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현해남] 곡물자급률과 화학비료 장려정책의 함수 
현해남 제주대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


x가 변하면 y도 변하는 것을 함수라고 한다. 경작면적이 넓을수록 생산량이 증가하는 것도 함수다. 곡물자급률과 화학비료와의 관계도 함수다. 화학비료는 생산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1930년 흥남에 처음으로 현대식 비료공장이 만들어졌다. 9년 후에는 한반도 총생산량의 90%인 64만t을 생산했다. 분단 이전에는 흥남비료공장의 유안을 얼마나 배정받느냐에 따라 남한의 먹고사는 문제가 좌우되었다.

그 후 60년 세월이 흐르면서 남한과 북한의 화학비료 사정은 역전되었다. 1999년에 처음으로 북한에 15만t이 조금 넘는 비료를 지원하여 지금까지 255만t을 지원했으니 남한 비료로 수백만명의 굶주림을 해결한 셈이다.

금처럼 귀해서 금비(金肥)로 불렸던 화학비료가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된서리를 맞았다. 경지면적당 화학비료 사용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5위이며, 토양양분이 과다한 농경지가 많아 화학비료 사용을 감소시켜야 된다는 농식품부 주요 정책이 나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2007년 식량자급률 자문위원회가 2015년 곡물자급률을 25%로 하향 목표를 세우면서 화학비료 사용량도 2008년에 비해 2012년에 30%를 감축한다는 계획이 농식품부의 중심정책으로 자리 잡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2012년 화학비료 절감목표인 1㏊당 211㎏은 2000년에 비해 45%나 줄어든 것이다. 그래도 할 수가 없다. 곡물자급률 목표를 2010년의 26.7%보다 낮게 잡았기 때문에 낮게 설정된 곡물자급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화학비료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농업인 1인당 경지면적은 우리보다 독일이 15배, 프랑스가 28배나 넓다. 곡물자급률도 독일이 148%, 프랑스가 239%를 넘는데, 우리는 겨우 26%를 조금 넘는다. OECD 곡물자급률 최하위인 이런 나라가 곡물자급률 목표를 더 낮게 잡는 중심정책을 추진했으니 비판이 없을 수 없었다.

언론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의 질타를 받고서야 지난 7월 곡물자급률을 2015년까지 30%로 높이겠다는 정책으로 수정하였다. 곡물자급률 30%는 10년 전인 2000년과 비슷한 수치이다.

곡물자급률은 글로 목표를 세운다고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곡물을 생산할 수 있는 농경지와 농업인, 농자재가 필요하다. 지난 10년 동안 농경지 면적은 8% 이상, 농업인구는 23% 가까이, 화학비료는 39%나 줄었다. 이런 여건에서 화학비료를 더 감축시키면서 곡물자급률을 10년 전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하면 누가 들어도 비웃을 일이다.

화학비료를 장려한다고 친환경농업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생산량을 높이는 것과 안전성을 추구하는 것은 지향하는 목표와 대상 소비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관행농업과 친환경농업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서로 균형을 맞추며 발전해야 하는 별개의 함수이다.

그동안의 화학비료 감축정책을 한순간에 장려정책으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화학비료 감축정책을 펴도 곡물자급률을 10년 전의 30% 수준으로 높일 수 있는지는 계산해 봐야 한다. 아니면 현재 사용량을 얼마나 높이고 어떤 지원정책을 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도 따져 보고 화학비료 감축정책을 장려정책으로 수정해야 한다. 곡물자급률과 화학비료 사용량은 서로 떼려고 해도 뗄 수 없는 불가분의 함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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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민신문 2011/09/23일자 기사내용 인용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