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矛盾)이란 말: 한비자(韓非子)의 글에 나오는 이야기다. 어떤 사람이 자기가 파는 방패를 들고 ' 이 방패는 아무리 예리한 창으로도 뚫을 수가 없습니다.'라고 자랑했다. 잠시 뒤에 그는 자기가 파는 창을 들고 이 창은 매우 예리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이 세상의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놀라워하고 있었는데 한 노인이 그 상인에게 물었다. '만약 당신이 파는 창으로 당신이 파는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겠소? 그 상인이 말문이 막혀 슬그머니 짐을 싸들고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요즘을 정보의 홍수(洪水)시대라고 한다. 워낙 정보가 많다보니 서로 모순되는 정보도 많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모순된 정보에 현혹되어 낭패를 만날 수 있다. 



무기질비료는 환경을 파괴하고 농산물의 질도 낮게 할 수 있으니 유기질거름으로만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얼핏 들어보면 그럴 듯하지만 농사의 본질을 이해하고 나면, 이 주장은 썩 이치에 맞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농사의 핵심(核心)은 농작물의 광합성(또는 탄소동화작용)에 있다. 광합성은 어떤 현상을 의미하는가? 그 출발물질(원료)은 무엇이고 결과물(생산물)은 무엇인가? 그 출발물질은 물과 이산화탄소라는 무기물들이고 그 결과물은 포도당과 그 밖의 유기물들이다. 



그런데 광합성은 물과 이산화탄소가 그냥 섞여서 일어지는 않는다. 엽록소라는 효소가 들어 있는 식물의 잎에서 햇빛의 도움을 받아 일어난다. 같은 면적의 농토에서 더 많은 광합성이 일어나게 하려면 그 농토에 더 많은 녹색 잎이 있게 해야 한다. 같은 면적의 농토에 더 많은 녹색 잎이 있게 하려면 인, 가리, 황, 마그네슘 등의 무기물과 질소(역시 무기물)가 적절히 공급되어야 한다. 이런 무기물들이 적절히 공급되면 광합성 산물이 많아지는데 광합성 산물의 상당부분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이 되고 그 중 상당부분은 볏짚이나 보릿짚 같은 유기성 부산물이 된다. 이들 유기성부산물은 여러 가지 짚 제품을 만드는 데에 쓰이거나 가축의 사료로 쓰인다. 짚 따위의 생산량이 넉넉하면 상당부분은 퇴비 같은 유기질 거름의 원료로 쓰인다. 

 



예컨대 반건조열대(半乾燥熱帶) 인도 같은 곳과 대분의 아프리카에서는 수수나 조를 재배할 때 비료나 퇴비를 넉넉히 쓸 수 없기 때문에 작황이 매우 부진해서, 수확한 수숫대나, 조대를 가축게 먹이고 가축의 똥은 말려서 땔감으로 쓴다. 따라서 농토로 돌아갈 유기물이 거의 없다. 이런 농사를 계속 짓다보니 농토는 계속 척박해져 농산물의 소출은 바닥상태다

비료를 적절히 쓰는 서유럽의 경우 곡식수량(백미 상당량)은 7 톤/ha인 반면, 비료를 거의 쓰지 않는 아프리카의 곡식수량은 1 톤/ha 정도다.

 

비료를 쓰지 않는 게 더 환경친화적인가? 아니다. 비료를 적절히 쓰는 서유럽의 경우, 인구 당 농지면적이 0.3 ha인 반면 비료를 쓰지 못하는 아프리카의 경우 인구 1인당 농지면적이 1ha 정도다. 

아프리카에서 농토를 만들려면 숲이나 초원을 불태워야 한다. 아프리카에서는 숲과 초원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환경파괴가 계속되고 있다. 비료를 쓰지 못하는 것이 아프리카의 환경 파괴를 부추기고 있다.

비료를 쓰지 말자는 주장이 환경파괴를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 모순 아닌가? 무엇에 대해 안다고 하기 전에 그것의 본질에 대해 아는지를 자문(自問)해보는 게 옳지 않을까?

 

※ 홍종운 박사님 홈페이지(www.soilove.com) 중 농업이야기의 '유기농업의 모순' 게시글 인용

 

홍종운 박사 (약력) :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 미시간주립대학교 토양학 박사, 농진청 토양화학과장 및 농과원 책임연구관 역임, 한국토양비료학회 부회장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