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화학, 대리점 110여곳 일방 해지 논란



기업측 “농민에게 혜택 돌아가도록 비료 유통 구조 축소”

점주들 “수십년 삶 터전 빼앗아 지역농협 챙기나” 시위

 



	

		

			

		
		

			
23일 남해화학 대리점 사장들이 여수국가산단 내 남해화학 본사 앞에서 일방적인 대리점 계약 해지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대리점 측 제공>
		
	




“농민들과 어울려 막걸리 마시고 연말이면 달력·장갑·토시 등을 나눠주며 30년동안 영업해 고객을 확보했는데, 하루아침에 대리점 계약을 해지하겠다니 말이 됩니까. 삶의 터전을 일방적으로 빼앗는 것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입니다.”



농협 자회사이자 국내 최대 비료업체인 남해화학이 수십년간 거래했던 대리점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이에 전국의 대리점 사장들은 “남해화학의 갑질이 도를 넘었다”며 남해화학 여수 본사를 항의 방문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3일 남해화학 비료대리점 대표들에 따르면 남해화학은 지난달 21일 전국의 대리점 110여곳에 내용증명을 보내 ‘거래약정 계약종료’를 통보했다. 이 문서에는 “대리점과 회사 간 체결한 거래약정서 기간이 2016년 12월 31일부로 만료됨을 알려드린다”며 “이후 채권채무 등 정리 절차는 다시 안내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는 지난해 12월31일부로 계약이 만료돼 올해 1월 1일부로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통보다.



남해화학은 전남지역 23곳을 비롯해 전국에 110여개의 대리점을 두고 있다. 그동안 남해화학은 각 대리점과 1년 거래약정을 맺었고,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재계약을 해왔다. 이렇게 재계약을 한 세월이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30년이 넘는다. 당연히 올해도 계약이 연장될 것으로 기대한 대리점에서는 농민들에게 새해 달력을 배포하고 장갑·토시 등을 제공하는 등 변함없이 마케팅을 했다.



하지만 남해화학은 계약만료 10일을 앞두고 계약만료 통보를 했고, 대리점 대표들은 배신감을 토로하며 반발하고 있다.



대리점 대표 김모씨는 “대리점을 시작할 때는 점유율 10% 미만이었는데 각 대리점주들이 피나는 노력을 해 50% 이상으로 점유율을 높였다. 일부지역은 70% 이상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곳도 있다”면서 “이런 대리점주들의 노력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받고 나니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남해화학 관계자는 “계약기간이 1년으로 법적으로는 문제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역농협에서 대리점 무용론을 제기해 대리점 계약해지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남해화학-대리점-지역농협-농민’으로 이어지는 4단계 유통구조를 ‘남해화학-지역농협-농민’으로 1단계 줄임으로써 물류비용을 절감, 농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리점 대표들은 “농민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비료가격은 정찰가로 포대당 1만원 가량이다. 이는 정찰가인 탓에 유통구조와 관계없이 농민들은 무조건 1만원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한 대리점 대표는 “대리점에 주는 1포대당 수수료 100원을 줄여 농민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지역농협이 이를 챙기겠다는 술수”라고 비난했다.



남해화학은 그동안 대리점에 판매수수료로 1포대당 100원을 지급해왔다. 대리점별로 연간 평균 20만∼30만포대 거래하는 점을 감안하면 대리점당 2000만∼3000만원 가량의 수수료를 남해화학으로부터 받아 온 셈이다. 대리점 대표들은 이 수수료를 받아 농민들에게 비료를 배송하고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한편, 여수산단에 본사를 두고 있는 남해화학은 농협경제지주(주)가 지분 56%를 가지고 있는 농협중앙회 자회사다.



/박정욱기자 jwpark@kwangju.co.kr



/여수=김창화기자 chkim@

 

※ 2017년 1월 24일자 광주일보 기사내용 인용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