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포럼]식량안보의 위기

정덕교 한국농업경영인 강원도연합회장

 

지금 농업은 혼돈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4%를 밑돌았다. 5,000만 국민이 먹는 식량의 76%가 수입농산물이다. 하지만 재고량 증가로 수확기 쌀값은 폭락했고, 올여름 배추가격은 생산량 감소로 폭등했다. 이처럼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손해를 보는 상황은 FTA 확대로 수입농산물이 밀려들면서 정부의 수급조절 능력이 상실됐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자급률 100%를 넘어선 쌀의 재고량이 급증하는 것은 FTA로 의무수입량이 매년 40만8,700톤 이상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 물량은 강원도 쌀 생산량의 250%다. 1인당 쌀 소비량은 30년 전 130㎏에서 지금은 68㎏으로 반 토막이 났다. 정부는 이때 기준으로 설정한 농업진흥지역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 논인 농업진흥지역은 농업 외에는 어느 것도 할 수 없다. 최근에는 쌀값 하락으로 논이 밭으로 전환되면서 전반적인 농산물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올해 배춧값이 폭등했지만 농업인들이 돈을 번 것은 아니다. 평년에 5톤 트럭 기준으로 30대를 생산할 면적인 9,500㎡에서 올해는 12대 정도 생산됐기 때문이다. 농업인 전체소득은 평년과 비슷하고 소비자들만 비싼 배춧값을 지불한 것이다.



중국에서 연간 25만 톤의 김치가 수입되고 있으며 이것은 강원도 배추생산량의 87%에 해당한다.



미국 중국 등 50여개 국가와 FTA를 체결해 경제영토를 넓혀가는 정부의 개방화 정책의 가장 큰 피해는 농업 분야다. 농업인들은 지금의 경제성장의 근간이 된 근대화에 상당한 역할을 담당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피해를 입고 있다. 농업인들은 1970년대에는 증산을 목표로 하는 녹색혁명을 성공시켜 배고픔을 해결했고, 1980년대에는 비닐하우스로 연상되는 백색혁명을 성공시켜 국민이 4계절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이 시기에 어려운 농촌을 떠난 젊은이들은 도시에 값싼 노동력을 공급했다. 이를 바탕으로 1970년대 중화학공업 중심의 근대화가 진행됐고 성공하면서 오늘의 경제성장을 이루는 바탕이 된 것이다.



근대화의 성공을 위해서는 낮은 임금과 낮은 농산물가격으로 근로자들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이 필요했다. 문제는 아직까지도 그때 기준으로 농산물가격을 보는 것이다. 1970년대 가계소득에서 식료품비 비율은 50%가 넘었지만 지금은 1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새로운 설정이 필요하다. 4인 가족이 한 달 동안 먹을 수 있는 쌀 20㎏ 가격이 4만6,000원 정도로 한 사람 한 달 휴대폰 요금 정도다.



식량안보는 대단히 중요하다. 식량이 조금만 부족하고 공급되지 못하면 인간의 생명은 1주일을 버티지 못한다.



농업인들은 내년 봄이 되면 어떠한 시련이 있더라도 또 씨를 뿌리고, 가꾸고, 수확한다. 농업인들은 이것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는 농업인들이 주장하는 무역이득공유제 등 우리 농업을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추진해 농업인과 소비자가 함께 이익을 공유하는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해야 할 시기가 왔다.

 

※ 2016년 11월 10일 강원일보 기고내용 인용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