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 안에 농경지로 투입되는 양분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지역단위 양분관리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양분수지 지표는 질소수지가 212㎏/㏊, 인수지가 46㎏/㏊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각각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양분수지 지표란 농업생산에 사용된 비료 성분 중에서 작물에 흡수되지 못하고 대기 또는 하천으로 유출되는 비료 성분의 양이다.



이처럼 양분수지가 높다는 것은 우리나라 농촌현장에서 양분이 과다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정부는 지역단위 양분관리 제도를 통해 농경지 비료 투입량을 줄임으로써 비료의 하천 유입이나 온실가스 배출 등 비료 사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농업환경 오염문제를 직접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하지만 농경지에서의 양분 과다 문제를 농업이나 농민들의 문제로만 봐선 안된다. 우리나라가 1970∼1980년대 고도성장을 이룩하는 과정에서 집약적인 고투입 농업 방식의 도입이 불가피했다. 안정적인 식량자원 확보 등 국가 산업을 성장시킬 견인차 역할을 우리 농촌현장에서 했다는 점 역시 간과해선 안되는 지점이다.



현재 농업환경의 오염문제는 크게 두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농약과 같이 과거 농업에 사용하지 않던 이물질에 의한 오염문제다. 농약으로 인한 환경문제는 사용량과 잔류량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둘째는 질소·인과 같이 과거부터 사용해오고 있으나 과다한 사용으로 농업환경에 축적되면서 발생하는 오염문제다. 질소·인과 같은 비료 성분은 농약과 달리 사용량을 줄이는 방법 외에도 ▲완효성 비료 사용을 통한 작물의 비료 이용효율 개선 ▲토양 속 유기물의 증진을 통한 비료 성분 유출 저감 등 농업환경 내에서 비료 성분의 순환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



정부가 도입하고자 하는 지역단위 양분관리 제도에는 단순히 농경지 비료 투입량을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위와 같은 다양한 대책이 도입돼야 한다. 비료 성분의 오염 특성을 고려해 양분 사용 저감의 주체인 농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농경지 양분 투입 저감은 작물이 이용할 수 있는 양분이 감소해 농업생산성 감소라는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농경지 양분 투입 저감에 따른 환경적 편익효과와 작물생산성 감소 영향을 분석하는 과학적 방법론의 마련도 필요하다. 양분관리 제도 도입에서 과학기술 역할을 기대해본다.



윤영만 (국립한경대 식물생명환경과학과 교수)

 

 

<2021년9월27일 농민신문 기사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