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조사 현지 연찬회에 참가하느라고 2박 3일 동안 제주도에 다녀와서, 평소처럼 아침에 산책을 다녀왔다. 밭과 논에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농사를 잘 짓고 있는 농지에서는 농지가 건실한 잎들로 덮여가고 있음을 볼 수 있었고 농사를 잘 못 짓고 있는 농지에서는 그러지 못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여름이라는 이 소중한 계절에 농지가 건실한 잎들로 덮이게 하는 건 태양으로부터 지구에 도달하는 햇빛을 최대한 광합성을 통하여 수확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랄 수 있다.



우리 동내 어떤 농장은 아직도 땅이 건실한 잎들로 가려져 있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지 않은 농지가 더러 있다. 농사짓는 이가 게을러 그랬을까? 아닌 것 같다. 다른 이들이 땅을 갈 때, 땅을 갈았고, 다른 이들이 비닐멀칭을 할 때, 그도 그랬다. 다른 이들이 파종할 때 파종도 제대로 했다. 다른 이들이 비료를 줄 때 비료도 주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다른 이들은 평소에 하던 대로 양분(질소)농도가 높은 비료를 썼다. 이분은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다며 흔히 팔리는 가축분뇨로 만든 부산물비료라는 걸 썼다. 그런 걸 썼다는 사실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부산물비료에 들어 있는 양분(질소)이 보통 쓰이는 비료의 경우에 비해 매우 낮다(요소의 1/92, 21-17-17 같은 흔히 쓰이는 복합비료의 1/42)는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사실에 삼각한 문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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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기농업을 특별히 지지하거나 반대하지 않는다. 무기질비료를 쓰던 유기질비료를 쓰던 요즘 같은 중요한 시기에 농지가 건실한 잎으로 충분히 덮여 있게만 한다면 어떤 방법을 쓰던 괘념(掛念)치 않을 것이다.

도시에서 농사를 지으려는 분들에게 유기질비료를 쓰도록 권하고 싶다면 요즘 쉽게 만나는 가축분뇨 부산물 비료에는 작물이 얼른 이용할 수 잇는 질소의 농도가 0.5%(요소비료의 1/92, 흔히 쓰이는 복합비료의 1/42)로 매우 낮다는 사실도 알려주어야 낭패가 없을 것이다.

아쉽게도 그런 가축분뇨로 만든 부산물 비료의 포대에는 이 중요한 내용이 쓰여 있지 않고 작물별로 300 평당 200~400kg 정도 주라고만 쓰여 있다. 이런 가축분뇨 부산물비료를 300평당 400kg을 준다고 해도 300평당 2kg의 질소를 주는 셈이 될 것이다. 이는 토양이 매우 비옥한 경우 이외에는 어떤 작물에게도 부족한 양일 것이다.

 


※ 홍종운 박사님 홈페이지(www.soilove.com) 중 농업이야기의 가축분뇨 부산물비료라는 것 바로 알고 써야' 게시글 인용

 

홍종운 박사 (약력) :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 미시간주립대학교 토양학 박사, 농진청 토양화학과장 및 농과원 책임연구관 역임, 한국토양비료학회 부회장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