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남 (제주대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

 

 

지하자원 많지만 척박한 북한 토양 굶주린 주민들 위해 지원 재개 필요



선물은 받고 싶어하는 것을 줘야 가치가 있다. 정말 바라던 선물을 받으면 마음속에 오래 간직한다. 그런 선물이 빛이 난다. 그런 의미에서 비료는 북한이 정말 바라고 필요로 하는 선물이다.

1950년 이전에는 남한이 북한에 비료를 지원해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1910년 처음 부산에 인분을 사용한 유안 비료공장이 들어섰지만 생산량은 겨우 수백t에 불과했다. 반면 북한에선 1939년 흥남 비료공장이 완공됐는데, 연간 64만t의 비료를 생산했다. 돈을 주고 구입하기는 했지만, 전쟁 전에는 북한 비료가 우리에겐 금덩어리 같은 선물이었다.



필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북한 평양과 중국 베이징 등에서 열린 남북 농업과학 공동 심포지엄에 몇번 참석했다. 통일이 됐을 때를 대비해 남북의 농업과학자들이 모여 농업과학기술을 교류·발전시키기 위한 자리였다. 그때 한 북한 연구원에게 왜 대북 비료지원사업이 30만t이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옛날 남쪽이 꿔간 것이야요. 전쟁 전에는 흥남 비료공장이 비료 60만t을 생산해서 반을 남쪽에 보냈시오. 모르고 있었습네까? 그게 30만t이야요.” 대북 지원예산에 맞춰 매년 30만t을 보냈겠지만, 그 연구원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남한과 북한의 땅덩어리는 태생부터 다르다. 임진강을 경계로 북한 땅은 북중 지괴(중국 강북)이고, 남한 땅은 남중 지괴(중국 강남)와 오세아니아판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 지각활동에 의해 붙은 것이다. 그래서 지하자원도 다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2011년 북한 희토류 지하자원이 세계 2위라고 발표했다. 북한 지하자원은 면적이 80배가 넘는 미국보다 3.4배나 많다. 순도는 낮지만 인산 비료 원료인 인회석이 함경남도와 평안남북도에 1.5억t이나 매장돼 있다.

북한 토양은 정말 척박하고 비료가 필요한 토양이다. 윤태명 경북대 교수는 남북 농업과학 공동 심포지엄 발표를 통해 “북한에서 사과나무 재배시험을 했는데, 자두로 착각할 정도로 작았다”고 걱정했다. 1992년 남북 고위급회담 때 북한 대표로 서울을 방문했던 김달현 북한 부총리는 흥남 비료연합소를 맡아 비료를 생산하려고 갖은 노력을 기울이다가 실패했는데, 당시 북한 비료공장 노동자들이 목을 놓아 울었다고 했다.



남한도 대북 비료지원사업이 쉽지는 않다. 원료를 모두 수입하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수입한 암모니아와 중국·모로코 등에서 수입한 인회석에서 추출한 가용성 인산으로 인산이암모늄(DAP)을 만들고, 여기에 캐나다 등에서 수입한 염화칼륨 등을 혼합하여 복합비료를 제조한다. 그래서 비료제조의 핵심은 DAP다.

과거 대북 비료지원사업 때는 DAP를 전량 남한에서 생산해 문제가 없었다. 지금은 남해화학만 생산하고 다른 회사는 2008년부터 중국·베트남에서 10여만t을 수입해 복합비료를 제조한다. DAP 생산은 부산물로 나오는 석고처리가 가장 큰 문제다.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남해화학의 석고처리 문제만 해결해주면 북한에 보낼 비료를 생산하는 데 걸림돌이 없다.

북한이 과거 대북 비료지원사업 규모인 비료 30만t을 요구하면 그에 더해 50만t을 줘야 한다. 그래야 아프리카 난민 같은 북한 어린이들의 얼굴이 포동포동해진다. 물론 비료뿐 아니다. 비료와 더불어 농산물도 북한에 보내야 한다. 과잉생산되는 농산물을 산지폐기하지 말고 북한으로 보내야 한다. 옛날 말처럼 먹을 것은 이웃과 나눠 먹고 필요한 것은 서로 교환해야 한다. 그렇게 남한의 기술과 북한의 지하자원이 합쳐지면 한반도는 새로 태어날 것이다.



 

 

<2018년 6월 11일 농민신문 기사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