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 유통현황과 개선방안 세미나/토론회 주요내용] “화학비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개선방안 고민을” 
 좌장=김계훈<서울시립대 교수>


　비료업계와 학계 관련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이번 세미나에서는 비료 사용량 감소로 비료산업이 사양산업으로 접어들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함께 이를 헤쳐나가려면 농민에게 부담이 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화학비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없애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계훈 서울시립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이날 토론 주요내용을 간추린다.

　◆신영호 농협중앙회 비료팀장=농협중앙회 입장은 농민을 우선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공장 가동률이 60%로 떨어졌으니 식량자급률 목표치에 맞춰 화학비료 사용량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은 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정책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인데, 농민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동안 한번 사용하던 비료를 두 번 사용하면 그만큼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다. 비료 사용량에 관한 문제는 농민의 입장을 우선으로 해 어떤 식으로 해결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한편 가격 경쟁에서 업체끼리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또 비축구매는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각 회사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검토해서 가장 좋은 방안이 나오도록 협의하겠다. 맞춤형비료의 취지는 맞추자는 것이다. 너무 범용화하면 맞지 않는 부분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시비에 문제가 없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 최저입찰가격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제도 개선은 법적인 문제가 따른다. 농업인에게 손해가 없고 업체도 손실이 없도록 고민해야 한다.

　◆이광하 농촌진흥청 농자재관리과장=화학비료 장려정책은 정부의 비료절감 정책과 대치되어 무리가 있다. 화학비료뿐 아니라 전체적인 비료산업을 함께 놓고 봐야 한다. 작물이 요구하는 품종, 토양의 잠재능력, 그에 맞는 비료량 등 종합적인 검토가 전제돼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부터 비료 공정규격, 유기질비료와 퇴비 공정규격을 고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성과도 거두고 있다. 침체되어 가는 비료산업과 관련해서는 업계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기능성 작물에 어떤 비료가 필요한지, 그 비료는 어떻게 만들지, 어떤 연구가 필요한지를 지적한 것은 좋은 의견이다. 내년에는 비료 공정규격을 전반적으로 손볼 계획이다. 화학비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바꿀 방안은 없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비료를 유기질비료와 무기질비료로 구분하고 이를 혼합한 새로운 비종을 만드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김병찬 김우남의원 보좌관=화학비료 문제를 떠나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생산면적 증가로 생산량이 늘어나고 생산량에 대한 국내수요가 늘어난다면 비료 사용량도 늘어날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식량자급률 목표 상향을 위한 과제와 투자 재원을 보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농지를 보존해 농지의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데 운영농지를 보존하겠다는 것밖에 없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을 늘리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단지 이모작을 증가하고, 겨울철 유휴 농지를 활용하는 정도다. 중요한 것은 투자재원이다. 2011년 대비 2012년부터 매년 1,800억원씩 증가해 9년 동안 1조6,000억원 정도가 증가하도록 재정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나와 있지만 자세히 보면 융자가 1억2,000만원 늘고 보조금은 오히려 6,207억원이 감소한다. 

실질적으로 따진다면 재정투자를 줄이는 정책이다. 재정투자를 해도 식량자급률이 계속 내려갔는데, 지금보다 재정투자를 줄이면서 어떻게 식량자급률을 높일 것인가.

　지난 8월 말 농식품부 상임위원회에서는 우리 식량자급률 목표치 말고도 추진개혁과 재원 조달방안을 세우라는 내용의 법안을 개정했다. 비료에 관한 문제도 재검토해야 한다. 식량자급률을 높이려면 화학비료뿐 아니라 비료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또 적정시비량에 대한 개념과 그 지표는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궁금하다. 비료 회사는 공개입찰을 농가의 생산비를 증가시키지 않는 선에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상건 국립농업과학원 토양비료관리과장=식물은 땅이라는 물리성에 기반을 두고 양분을 공급받는다. 화학적으로 만든 무기질비료와 자연 상태에서 나오는 유기질비료라는 차이뿐 식물이 요구하는 것은 똑같은 양분이다. 그런데 친환경농업은 유기농업으로만 인식한다. 농산물우수관리제(GAP)는 환경에 부담을 덜 주고 작물생산성을 고려하는 것이다. 학계 입장에서는 비료를 제대로 쓰는 것도 친환경농업이다.

　농진청에서는 표준시비량을 만들고 있는데, 과거에는 시비량이 최대 생산량에 기준이 맞춰져 있었지만 현재는 환경과 작물 생산성을 고려해서 만든다. 작물의 입장에서는 화학비료나 유기질비료나 양분을 빨아들인다는 점에서는 같다. 다만 유기질비료는 양분 공급과 함께 토양의 물리성을 개량해 작물이 건전하게 자라게 한다.

　◆국두표 남해화학 비료사업본부장=비료는 3~6월에 70% 정도 소비되기 때문에 그전에 비축을 해두어야 한다. 12월 말 입찰이 끝나면 수급량을 맞추기 힘들므로 입찰 기간을 당겨 주었으면 한다. 연간 구매물량을 40% 정도는 비축할 수 있도록 미리 언질을 해주면 좋겠다. 

현재 맞춤형 비료는 30여종으로 1종류가 4,000~1만t 미만이다. 적은 물량을 생산하게 되면 생산 원가가 많이 들어가므로 2만t 이하는 통폐합시켜 주었으면 한다. 이로 말미암아 절감되는 부분은 비료 가격인하에 사용하겠다.

　◆류희진 비료공업협회 전무이사=작물에 비료를 더 주면 생산량이 얼마나 더 늘어나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비료 소비량이 늘어나게 되면 식량자급률이 높아진다는 것에 대한 근거가 될만한 자료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한편 기능성 비료를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회사가 없다. 기능성 비료를 생산하려면 적절한 가격이 형성되어야 하고 회사로서는 적자를 보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투자도 가능하다. 이를 해결하려면 가격입찰제에 대한 내용이 바뀌어야 한다. 제도 자체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비료산업이 사양산업으로 갈 수밖에 없다.

　◆현해남 제주대 교수=화학비료 사용량을 늘리면 농가 부담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예전처럼 농협이나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업계가 어떤 방식으로 대처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 화학비료 사용량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 이대로 간다면 문을 닫는 회사가 생길 수도 있다.

　현재는 화학비료와 유기질비료, 퇴비를 명확하게 구분해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농진청에서 나오는 표준시비량도 퇴비와 유기질비료에 한정해 표기하고 화학비료에 대한 설정 기준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화학비료, 유기질비료를 상호보완적으로 사용하도록 연구하는 것은 토양비료학자들의 책임이다.

　◆박기환 농촌경제연구원 박사=경쟁입찰에 상·하한제를 두거나 지정입찰제를 시도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지만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경쟁입찰은 품질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업계가 전반적인 어려움에 봉착해 있으므로 농협, 업계, 학회, 농민단체가 모여 합의하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윤식 농식품부 친환경농업과 사무관=농업인과 비료업계가 함께 성장하고 윈·윈할 수 있는 체계로 가는 게 중요하다. 화학비료 기준치를 1㏊당 382㎏으로 조정하는 것은 어렵다. 식량자급률은 화학비료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비료와 관련해 고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게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화학비료를 활성화하고 적정량을 투입하려면 예산확보가 필요하다. 농식품부 예산을 보면 맞춤형비료나 무기질비료, 토양개량제 등에 배정된 예산이 적지 않다.

　이인아 기자 inahlee@nongmin.com 
 
< 농민신문 2011/09/07일자 기사내용 인용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