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현해남]
 = 비료는 좋은 농산물 생산하는 안전한 부품돼야 = 
현해남 제주대 생명자원과학대학장


농산물을 만드는 부품 중 첫째는 비료다. 양분을 잘 흡수하고 농산물이 잘 커야 상품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농산물도 삐쩍 마르고 쭈글쭈글하다면 구매할 소비자는 없다.

농산물의 부품인 비료는 자동차의 엔진과 같은 가치가 있다. 엔진이 없으면 차가 움직이지 못하듯이 양분이 없으면 농산물이 바르게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료는 자동차의 부품처럼 소중하고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자동차는 무려 2만6,000여개의 부품이 모아져서 만들어진다. 그중에 하나만 어긋나도 문제가 발생한다. 세계적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를 주저앉게 만든 것도 브레이크 페달 발판이라는 작은 부품의 결함이었다. 비료도 조그마한 결함이 품질을 낮추고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게 만든다.

소비자는 자연에서 온 비료를 좋아한다. 안전성이 높기 때문이다. 화학비료의 원료도 대부분 자연에서 얻은 물질을 가공한 것이다. 인산비료는 인광석이라는 암석을 가공한 것이다. 칼리비료는 칼리광석을 가공한 것이다. 질소비료는 자연에서 왔는지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천연가스에서 만든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화학비료의 원료도 모두 자연에서 얻은 것이다.

가축분퇴비는 수천년 전부터 비료로 사용해 안전성이 입증됐다. 미생물제제, 광물질비료, 유기질비료는 화학비료가 개발되기 전부터 사용해 온 비료들이다. 이들 농자재는 모두 비료를 만들 목적으로 자연에서 얻은 것이다.

그러나 음식물류 폐기물은 퇴비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가축분이나 지렁이분과 같이 생물이 1차 소화시키고 부숙시킨 것도 아니다. 원래 음식물류 폐기물이 가야 할 곳은 쓰레기 매립장이거나 바이오에너지이다. 절대로 농경지가 아니다.

차를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는 기름이다. 기름에 물을 섞으면 차가 제대로 성능을 발휘할 수가 없다. 비료도 마찬가지이다. 처리할 방법이 없다고 음식물류 폐기물로 퇴비를 만들어 농경지를 뒤덮어서는 안된다.

지난 5월12일자 〈농민신문〉 시론에서 음식물류 폐기물의 문제점을 지적하자마자 필자에게 온갖 항의전화와 내용증명과 민원이 빗발쳤고 더 심한 얘기도 들었다. 그러나 우리 농업인에게 폐기물로 만든 퇴비로 농산물을 키우라고 할 수는 없다.

음식물류 폐기물 처리업자가 주장하듯이 음식물류 폐기물 퇴비가 효과가 좋고 안전하다면 ‘음식물류 폐기물 퇴비’라는 이름으로 팔면 된다. 가축분퇴비 또는 일반퇴비라는 이름으로 가축분에 음식물류 폐기물을 섞어 농업인에게 팔아서는 안된다.

농식품부가 가축분퇴비와 음식물류 폐기물이 혼합된 퇴비를 차별화하는 정책은 잘한 정책이다. 차별화해야만 좋은 가축분퇴비를 만드는 회사가 많아지고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물류 폐기물의 처리는 환경부가 맡아서 처리할 문제이지 농식품부가 떠맡아야 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래서 음식물류 폐기물이 가야 될 목적지는 쓰레기 매립장이거나 바이오에너지 공장이지 농경지로 들어와서는 안된다. 농경지는 쓰레기 매립장도 아니고 쓰레기 매립장이 돼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hnhyun@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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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민신문 2010/06/23일자 기사내용 인용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