으로 14%나 증가했으며, 향후 더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비료협회에 따르면 복합비료의 경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라 2015~2030년까지 15년간 매년 0.43%씩 관세가 인하돼 2030년에는 수입물량이 15만~20만t에 달할 전망이다. 결국 가격경쟁에서 뒤처지고 개발투자 약화로 품질 차별화마저 어려워지면 국내 비료산업은 향후 중국산에 밀려 생산기반을 위협받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피해는 업계에 국한되지 않을 전망이다.
비료협회 관계자는 “국내 비료 생산기반이 약화돼 외국산 의존도가 심화되면 비료수급 및 가격불안으로 농가경영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며 “정부와 관련 업계가 서둘러 산업 안정화 대책 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석 기자 kslee@nongmin.com
※2016년 2월 19일자 농민신문 기사내용 인용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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