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토양비료학회 때에 무기질비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는 심포지엄도 열렸다. 유기질비료는 당연히 환경친화적이라는 사려 깊지 못한 인식 탓에 귀퉁이에 몰려 오금도 못 피고 있는 무기질비료에 대해 바른 이야기를 해보자는 취지의 세미나였다. 



그때에 논의된 이야기를 다 하자는 건 아니다. 다만 무기질비료의 실체를 바로 알 필요가 있다는 사실쯤은 알아야 함을 귀띔해주고자 한다. 그 심포지엄을 토양비료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한국비료협회는 간단한 기념품을 증정했다, 500g의 요소(尿素)와 500g의 원예작물용 복합비료였다. 그 포장에 쓰인 말이 인상적이고 무기질비료의 장점을 잘 표현하고 있다.



“무기질비료를 적절히 주면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편리합니다.”



무기질비료를 적절히 주면 안전하다는 건 무얼 뜻할까? 유기농업을 내세우는 이들이 언필칭하는 말이 무기질비료를 과용하면 토양이 산성화하고 농산물의 품질도 낮아진다.“다. 이 세상에 과용해서 좋을 게 있는가? 유기질비료는 과용하면 폐단이 없는가? 그 경우에도 폐단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무기질비료를 과용하면 여러 가지 폐단이 있으니 쓰지 말자“는 말은 자동차는 과속하면 위험하니 쓰지 말자.”는 주장과 같다. 자동차를 쓴다는 것은 자동차를 안전하게 운행한다는 걸 뜻한다. 당연히 무기질비료를 쓴다는 건 알맞게 쓴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게 하면 안전하다. 그것은 마치 자동차를 안전하게 운행할 때 안전함과 같다.



사실은 무기질비료를 쓰면 토양이 산성화한다는 주장은 사실을 과장한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무기질비료로 널리 쓰이기 시작했던 황산암모늄(황안 또는 유안이라고 불려왔음)의 화학적 특성(이 화합물을 물에 녹일 때 그 물이 산성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책에 쓴 것이 과장된 것이다. 황산암모늄 같은 물질을 실험실의 유리그릇에서 실험을 하면 분명히 이 물질이 토양을 산성화 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실제농장에서는 그런 부작용은 미미해진다. 왜냐하면 농지 토양의 산도란 토양에 쓰이는 비료에만 영향을 받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은 어떤 지역의 토양의 산도는 그 지역의 강우량과 빗물의 증발산량의 차이에 의해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비는 적고 기온은 높은 지역의 토양의 pH는 이상적인 pH를 훨씬 웃도는 값(pH 8.5 이상)을 가지며 비도 많이 오고 기온도 높은 콜롬비아 같은 곳의 토양의 pH 역시 중성보다 훨씬 낮은 pH 치(4.5 근처)를 갖는다. 그런 데라고 농작물을 포함하는 여러 가지 식물들이 잘 자라지 못하는 게 아니다.

예컨대 콜롬비아의 경우 열대 다우림(多雨林)을 식물상(植物相)을 가지며 토양에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양분이 적절히 있기만 하다면. 여러 가지 작물들도 잘 자란다. 무기질비료가 토양을 산성화하여 농토의 질을 낮게 하리라는 우려는 기우(杞憂)다. 상상 속에는 있지만 실제로는 없기 때문이다. 무기질 비료를 상식수준에서 쓰는 건 안전하다.

 



“무기질비료가 경제적”이라는 말. 요소비료는 20 kg 한 포대에 12,850원(2012년도 기준)이란다. 흔히 쓰이는 축산부산물비료는 20 kg에 2,000 원 정도란다(실속은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 더 비싼 것도 있다). 두 가지 비료에 들어 있는 식물에게 빨리 이용될 수 있는 양분(질소)함량은 전자는 46%, 후자는 0.5%다.

요소의 경우가 축산부산물비료보다 질소함량이 92배 많다. 따라서 같은 양의 질소를 사려할 경우 축산부산물비료로 사려면 184,000 원을 주어야 한다. 요소로 살 경우(12,800 원)보다 약 14배 비싸다. 축산부산물비료에 들어 있는 유기물의 가치도 따져야 할 거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건 값을 따지기 어려울 정도다. 그것에 들어 있는 약간 발효된 톱밥인 경우가 많은데 톱밥의 주성분은 섬유소와 리그닌이다. 그런데 이들이 분해되어 토양 중에서 유효한 부식(Humus)이 되는 데에는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그것 때문에 많은 값을 치러야 할지는 의문이다.

차라리 효과가 확실한 무기질비료를 써서 농사를 잘 지어 볏짚과 같은 부산물을 토양에 더 많이 돌려주는 편이 유리할 것이다.



 

“무기질비료를 쓰는 게 더 편리하다”는 말. 요소 한 포대를 운반하는 대신 92포의 축산부산물비료를 운반, 저장, 살포하는 일은 분명히 더 불편한 일이기도 하고 비용도 더 드는 일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한국비료협회가 이번 심포지엄 때 나눠준 기념품의 포장에 쓰인 말들은 모두 옳다. 

분명한 근거도 없이 효과적인 무기질비료를 들은 풍월에 따라 폄하(貶下)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거다. 이 일 뿐 아니라 다른 일들에 대해서도 확실한 근거도 없이 대중을 등에 업고 폄하는 일은 없어야 하고 그런 대중에 영합하는 제도권의 사람들도 없어야 할 거다. 그게 선진사회로 가는 과정일 거다. 우리는 그 과정을 단축시키는 데에 힘을 모아야 할 거다. 

 

※ 홍종운 박사님 홈페이지(www.soilove.com) 중 농업이야기의 '무기질비료에 대한 바른 이해' 게시글 인용

 

홍종운 박사 (약력) :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 미시간주립대학교 토양학 박사, 농진청 토양화학과장 및 농과원 책임연구관 역임, 한국토양비료학회 부회장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