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 유통현황과 개선방안 세미나/주제발표] 화학비료 절감정책 개선방안 
  
 
  현해남 제주대 교수 
 
곡물자급률 상향…비료 장려정책 필요


　화학비료는 과거 국내 농업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존재였다. 화강암 중심의 척박한 토양에서 농산물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화학비료의 필요성이 매우 컸다. 해방 전인 1930년에 건설된 흥남비료공장은 1939년 국내 총생산량의 90%인 64만1,000t을 생산할 정도로 절대적 지위를 가졌다. 그러나 분단 이후 화학비료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면서 1950년에는 연간 70만t 내외를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화학비료 공장 건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비료 사용을 적극 장려하는 정책이 추진됐다. 1962년부터 1987년까지 재정에서 부담한 화학비료 적자보전액이 1조249억원에 달했다. 이어 1991년부터 2005년까지 농협이 화학비료를 구입해 농가에 공급한 가격의 차이를 보전해 준 차손보전액이 1조2,222억원이었다.

　이 같은 화학비료 중심정책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화학비료 사용량은 1990년 1㏊당 458㎏에 달할 정도로 정점에 다달았다. 이후 상황이 역전되기 시작했다.

　화학비료 지원재정 부담에다 친환경농업 육성정책이 본격 추진되면서 이전과는 반대로 비료사용을 줄이려는 정책변화가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화학비료 사용량이 5위에 달한다며 과다 사용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적으로 이뤄진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향후 곡물자급률 목표치의 하향계획을 2007년 발표하면서 화학비료 절감정책은 더 당위성을 얻게 됐다. 실제로 2008년 1㏊당 311㎏였던 화학비료 사용량은 2010년 218㎏으로 25% 줄었다.

　그 결과 비료업계는 원자재가격이 계속 상승하는데 비해 사용량은 크게 줄어들면서 가동률이 60%를 밑돌 정도로 경영이 악화됐다.

　이에 따라 미래를 고민하지 않은 곡물자급률 목표치 설정과 국내 농업실상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비료 절감정책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OECD 30개 국가 중 27위로 사실상 최하위다. 

화학비료 사용량 5위라는 지적도 경지이용률을 감안하지 않은 단순 사용량을 비교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2기작을 기준으로 보면 독일과 비슷한 수준에 그친다.

　2010년 후반기부터 곡물자급률 상향조정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 7월 목표치를 2015년 30%, 2020년 32%로 재설정하기에 이르렀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10조원 수준의 예산을 투입해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따라서 이제는 곡물자급률 상향조정에 맞춰 화학비료 절감정책을 수정해야 할 시점이 됐다. 즉 식량자급률 포기 또는 화학비료 장려정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지난 7월 정부가 재설정한 2015년 곡물자급률 목표치 30%는 지난 2000년(29.7%)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맞춰 내년도 1㏊당 211㎏인 화학비료 절감 목표를 변경해 2000년 화학비료 사용량 수준인 382㎏로 높이기 위한 장려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런 전제하에 앞으로 비료산업을 장치산업 개념에서 연구·개발 중심으로 체제를 개편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단순한 원료 배합에서 사회와 농업인이 요구하는 제품 개발에 전념해야 한다는 뜻이다. 농산물 안전성 제고 비료, 환경지속성지수 개선 비료, 식품 기능성 향상 비료가 그러한 예가 될 수 있다.

　우량농지의 감소와 농경지 확대 불가능, 농업인구 고령화 등 우리 농업환경의 변화는 농산물 생산성 향상과 곡물자급률을 높이는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화학비료 절감정책을 수정하고 적극적인 장려책을 펴는 방법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음을 정책당국자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승인 기자 silee@nongmin.com 
 
< 농민신문 2011/09/07일자 기사내용 인용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