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에 비료를 적게 쓰자는 소리가 높아져 왔고 그 소리는 계속될 것 같다. 비료를 적게 쓰는 것은 여러가지로 좋은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잘 생각해가며 비료를 덜 쓰려 해야 할 것이다



비료를 덜 쓰는 것이 환경친화적이라는 생각에만 묶여 그런 말을 한다면 적절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설령 세상 사람들이 별 생각 없이 그런 말을 하더라도 농업을 연구하는 이들은 그런 바람에 휩싸여서는 안 될 것이다.



농업연구자들이 비료를 덜 쓰자는 말을 할 때에는 비료 주는 방법을 더 좋게 하여 비료를 지금보다 덜 주더라도 농사의 소출은 감소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식을 생각의 바닥에 깔아야 할 것이다.



농산물의 소출이이야 어찌 되든 비료 주는 양을 줄이려면 몇 년도까지 비료 쓰는 양을 얼마나 줄이겠다고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당장 비료를 줄여 주면 될 것이니 말이다.



벼에 주는 질소의 양을 종전의 11 kg/10a에서 9kg/10a로 줄이자고 한다. 어떤 경우에는 7kg/10a 만 주자고도 한다. 2라는 수자가 무엇이기에 11kg에서 9kg으로 또 7kg으로 줄이자는 것인가? 어떤 근거로 이런 숫자가 등장하는 것인가? 기왕 줄일 것이면 왜 11kg에서 6kg로 줄이자고는 못하는가?



사실 벼농사의 경우 질소비료의 이용율은 40%가 채 안 된다. 대체로 11 kg의 질소를 논에 주면 준 질소비료의 35% 정도가 벼에 흡수된다. 즉 10a 당 11kg 의 질소를 주면 준 질소 중에서 3.85kg 만 벼에 흡수된다.



만약 비료 주는 방법을 개선해서, 준 질소의 65% 정도가 벼에 흡수되게 할 수 있다면 질소를 10a 당 6kg만 주어도 지금 10a 당 11kg을 주는 만큼의 벼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질소 주는 양을 줄이는 데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지 말고 농사의 소출은 줄이지 않으면서 질소 주는 양을 어떻게 줄일지를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특히 농업에 대해 연구하는 이들은 꼭 그래야 할 것이다.



논벼에 준 질소의 이용율을 65%까지 높이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같이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다. 기왕 벼에 주는 질소의 양을 줄이자는 이야기를 하려거든 지금 10a 당 11kg 주는 것을 6 kg정도로 줄이려 해 보자. 연구자들은 이 정도의 도전은 해야 할 것이다.

 


※ 홍종운 박사님 홈페이지(www.soilove.com) 중 농업이야기의 '비료를 덜 주자는 이야기 어떻게 할 것인가?' 게시글 인용

 

홍종운 박사 (약력) :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 미시간주립대학교 토양학 박사, 농진청 토양화학과장 및 농과원 책임연구관 역임, 한국토양비료학회 부회장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