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남의 월요 논단] 냄새 나는 퇴비는 약이 아니라 독

 

3월이 되면 여기저기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퇴비 냄새다. 유독 제주 농경지에서 나는 냄새가 다른 지역보다 더 심하게 느껴진다. 악취가 나는 것은 이유가 있다. 냄새가 심한 퇴비는 안 준 것만 못한 것도 이유가 있다.



퇴비는 좋은 농자재다. 가축분과 톱밥 등을 혼합하면 미생물이 활동하면서 부숙이 시작된다. 미생물은 부숙과정에서 여러 가지 대사산물을 내놓는다. 대사산물에는 휴믹산, 풀빅산, 아미노산, 수용성 양분, 호르몬, 항생물질, 발근향상 물질 등 다양하게 들어 있다. 이런 물질들이 토양을 좋게 하고 작물을 잘 자라게 한다.



그러나 이런 대사산물들은 퇴비가 완전히 부숙되어야 나오는 물질들이다. 퇴비가 잘 부숙되려면 뒤집기를 하는 기간에 55~80℃의 고온기가 15일은 유지되어야 한다. 그 이후 4~5개월 이상 쌓아두어 후숙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퇴비 효과를 나타내는 대사산물들이 충분히 만들어진다.



퇴비 부숙이 잘 되었는지는 냄새로 알 수 있다. 외국에서는 가스가 나오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퍼백 테스트를 하기도 한다. 냄새가 난다는 것은 충분한 고온기와 후숙기를 충분히 거치지 않았다는 의미다. 암모니아처럼 식물에 피해를 주는 가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냄새가 나면 퇴비에 작물을 잘 자라게 하는 대사산물도 적고 해로운 가스가 많이 나오고 있다는 증거다.



유독 제주에서 사용하는 퇴비 냄새가 심한 것도 이유가 있다. 퇴비에 도축 잔재물과 같은 동물성 물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식물이나 생선은 쉽게 발효된다. 동물성은 아예 발효시킬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래서 퇴비에 동물성이 들어가면 동물사체가 부패하는 것처럼 악취가 심해진다.



제주 퇴비에 도축 잔재물과 같은 동물성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 어미 돼지 한 마리가 1년에 새끼를 낳아 출하체중이 될 때까지 생존하여 판매된 마릿수를 MSY(Marketed pigs Sow per Year)라고 한다. 덴마크와 같은 축산 선진국의 MSY는 31을 넘는다. 한국은 18에 불과하다. 즉, 우리나라는 죽는 새끼 돼지가 많다는 뜻이다.



그 죽은 새끼 돼지들이 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른다. 그게 만약 퇴비로 들어간다면 냄새가 지독할 수밖에 없다. 육지부는 도축잔재물이 들어간 퇴비는 농업인들에게 외면을 받는다. 제주에는 퇴비는 냄새가 나야 효과가 좋다는 이상한 생각을 갖는 농업인들이 많다.



톱밥, 왕겨 등의 부자재가 적게 들어간 퇴비도 냄새의 원인이다. 부숙기간 공기를 공급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부자재는 많이 들어갈수록 발효가 쉬워진다. 톱밥의 대부분은 수입하기 때문에 비싸다. 톱밥을 적게 사용할수록 업자는 이익이 많이 남고 농업인은 손해다.



현명한 농업인은 퇴비 포대 뒷면의 '비료생산업자보증표'를 보고 도축잔재물 같은 동물성 물질이 들어 있는지, 톱밥 등은 얼마를 사용했는지를 살펴보고 구입한다. 어리석은 농업인은 퇴비에서 나는 악취를 약으로 착각한다. 잘 발효된 된장은 구수하고 악취가 없다. 퇴비도 같은 원리다.



<현해남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

 

< 2019년 3월 4일 한라일보 오피니언 기사내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