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산업 혁신 경쟁… 농화학 기업들, 첨단 비료 개발에 온힘]



- 기능성 비료로 성분 서서히 공급

시간 지나면 캡슐에 미세한 구멍, 삼투압 원리로 조금씩 내보내… 최대 2년까지 조절 가능



- 新種 배추 '베타후레쉬' 큰 인기

항암 효과 있는 베타카로틴, 일반 배추보다 150배 함유… 당도 높고 아삭한 식감

 

'바이오(bio) 산업'에서 혁신 경쟁이 뜨겁다. 국내에서는 삼성·SK·LG 등이 바이오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바이오 산업은 업종에 따라 흔히 크게 3가지 색깔로 세분화된다. 붉은색(의약)과 흰색(친환경 에너지), 그리고 녹색(농업).



그동안에는 붉은색과 흰색이 바이오 산업을 이끌었으나, 최근엔 녹색에서 신기술 개발과 더불어 연구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녹색(농업)에서 초점을 맞추는 건 단위 면적당 농작물 생산량을 늘리는 기술이다. 기후변화 영향 등으로 경작지가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환경보호와 건강 증진을 노리는 친환경 농산물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이번 추세에 발맞춰 팜한농 등 글로벌 농화학 기업들이 주력하는 건 '용출(溶出) 제어형 비료(CRF)'로 대표되는 첨단 비료와 신품종 개발이다. 그중에서도 'CRF(Controlled-release fertilizer)'는 질소·인·칼륨 등 비료 성분이 오랫동안 서서히 작물에 공급되도록 하는 첨단 비료다. 물에 타서 살포하거나 분말 형태로 뿌리는 기존 비료는 보통 한번 뿌리면 효과가 20일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 비에 씻겨나가거나 땅속 깊은 곳으로 스며들어 작물이 비료 성분을 흡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비료를 더 많이 더 자주 뿌릴 수밖에 없었다.



CRF는 이런 일반 비료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됐다. 캡슐을 이용해 비료 성분이 서서히 빠져나도록 하는 게 핵심. 이 캡슐은 폴리에틸렌이나 폴리우레탄, 라텍스, 아크릴 등 고분자화합물을 섞어서 만들고 표면에 수중기만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미세한 구멍들을 뚫는다. 구멍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도록 제작됐는데 캡슐 성분을 적절히 조정하면 구멍이 커지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구멍이 커지면서 그 속으로 물이 들어간다. 비료 성분이 그 물에 녹은 후, 삼투압 원리에 의해 캡슐 밖으로 나온다. 캡슐을 어떤 성분으로, 어느 정도 두께로 만드느냐에 따라 미세한 구멍이 생기는 속도와 양에 차이가 난다. 이를 이용해 비료 성분이 밖으로 나오는 속도를 제어할 수 있다. 비료 성분이 캡슐에서 나오는 기간은 최소 30일에서 최대 2년까지 조절할 수 있다.



통상 벼를 재배할 때 최소 3~4회 비료를 뿌려야 하지만, CRF를 이용하면 한 번만 뿌려도 된다. 벼의 생육 단계별로 필요한 시기에 알맞게 비료가 녹아 나오도록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농업 시장 조사기관 '호티컬처'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CRF 시장 규모는 27억4000만달러(약 3조3000억원)에 달한다. 2021년까지 매년 7%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 CRF를 뿌리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작물의 뿌리가 다치지 않도록, 바로 옆 토양에 CRF를 심는 것이다. 또 씨앗을 심을 때, 바로 그 아래에 CRF를 같이 뿌리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되면, 씨앗이 발아해 자라는 동안 CRF가 뿌리 바로 아래에서 지속적으로 양분을 공급해 줄 수 있다. 이런 신기술로 비료가 작물에 흡수되는 비율이 급격히 올라갔다. 일반 비료는 비료 성분의 약 9%만 작물에 흡수됐다. 하지만 뿌리 바로 아래에 처리한 CRF의 경우, 비료 성분의 약 83%가 흡수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비료를 적게 쓰고도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어, 환경 보호에도 큰 도움이 된다. 논 1000㎡를 기준으로 일반 비료는 70㎏가 필요하지만, CRF는 15㎏면 가능했다. 비료 살포 시간도 일반 비료는 83분이 걸렸으나, 일부 CRF 비료는 2분이면 충분하다.



이 때문에 CRF는 부족한 농촌 일손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최근 CRF는 곡물·과일 같은 식용 작물뿐 아니라 잔디나 원예 작물 등까지 사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CRF의 가격은 일반 비료와 비교해 2~3배 높다.



농화학 기업들은 새로운 종자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전에는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병충해 등에 강한 종자를 만들었으나, 최근엔 더 많은 영양소를 함유한 작물들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최근 김장철을 앞두고 인기를 끈 기능성 배추 '베타후레쉬'가 대표적이다. 농화학 회사 팜한농이 개발한 이 배추는 비타민A 생성을 돕는 성분으로 항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베타카로틴'을 일반 배추보다 최대 150배 가까이 함유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당도가 높고 아삭한 식감도 뛰어나다는 평을 얻었다. 배춧속도 주황색이어서 옅은 노란색 일반 배추보다 보기에도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가격이 일반 배추보다 2배나 비쌌지만, 큰 인기를 끌었다.

※ 2016년 12월 27일자 조선비즈 기사내용 인용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