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는 채널 19에서 유기농업에 대한 대중적 프로그램을 방영하더니 어제 저녁에는 다른 채널(아마도 17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에서 그와 비슷한 대중적 내용을 방영했다. 내용은 비슷했다. 이른바 유기농업을 잘하고 있다는 현장을 보여주고 이른바 전문가라는 이들이 잘하고 있다는 평을 하고, 사람들더러 보통 농산물과 유기농산물을 표시 없이 진열해놓고 맛보게 한 다음 평하게 하여(이른바 Blind Test) 그 식미검사로 유기농산물이 맛이 좋다는 인상을 남기는 식이었다.

그 방송 프로그램 중 특이했던 점이 한 가지 있었다. 유기농산물(토마토 같은 신선 과일) 경우 세균 수가 일반 농산물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건 별로 해로울 게 없다는 것이었다.

세균이란 공기 중에도 있고 어디에나 있는 것이어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이건 의외의 이야기였다.

세균을 이야기할 때에는 그 종류를 말해야 한다. 미국의 새로운 농법의 경향 가운데 하나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받아드려지고 있는 GAP(Good Agricultural Practice: 우수농산물인증제도)에서는 유기농, 무기농을 떠나 장바구니 농산물의 생물적 위해요소를 중시한다.

장바구니의 농산물에 유해한 생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GAP에서는 농산물 생산과정 뿐 아니라 농산물의 선별, 가공, 포장, 운반, 시장에서의 관리 과정에서 생물적 위해요인이 개입하는 걸 철저히 관리한다. 그런데 유기농산물에 어떤 세균인지도 따지지 않고 일반 농산물에보다 더 많은 세균이 있어도 괜찮다고?



오늘의 상황에서 유기농업 문제를 대중적(피상적)으로 논하는 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근본적 접근이 필요한 것 같다. 유기농업이 좋다 그렇지 않다는 논의를 하자는 게 아니다. 유기농업이 좋다는 이야기는 들을 만큼 들었다. 그런데도 왜 유기농업을 하는 농가가 전체 농가의 5% 밖에 되지 않는지를 물어야 할 것이다.

 

전체 농산물의 5% 정도가 유기농산물이라면 그게 국민의 식생활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를 물어야 할 것이다.

유기농산물은 일반 농산물보다 다소 비싸다고 한다.

다른 농산물보다 비싸니 소득 상위 5% 사람들이 유기농산물을 소비하는가? 그렇다면 왜 그 일에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가? 아니면 국민 전체가 95%는 일반 농산물로 충당하고 5%는 유기농산물로 충당하는가? 그렇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학교 급식 같은 데에 주로 이용하는가? 그렇다고 칠 때(사실은 그럴 수 있는 유기농산물도 없고 있다고 해도 학교의 급식비가 그리 넉넉지 않고) 하루 세끼 중 한 끼만 유기농산물로 먹는다고 학생들의 건강이 얼마나 좋아질까? 그런 연구결과가 있는가?



우리나라 농사에서 가장 비중이 큰 건 뭐니 뭐니 해도 쌀농사다.

쌀밥이 식탁의 주연(主演)이다.

우리나라는 쌀의 녹색혁명을 이룩한 세계적으로 유일한 개도국이었고 아직도 그 기록은 유효하다.

다른 개도국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료를 쓸 능력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쌀의 녹색혁명이 좋은 벼 품종과 유기농업을 통해 이뤄졌는가? 비료가 없었다면 그 때 쌀의 녹색혁명이 가능했을까?

요즘 벼가 한창 자라고 있는 때다. 기차를 타고 차창 밖을 보라. 그 잘된 벼들 가운데 유기농으로 벼가 재배되는 논의 면적은 얼마나 될까? 왜 유기농업이 유기농업을 주장하는 이들의 기대만큼 확산되지 않는가?

유기농업이 나빠서가 아닐 것이다. 유기농업이 힘들어서 일 것이다.

생선뼈와 쌀겨 같은 걸 오래 쌓아두어 만드는 퇴비는 좋은 거름임에 들림 없다. 그런데 오늘 우리 농촌에 그럴 수 있는 인력이 풍부한가? 쌀겨 같은 자원을 퇴비제조에 쓸 수 있을 만큼 풍부한가?

쌀이 300평당 500kg 생산될 때 쌀겨는 겨우 50kg 생산된다. 그런데 유기업의 일종인 쌀겨농법에서 300평의 논에 쓰라는 쌀겨의 양은 200kg이다. 이 추천대로라면 1200평의 논에서 생산되는 쌀겨가 있어야 300평의 논에서 생산되는 쌀겨가 있어야 할 것이다. 양곡을 수입 해다가 가축을 기르는 처지에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쌀겨가 거름으로 쓰이는 건 정당화하기 어렵다.



유기농업에는 많은 대가(代價)가 따른다.

예전에 농촌에 인력이 풍부하던 때(국민 100명 중 약 18명이 농사를 짓던 때)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산에 가서 풀을 베어다가 퇴비를 만들어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그 때 산이 황폐화했었다). 

산업사회가 된 오늘 우리나라에서는 국민 100명 가운데 약 3명이 실제로 농사를 짓는다)(FAO 농업통계, 2013년 기준). 예전에 비하면 괄목(刮目)할만한 변화다. 그런데 앞으로 우리가 세계무대에서 경쟁하게 될 나라들, 예컨대 미국과 서유럽의 부국들에서는 국민 100명 중 1명만이 농사를 짓는다. 그런데도 그 나라들의 연간 농업인 1명의 곡류의 생산량은 우리 농업인 1명이 생산하는 곡류의 양의 몇 10배나 된다(미국: 약 40배, 서유럽: 약 20 배... FAO 농업통계)



흙의 성질과 관련지어 생각할 때 유기물은 좋은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유기물이 흙의 본질은 아니다.

흙의 유기물은 흙의 모재인 바위의 풍화물이 토양으로 발달되는 과정 중에 생긴 것이다. 흙의 유기물은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지 인공적으로 유기물을 넣어서 생긴 건 아니다. 비료를 적절히 주어 농사를 잘 지으면 흙의 유기물은 자연적으로 적절한 수준만큼 생기는 거다(유기물을 많이 준다고 다다익선으로 흙이 더 좋아지는 건 아니다).

흙에 유기물을 주지 않으면 흙에 떼 알 구조가 생기지 않을 거라는 추측은 온당하지 않다. 해변의 염류토를 제외한 흙에는 다가(多價)의 치환성양이온들이 있어서 떼 알 구조는 자연적으로 생기는 거다. 유기물, 그것은 좋은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효과를 과대평가하는 건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 

퇴비(堆肥)나 구비(廐肥)와 같은 것 돈 주고 사서 먼데까지 운반할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예전에는 이런 물질은 금비(金肥: 돈으로 거래되는 비료)로 여기지 않았다. 그 조성이 불균일하고 비료가치가 일정하지도 않고 크지도 않았기 때문에 값을 매기기 어려워서였을 것이다. 오늘날 거래되는 다양한 유기질비료라는 것들은 어떤가?



오늘의 유기농업 같은 문제를 대중 영합적(大衆 迎合的)인 방법으로 논의하는 건 혼란(混亂)만 야기(惹起)할 것이다. 이제까지 그런 혼란을 조장하는 데에 전문성을 잦추지 못한 전문가라는 이들이 한 몫을 한 면이 있어 보인다. 언론도 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 홍종운 박사님 홈페이지(www.soilove.com) 중 농업이야기의 '유기농업 왜 5%에 그치는가?' 게시글 인용

 

홍종운 박사 (약력) :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 미시간주립대학교 토양학 박사, 농진청 토양화학과장 및 농과원 책임연구관 역임, 한국토양비료학회 부회장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