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수출제한 조치에 따른 공급망 교란과 영향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식량위기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세계 각국이 식량 보호에 나서고 있다. 특히, 수출금지, 허가제, 관세 조정 등의 수출제한조치가 식량 안보 확보를 위한 핵심 조치로써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식량을 수입하여 이를 주로 가공·소비하는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어 국제 식량 공급망 교란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2020년 기준 국내 산업에서 사용하는 원료 곡물의 79.8%를 수입하고 있으며, 주요 식량인 소맥·옥수수·팜유·대두유의 국내 자급률은 0~1%에 불과하다. 국내 곡물 재고량도 2017년 450만 톤에서 2021년 300만 톤으로 감소하였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식량 안보 데이터를 상세히 구축하여 공개하지 않고 있어 신속하고 적절히 대응이 가능하도록 식량 안보 안정성 부문의 개선이 필요하다.

 

2022년 식량과 비료에 부과된 수출제한조치는 57건에 달하며, 이 중 45건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부과되었다. 이중 소맥(18건), 옥수수(6건), 팜유(7건), 대두유(10건) 관련 수출제한조치가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현재 수출제한조치로 영향을 받는 식량·비료는 세계 전체 수출량의 16.9%로, 2007-2008년 세계 식량 가격 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당시보다 수출제한조치의 부정적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제한조치는 식량 공급망을 교란하여 무역수지, 기업 채산성과 인플레이션 악화를 유발한다. 2022년 4월 국제 곡물·유지 가격은 연초 대비 20.6%, 27.8% 상승하였으며, 특히 원화 기준 국내 식량 가격은 달러 기준보다 10% 이상 크게 상승하여 관련 업계와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반면 가공 산업의 원재료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완제품 가격 인상이 쉽지 않아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제한조치 부과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식량 물량은 전체 수입량의 11.6%(칼로리 기준) 가량이나, 수출제한에 의한 국제 가격 상승이 수입 식량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료 역시 수출제한조치로 가격이 상승하고 도입 물량이 감소하면서 식량 부문에 적지 않은 파급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관분석 가격파급효과 분석에 따르면, 수출제한조치로 상승한 식량과 비료 수입가격이 농림수산품과 음식료품 대부분 품목의 물가 상승을 연쇄적으로 초래하였다. 수출제한 이후 곡물, 유지 및비료 가격이 각각 45%, 30%, 80% 상승함에 따라 사료(13.6%), 축산(8.2~8.4%), 육류(6.0%), 가공 식료품(6.1%)의 가격이 가장 많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곡물·식량작물과 채소·과실의 가격도 각각 3.9%, 3.2% 올라 농산품 가격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우리나라가 사전 대비하기 어려운 지정학적·국제적 요인에 의해 크게 변동하는 국제 식량 공급망 교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식량 안보·공급망 관련 데이터를 구축하여 위험 품목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체 공급선 마련 등의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식량 자급률 제고와 해외 농업개발이 안정적 식량 공급망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 특히 해외 농업개발의 경우,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수요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식량을 공급할 수 있으며 해외에 우리나라로 연결되는 식량 유통망을 구축하여 안정적인 물량 조달이 가능하다. 우리 기업의 국내외 식량 생산 및 유통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는 자금 지원, 전문인력 양성과 정보 제공에 힘써야 하며, 국내 기업도 해외 직접·위탁 생산 확대나 해외 유통 터미널 지분 매입, 합작 투자 등 노력이 필요하다.

 

<2022.6.20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