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남 (제주대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

 

농민, 과장과 허위에 속지 않도록 효능·함량·주의점 꼼꼼히 살펴야

 



예전에는 기억력이 좋은 사람을 똑똑하다고 했다. 아는 것이 많으면 유식하다는 칭찬도 들었다. 지금은 자기 머릿속에 있는 것보다 남의 지식을 잘 이용하는 사람이 유식하다는 말을 듣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덕분이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만 켜면 그 속에서 온갖 지식을 접할 수 있다. 농사법이나 비료 지식도 마찬가지다. 그중엔 농자재와 관련된 SNS 마케팅도 많은데, 농민들은 이 정보의 진실을 가려내는 데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SNS를 시작한 초기엔 순수하게 농사 지식을 공유하는 네이버 밴드, 블로그, 인터넷 카페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장사 목적으로 비료·농약 등의 농자재 효과를 과장하고 허위로 광고하는 SNS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작물을 잘 키워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싶은 농민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농민들은 이를 꼼꼼하게 따지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식물양분은 고유의 기능이 있다. 질소는 세포를 잘 자라게 하지만 세포벽을 단단하게 하는 칼리와 균형이 맞지 않으면 작물이 약해질 수 있다. 그래서 어떤 NK비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크지만 약한 깻잎 또는 작지만 쉽게 물러지지 않는 깻잎을 생산할 수도 있다.



황이 있는 비료는 황아미노산을 만들어 색과 맛·향을 내는 데 유리하다. 비료의 황 함량에 따라 깻잎 등 작물의 향이나 색이 달라진다. 그러나 토양을 산성화시키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마그네슘은 엽록소의 중심 양분으로 당도와 관련성이 높다. 붕소는 과일의 크기와 모양, 새잎이 잘 자라는 데 관여한다. 이처럼 비료의 기능은 단순하고 분명하다. SNS에서 작물의 색이 좋아진다고 홍보하면 황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과일 당도를 높이는 비료라고 광고할 경우 마그네슘 함량을 봐야 한다. 고추나 오이의 모양을 좋게 하는 비료라고 선전하면 붕소 함량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외국 비료라고 모두 좋은 것이 아니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외국에선 과일의 당도와 크기가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외국산 4종복비는 우리나라 비료에 비해 마그네슘 함량이 2분의 1에서 3분의 1 정도 적다. 붕소 함량은 3분의 1에서 4분의 1가량 적다.



또 주의해야 할 것은 병에 들어 있는 비료다. 병에 든 비료는 가루비료를 물에 녹인 것이다. 그래서 반드시 물의 양을 계산해봐야 한다. 비료생산업자보증표에 적혀 있는 성분 함량의 합이 1%일 경우 나머지는 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비료를 보조금을 주면서 권장하는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10여년 전에 모 회사와 경기도농업기술원이 기능성 물질인 ‘뿌리발육촉진제(PAA)’를 첨가한 비료를 개발했다. 뿌리 기능을 높여 비료 흡수효율을 높여주는 비료다. SNS에서는 병에 들어 있는 맹물 같은 비료에도 이같은 발근제 이름을 붙인 제품 광고가 많다.



작물은 잎의 물을 증산시키는 동시에 양분이 녹아 있는 물을 뿌리로 빨아들여 흡수한다. 그래서 물에 녹지 않는 비료는 비료로서의 효과가 극히 미미하다. 또 보증표에 표시된 원료가 흙인 유기농업자재도 많다. 흙은 학술용어인 점토광물·규산염광물 등 여러 이름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원료가 흙이란 사실을 모를 수 있다.



얼룩말 무늬에 대해 누구는 하얀 바탕에 검은 줄이 있다고 하고, 누구는 검은 바탕에 하얀 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얼룩말 태아의 피부가 검은색이라는 사실을 알면 검은 바탕에 흰줄이 생겼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비료도 마찬가지다. 업체가 비료의 효과를 홍보하면 근본적으로 그 효과를 나타내는 성분이 들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누가 사용했더니 좋다고 하더라”라는 광고만 믿어선 깜빡 속기 십상이다. SNS 시대를 살아가는 농민은 광고의 참과 거짓을 가려낼 수 있는 지혜를 키워야 한다.

 

 

<2019년10월23일 농민신문 기사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