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를 사용해보지 않은 농민은 없을 것이다. 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듯이 뭔가 좋을 것 같은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가격과 효과가 비례하는지는 항상 아리송한 것이 영양제다.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제조회사나 사용하는 농민모두가 혼란에 빠질수밖에없다.
영양제는 물에 잘 녹는다. 사용하기도 쉽다. 효과도 빠르다. 엽면살포했을 때 기공으로도 흡수되고 관주하면 뿌리로도 흡수되는 장점이있다. 그러나 영양제의 종류가 너무 많고 효과도 천차만별이다.
영양제는 크게 2가지 부류가 있다. 질소·인산·칼리와 미량요소가 함유돼 있는 4종 복비와 미량요소로만 제조한 미량요소복합비료가 있다.
4종 복비는 용도대로만 사용하면 문제가 없다. 작물의 성장기·착색기에 따라 질소·인산·칼리 비율을 선택하면 효과가 크다. 효과도 양분함량과 비례하고 가격도 양분함량과 비례해서 구입하면 된다. 그러나 미량요소복합비료는 어느 것이 좋은지 모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비료공정규격 해석의 무지에서부터 첫 단추가 잘못 꿰이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비료공정규격은 일본의 용어와 양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비료의 가장 중요한 내용인 ‘함유해야 할 주성분의 최소량(%)’은 일본 규정의 “含有すべき主成分の最小量(%)”을 한글자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직역한 것이다. 우리말로 바꾸면 ‘유효성분 최소량(%)’에 해당할 것이다. 즉 비료공정규격의 함량보다 많게 만들수록 좋은 비료가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뜻을 이해하지 못한 제조회사는 비료공정규격에 나와있는 그대로 만들어야 되는 줄 안다. 시중에 가장 많이 유통되는 미량요소복합비료가 붕소 0.05%, 몰리브덴 0.0005% 함유된 비료다. 이 비료를 제품 사용방법에 따라 1000배 희석해서 사용하면 붕소는 0.00005%, 몰리브덴은 0.0000005% 농도로 살포하는 것이된다.
농촌진흥청에서 권장하는 엽면시비 농도는 붕소0.2%, 몰리브덴0.03%다. 이 살포기준과 비교하면, 붕소는 4만분의 1, 몰리브덴은 6만분의 1의 낮은 농도로 살포하는 것이 된다. 그러니 효과가 있을리 없다.
원가를 계산하면 더 어이가 없다. 붕소의 원료인 붕산은 100ｇ에 1000원 내외다. 붕소농도0.05%인 미량요소복합비료 1ℓ에 들어간 붕산은 1ｇ에 불과하다. 원료가격이 10원에 불과한 비료를 1만원이 넘는 가격에 구입해서 사용해온 것을 알면 땅을 치며 통곡할 것이다.
제조회사도 변명이 있다. 우리나라 비료공정 규격이 너무나 엄격해서 비료공정규격대로만 보증표에 유효성분 함량을 쓰고 실제로는 더높은 농도로 만들거나 노하우로 부식 등의 다른 물질을 넣었다고 무지를 드러내 보이기도한다.
제품홍보 내용과 ‘비료생산업자보증표’의 성분함량이 다른 경우도 많다. 보증표의 유효성분은 두세성분밖에는 없는데 제품특성에는 마치 모든 양분이 들어 있는 것처럼 홍보한다.
심지어 상표명을이라고 쓰고 해충 방제약처럼 보이려고 ‘눈 가리고 아웅’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증표에 표시된 성분은 붕소·몰리브덴이 조금 들어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회사는 비료생산업자보증표의 성분량보다 과장 홍보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농민은 속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는 속상할 수밖에 없다. 영양제 시장은 점점 혼탁해질 수밖에 없다. 농민은 순수하고 순진하고 착하다. 이런 농민을 더이상 속이지 못하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현해남(제주대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
※ 2017년 2월 3일자 농민신문 기사내용 인용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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