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훈 (서울시립대 환경원예과 교수)

 

국제정세 변화로 원자재가격 급등 비료업체와 농민 상생의 길 찾아야

 

최근 무기질비료 원료의 국제 수급동향이 심상치 않다. 2017년 하반기부터 중국과 인도 등에서 수급불안정으로 요소의 국제가격이 급등한 후 2018년에도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는 중국의 환경정책 강화에 따른 요소 생산업체의 가동 중단으로 내수 및 수출용 요소 생산이 줄고, 미국의 이란 제재로 인한 중동산 요소 공급 차질로 수급불안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암모니아도 국제 무기질비료 수출 메이저들이 원자재를 사재기하는 등의 원인으로 국제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무기질비료는 원가의 70%를 원자재가 차지하는 탓에 국제적인 수급악화는 가격에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무기질비료 공급량은 정부의 친환경농업 정책과 유기질비료에 대한 국고보조 등으로 감소세가 심화돼왔다. 정부는 영농비 부담을 낮추고자 1962년부터 무기질비료 업체에 대해, 2000년부터 유기질비료 업체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했다. 그러다가 무기질비료 보조금은 2013년 완전 폐지됐다. 농경지 면적도 2000년 189만㏊에서 2017년 162만㏊로 줄었다. 결국 무기질비료 공급량은 2005년 194만t에서 2017년 110만t으로 감소했다.



무기질비료 업체들은 경영이 어렵게 되자 고강도 인력조정, 원가절감 등을 포함한 다양한 대책으로 경영난을 타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원자재가격 상승, 출하량 감소, 납품가격 하락이라는 외부요인으로 인해 경영난을 타개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작물의 밥’인 무기질비료를 사용해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는 공급자·수요자·소비자모두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공급자는 양질의 비료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생산하고, 수요자인 농민은 원자재 시세 등을 제대로 반영한 적정 가격에 비료를 구매하며, 소비자인 도시민들은 제값에 농산물을 구입해 농민들이 지속해서 고품질 농산물을 출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기질비료 시설은 거대한 공장을 필요로 하는 장치산업이다. 현존하는 무기질비료 공장은 1970~198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시기에 건립된 것들로 이미 감가상각 기간이 끝났다. 그럼에도 시설 유지를 위한 보수비용의 증가와 생산단가 중 원료가격 비중이 큰 무기질비료의 특성으로 인해 외국의 무기질비료 업체와 가격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많은 어려움이 있다.



또 무기질비료 생산과정에서는 다량의 산이나 알칼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닦고 조이고 기름 치는 일’을 소홀히 할 경우 아예 가동할 수 없게 되는 문제도 있다. 이 때문에 무기질비료 업체들은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시설을 가동하려고 한다. 만일 손해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면 어쩔 수 없이 가동을 중단하게 되는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이 떠안게 된다.



농민들의 농업경영비 중 비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7년 기준 5.7% 수준이다. 문제는 2018년 9월 현재 비료 원자재의 수입가격이 지난해 동기보다 요소는 14.4%, 암모니아는 12.3%, 인산암모늄은 20.1% 상승했다는 점이다. 국제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무기질비료 업체가 떠안는 부담은 시세에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 그래야 무기질비료 업체와 농민이 상생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대한 이솝우화가 떠오른다. 어떤 거위가 매일 황금알을 한개씩 낳았는데, 주인이 거위 뱃속에 든 황금알을 한꺼번에 갖고 싶은 욕심에 거위를 죽여 뱃속을 보니 아무것도 없었다는 이야기다. 지나친 탐욕에 대한 경고다. 농업계는 물론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무기질비료 업체가 처한 현실을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21018년10월31일 농민신문 기사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