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의 역설…농가 후유증 혹독

[뉴스&깊이보기]농가교역조건지수 하락

 

　풍년의 후유증은 혹독했다.



　지난해 쌀값이 폭락하면서 농민들이 손에 쥔 돈은 줄어든 반면 농자재나 생활용품 구입에 들어간 돈은 오히려 늘었다. 농가 살림살이가 그만큼 팍팍해진 것. 게다가 올해는 농산물 생산비 상승과 판매가격 하락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농가경제 위험성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수입은 줄고 지출은 늘고=통계청은 지난해 농가교역조건지수가 103.7로 1년 전에 견줘 0.7% 하락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지수는 농가의 채산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농가판매가격지수를 농가구입가격지수로 나눈 뒤 100을 곱해 산출한다. 농가가 생산해 판매하는 가격이 농자재·생활용품 구입가격보다 더 많이 오르면 지수도 오르는 구조다. 지수가 높을수록 농가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의미다. 2015년 3년 만에 반짝 상승했다 지난해 다시 마이너스로 뒤집혔다.



　농가교역조건이 악화된 주된 이유는 쌀값 하락이다. 축산물(5.8%)과 청과물(1.9%) 가격이 상승했지만, 곡물이 9.4% 급락하면서 전체 판매가격지수를 끌어내렸다. 곡류에서는 일반쌀(-11.7%)과 찹쌀(-5.8%) 하락폭이 컸다. 청과물에서는 사과(-27.5%), 축산물에서는 오리(-24.7%)가 눈에 띈다.



　이에 반해 농가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구입가격지수는 올랐다. 기름값과 농자재값 안정으로 농업용품 가격이 1.6% 떨어졌지만, 농촌임료금(4.2%)과 가계용품(1.1%)은 상승했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농가교역조건의 기준연도인 2010년은 쌀을 비롯한 농산물 가격이 크게 떨어진 해”라며 “이런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농가의 살림살이 체감지수는 지표보다 훨씬 낮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전망도 암울=팍팍해진 농가 살림살이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주요 농가경제지표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안정세를 보였던 국제유가가 올해 가파르게 오르면서 비료·농자재 같은 투입재 가격이 지난해보다 1.6%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 농촌노임이 2.8% 뛰는 등 농가구입가격지수는 지난해보다 1.2%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농가판매가격지수는 오히려 0.7%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부류별로는 채소가 생산량이 늘면서 8.4%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고, 축산물도 소비량보다 생산량 증가가 앞서면서 2.4% 후퇴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올해 농가교역조건지수는 농가구입가격 상승폭이 농가판매가격 상승폭을 상회하면서 지난해에 비해 1.8% 악화될 것으로 농경연은 전망했다.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은 “농산물시장 개방이 본격화한 1995년 이후 농산물 가격은 39% 오르는 사이 투입재가격은 112%나 뛰면서 실질 농업소득이 40% 감소했다”며 “악화일로를 걷는 이런 가격조건을 어떻게 극복하냐가 한국농업 앞에 놓인 당면 도전과제”라고 진단했다.



　김상영 기자 supply@nongmin.com

 

 

※ 2017년 1월 27일자 농민신문 기사내용 인용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