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진(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유기농 식품은 친환경적인가? 많은 유기농 제품의 광고에는 ‘친환경적’이라는 수식어가 곁들여진다. 농약과 인공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동일한 소출을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땅을 필요로 한다. 숲이 농토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유기농 제품은 친인간이지 친환경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굳이 따지지 않고 감각적으로 판단한다. 그래서 유기농과 친환경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한편 매일의 삶에서 그런 것을 그렇게 깐깐하게 따질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 정책을 수립할 때에도 그런 것을 따지지 않고 정책을 세우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저밀도 에너지다. 동일한 전력을 생산하는데 더 많은 토지를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친환경적일 수 있겠는가? 원래 노는 땅을 활용한 것이라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숲을 파괴하고 설치한 것이라면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비교해 봐야 한다. 사실 이들은 햇볕과 바람이 있을 때만 발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환경친화적인 것이 아니라 환경의존적인 것이다. 우리의 삶도 환경의존적이 되어서 야간이나, 구름이 많고 비가 올 때 그리고 바람이 불지 않는 때라고 전기를 쓰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들이 발전을 하지 못하는 동안에 전기를 대신 생산해 줄 발전설비가 필요하다. 이런 예비발전기는 언제든 우리가 원할 때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LNG, 석탄, 그리고 원자력이 사용된다.



  태양광과 풍력의 이용률이 높아서 예비발전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다면 그럭저럭 친환경 생색을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태양광 발전의 효율이 15%, 풍력발전이 20%에 불과해서 80% 이상을 예비발전기에 의존한다면 이들은 그냥 숲을 파괴한 잉여설비에 불과할 수도 있다.



  게다가 태양광 자원을 조사하여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설치된 것이 아니라 마구잡이로 아파트 베란다와 외벽에, 심지어 햇볕을 수직으로 받을 수도 없게 설치된 태양광 패널이 어떻게 경제적인 발전을 하겠는가? 이렇게 마구잡이로 건설되는 태양광은 환경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동일한 보조금이 지급된다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런 것을 깐깐하게 따져보지 않고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는 듯하다.



  또 친환경이라면 가격이 싸야 한다. 동일한 재화를 생산하는 데 자원의 투입이 많은 것이 어떻게 친환경적이라는 말인가? 최근 TV에 나오는 한화의 광고도 우려스럽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이 잔잔하게 흐르고, 태양 표면에서 발생하는 태양폭발(Solar flare)이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구현된 장면에, 신뢰감 있는 성우의 목소리로 “이 광고를 보는 30초 동안 온 인류가 48시간 동안 쓸 에너지가 태양으로부터 날아온다”고 말해 참 감동적이다. 그러나 이 광고는 그 태양 빛을 수확해서 전기로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지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고 있다. 햇볕은 공짜지만 그것으로 전력을 생산하려면 원자력발전보다 4∼5배 비용이 든다. 건설되어야 할 예비발전소 그리고 그 운영인력을 고려하면 더 비쌀 것이다. 잠재력이 충분하지만 현실적이지는 않은 것이다.



  콘덴싱 보일러가 효율을 높여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함으로써 북극곰을 살리고 지구를 살릴 정도라면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발전소는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나는 이런 광고들이 무섭다. 이런 광고들이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에 미칠 사회적 영향이 두렵다.



  사람들은 친환경적인 것과 위험한 것을 구분하지 않는다. 지난 50년간 실적으로 보면 원자력발전은 다른 어떤 발전원보다 안전했다. 세계적으로 3대 원전사고의 사망자는 50명 미만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40년 이상 원전을 운영했지만 원전사고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없다. ‘만의 하나(萬一)’라는 말로 위험을 각인시키지만 그건 전쟁을 걱정해서 이민가는 수준의 기우(杞憂)이다. 설령 위험하다고 할지라도 친환경이 아니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원전은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전혀 발생시키지 않는다. 사용후핵연료도 발생시키는 에너지에 비해 그 양이 미미하다. 1ｇ의 우라늄이 석탄 3t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내는데 사용후핵연료가 넣은 양보다 많이 나오겠는가? 원전이 위험하다는 생각과 친환경적이 아니라는 생각도 차원이 다른 얘기인데 섞어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보조금을 반드시 받아야만 수지를 맞출 수 있는 산업은 정부의 정책에 크게 의존한다. 이들은 국민의 의식이 밥줄이다. 따라서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을 지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그리고 우리를 조금씩 세뇌시킨다. 나는 이렇게 발생한 오해와 왜곡이 야기한 정책의 실패가 두렵다.



 

 

 

<2019년 12월30일 건설경제 기사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