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자급률 높여 쌀 풍년시름 없애자”= 
이은용/강화군농업기술센터 사회지도과장 
 
  
‘다가오는 식량위기’, ‘국제 곡물가격 심상찮다’, ‘애그플레이션 공포’, ‘쌀 대란 오나’, ‘한국 식량전쟁 속수무책’, ‘곡물전쟁, 위기를 기회로 삼자’... 

1년 전, 애그플레이션으로 오는 세계적인 식량위기를 우려하는 언론보도의 기사제목들이다. 식량의 위기-대란-전쟁으로 이어지는 섬짓한 용어다. 그만큼 식량은 생명과 같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으로 식품가격이 상승하고, 곡물을 원자재로 하는 요식업, 가공업, 공업 등 관련부문에도 파급영향을 미쳐 인플레이션을 심화시켰다. 이러한 영향은 전방위적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것이어서 식량자급율이 26.2%(2008년 통계청 자료) 밖에 안 되는 우리나라는 심각한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1년 후, 지난 6일 통계청의 2009년 쌀 예상 생산량조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올해 예상 쌀 생산량은 468만2000톤으로 추정했다. 이는 대풍이었던 전년에 비해 16만1000톤(3.3%)이 줄었으나, 평년 보다 11만7000톤(2.6%)이 늘어난 수치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쌀 재고량이 늘어나 현지 쌀 가격이 폭락한데다가, 쌀을 팔지 못한 일부 성난 농민들이 벼를 갈아엎는 사태까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쌀 공급 부족에 의한 가격의 폭등이 원인이 된 것이 아니라, 쌀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의 폭락이 원인이다. 묘 하게도 1년 전과는 정 반대의 현상이 발생된 것이다.  

쌀 재고증가의 주요 원인은 국내 쌀 소비량이 매년 줄어들어 지난 해 1인당 쌀 소비량이 75.8kg 밖에 안 되었고, WTO 쌀 재협상결과에 따라 2005년 19만 톤을 시작으로 매년 의무 수입량이 늘어 지난 해 만도 26만 톤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매년 30~40만 톤 씩 보내던 대북 쌀 지원이 중단된 것도 한 몫 했다. 

그러면 주요 선진국의 식량자급율은 어떠한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토지가 광활한 미국의 경우 129.4%, 카나다는 143.5%이다. 비교적 토지가 광활하지 않은 프랑스의 경우도 190.6%나 되었고, 인구 과밀지역 중의 하나인 독일의 경우도 116.4%나 된다. 유럽에서 자급율이 비교적 낮은 국가인 영국도 100.0%이며, 이탈리아만 82.2%에 머문다(이상 2005년 기준). 우리나라의 개발 모델이 되고 있는 일본의 경우는 1970년대에 자급율이 60%대 였던 것이 계속 하락하여 현재 30.7%에 머무르고 있어, 식량자급율 상향이 농정과제의 최우선이다. 

이와 같은 통계는 자급율이 낮은 우리 농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선진국가 치고 식량자급율이 낮은 나라는 없다. 진정한 선진국이란 자국에서 생산된 식량을 자국민이 먹고 남는 것을 수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선진국이 되려면 식량자급율이 높아야 한다”라는 가정이 성립된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되기 위해 식량자급율을 높여야 한다. 

쌀만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자급율은 93.9%다. 이 역시 완전 자급에는 못 미친다. 쌀이 좀 남는 다고해서 허둥지둥 대어서야 되겠는가· 우선 차분하게 눈앞에 닥친 재고량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다행히 최근 정부는 재고 쌀 소비대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쌀을 주 재료로 하는 라면, 국수, 주류, 제과 등 각종 가공품을 적극적으로 개발·장려하고, 군대급식을 라면 대신 쌀국수 공급을 늘리며, 쌀케익을 제공하는 등 새로운 소비대책을 시행한다고 한다.     

따라서 민족의 생명 줄인 식량자급율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쌀 소비증대 정책을 농림수산식품부의 최우선과제로 해야 한다. 그리하면 쌀 소비가 늘어나 쌀값 폭락이 없어지고, 농가 소득이 높아져서 농민의 쌀생산 의욕이 높아질 것이다. 이제 풍년농사를 계기로 쌀값 폭락을 걱정할게 아니라 식량자급율을 확대하여 농업·농촌 도약의 기회로 삼자. 


< 한국농어민신문 2009/10/19일자 기사내용 인용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