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비료라는 말을 쓸 때 그 뜻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쓰는 편이다. 우리는 '유기질비료'라는 말과 맞세워서 '무기질비료' 또는 '화학비료'라는 말을 쓰고 있고, 그 중, '화학비료'라는 말을 더 자주 쓰는 편이다. 



그런데 한참 생각해보면 비료를 그렇게 가르는 건 부질없는 일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유기질비료라는 말이 썩 적절하지 않다. 식물이 자라는 데에 필요한 건 유기물이 아닌 무기원소들이다. 

 



식물의 양분에 과한 한 독일 과학자 리비히(Liebig, 1803-1873)가 세운 무기양분설(無機養分說)이 정설(定說)이다. 우리가 농토에 주는 작물을 잘 자라게 하기 위해 흔히 주는 유기물은 그 자체가 비료는 아니다. 유기질비료라는 걸 농토에 주었을 때 작물의 양분이 되는 것은 유기물 자체가 아니라 유기물에 들어 있는 무기성분들이다. 그 유기물에 들어 있는 그 무기성분들은 유기물이 토양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이 이용함에 따라 분해될 때, 흙으로 나와야 비로소 식물에게 이용된다. 따라서 이른바 유기질비료라는 것도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것도 무기양분을 공급하지 위해 주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마치 작물에게 유기물을 공급하기 위해 주는 비료로 오해될 수 있는 유기질비료라는 말 대신 제품의 자연스런 명칭을 쓰는 게 더 적절할 것이다. 예를 면 “볏짚퇴비”, “보릿짚퇴비”, “가축분뇨비료” 깻묵비료”, “어박비료” 등으로 부르면, 그런 비료들을 쓰는 이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주게 되고, 공연히 유기농업이니 보통 농업이니 하는 편 가르기도 부추기지 않게 될 것이다. 

 



한 가지 더 해야 할 일이 있다. 요즘 시중에 팔리고 있는 부산물 비료 같은 것의 포장에는 그것에 들어 있는 유해성분이 어느 수준 이하라는 표시는 있어도 그것에 들어 있는 질소, 인산, 칼리 같은 것은 표시되어 있지 않은데 그렇게 하는 건 적절하다고 하기 어렵다. 그것에 들어 있는 유효성분 즉, 질소, 인산, 칼리 같은 게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대충이라 표시해주어야 할 것이다. 과학영농을 하자면서 농토에 들어가는 자재에 무엇이 얼마쯤 들어 있는지를 알리지 않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도 받아드리기 어려울 것이다.

 

가끔 보면 그런 비료들을 농사를 잘 모르는 이들이 유기질비료가 좋을 거라는 말은 듣고 유기질비료라는 표시만 있고 작물에게 필요한 양분이 어느 정도나 들어 있을지는 따져보지도 않고, 그런 비료를 썼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우리 동네에서 그런 걸 보았다. 농사를 전혀 지어보지 않은 이가 빈터가 생기니 상추라도 길러볼까 해서 상추를 심었다. 상추가 발아된 뒤, 시간이 지나도 상추가 거의 자라지 않았다. 거길 지나던 길에 이상해서 물어보았다. 상추를 심으면서 주변에서 유기질비료가 좋다고 해서 그걸 사다가 섰는데 상추가 이 모양이라 했다. 그 흙을 보니 건물을 짓느라고 겉흙은 모두 파내고 생땅이 들어난 흙이었다. 유기질비료를 준 흔적은 완연한데 상추는 초라하게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였다. 이 뒤에 이곳에 무얼 기르려거든 종묘상에서 파는 비료를 조금 사다가 써보라고 일러주었다.

 

우리 동네 다른 이들은 모두 무기질비료를 쓴다. 유기질비료를 쓸 때에도 무기질비료를 쓴다. 얼마 뒤에 가보니 열무를 심었는데 비료를 썼는지 열무가 잘 자라고 있었다. 무기질비료가 어때서 유기질비료만 쓰라하는가? 

 



이 밭에 준 유기질비료에는 거름기가 거의 없는 것 같았다. 거름 성분의 양을 비료포대에 표시하지 않게 되어 있으니 비료를 판 이에게 가서 따질 수도 없게 되어 있다.



유기질비료이든 무기질비료이든 그 비료에 식물에게 유효한 성분이 어는 정도나 들어 있으며, 그래서 그걸 얼마나 쓰는 게 좋은지를 밝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인데 왜 그걸 안 하는지 알 수 없다. 유기질비료이든 무기질비료이든 흙에 모자라는, 작물에게 필요한 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농토에 주는 것이라고 평범하게 생각할 수는 없을까? 

 


※ 홍종운 박사님 홈페이지(www.soilove.com) 중 농업이야기의 '유기질비료와 무기질비료 배타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는가?' 게시글 인용

 

홍종운 박사 (약력) :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 미시간주립대학교 토양학 박사, 농진청 토양화학과장 및 농과원 책임연구관 역임, 한국토양비료학회 부회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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