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생산조정제’ 충분한 예산확보가 첫단추

 

　최근 4년 연속 쌀 생산량이 수요량을 크게 웃돌면서 쌀 수급을 인위적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쌀산업을 둘러싼 여건상 ‘구조적 공급과잉’이 쉽사리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8일 서울 중구 LW(엘더블유)컨벤션에서 ‘쌀 수급불균형,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같은 날 국회 의원회관에선 쌀 생산조정제 도입 필요성과 올바른 추진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 주최로 열렸다.







　◆왜 필요한가=쌀 공급과잉이 표출된 이유는 소비 감소가 생산량 감소를 앞질렀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동안 1인당 쌀 소비량은 연평균 2.5%씩 감소했지만, 생산량은 1.3%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정부는 올해 지자체 협조를 통해 벼 재배면적 3만㏊ 감축을 시도했지만, 실제 감소면적은 자연감소 수준인 2만㏊에 그쳤다.



　김태훈 농경연 곡물관측실장은 “직불제·기반시설·기계화 등 쌀 관련 정책과 제도가 탄탄하다 보니 밥쌀 재배농가들이 다른 품목에 눈을 돌리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수급을 맞출 방법이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정부가 매번 공급과잉 물량을 격리하기도 벅찬데다 격리물량을 처리할 곳도 마땅치 않다. 또 묵은쌀 사료화 처분·해외원조·대북지원 같은 재고처리 방식은 막대한 재정손실은 물론 실현 가능성도 높지 않다.



　조가옥 전북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소비량에 맞춰 쌀 생산량을 조절하는 사전방식은 쌀값 안정이나 정부재정 절약 측면에서 격리 같은 사후방식보다 효과가 훨씬 높다”며 “논의 형상을 유지하면서 밥쌀 외의 사료·식량작물을 재배하면 곡물자급률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산부처 반대 넘어야=농림축산식품부는 단기적 공급과잉을 막을 방법으로 생산조정제만 한 게 없다며 3만㏊ 시행 목표로 904억원의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신청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올 연말 직불제 개편과 함께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정부예산안에 한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생산조정제 예산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관련 예산을 다시 편성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넘겼다.



　김현권 의원은 “예결위 소속 여야 의원 모두 생산조정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으며, 기재부 입장 변화도 감지된다”고 말했다.







　◆추진방향은=생산조정제는 과거 2차례 시행된 적이 있다. 휴경을 조건으로 2003~2005년 시행된 제도는 곡물자급률 향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과 함께 농지 황폐화 문제를 낳았다. 2011~2013년의 논 소득기반 다양화사업은 대체작목이 콩·대파 같은 몇몇 작목으로 쏠리는 부작용이 뒤따랐다.



　조가옥 교수와 김종인 농경연 부연구위원은 가격하락 위험이 적은 사료용 쌀 재배를 장려하자고 제안했다. 일본은 논에 쌀 대신 사료용 쌀이나 제분용 쌀을 생산하는 농가의 직불금을 확대하는 ‘논 활용 직접지불교부금제도’를 2014년 도입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우리와 쌀산업 구조가 비슷한 일본도 다른 이름으로 생산조정제를 운용하면서 수급을 조절한다”고 했다.



　권승종 국립식량과학원 박사는 직불금 지급 중단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옥수수·총체벼 중심의 생산조정제를 시행하고, 장기적으로는 쌀 수확량이 10%가량 줄어드는 맥류 중심의 이모작 체계로 농가소득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류준걸 <농민신문> 편집국장은 “단순 소득보전 차원보다는 집단화·규모화를 통한 생산·유통·판매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형태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밭작물 기계화사업 같은 다른 사업과 연계하면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2016년 11월 21일자 농민신문 기사내용 인용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