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자문위, 농식품부 업무보고 청취

“쌀값 추락 심각…특단 대책 마련하라”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아 ‘밥쌀용 쌀 수입 강행’ 질타 생산조정제 도입 필수 공감

 

문재인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25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집권 5년의 농정 청사진 그리기에 들어갔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업무보고에서는 새 정부의 농정방향과 기조,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이행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특히 국정기획자문위는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쌀값 문제를 거론하며 농식품부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개호 경제2분과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여러차례 정부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쌀값 안정이 안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단경기임에도 수확기보다 더 떨어져 한가마(80㎏)당 12만원대까지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지역구에 내려가면 돌아다닐 수 없을 만큼 심각하지만, 정부는 밥쌀용 수입쌀 구매입찰까지 강행했다”며 “(구매입찰이)‘전 정부에서 계획된 일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농민을 위로하고 농민 마음에 다가서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변명”이라고 질타했다. 밥쌀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농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2016년 ‘밥쌀 수입 중단 촉구 결의안’을 발의할 정도로 밥쌀 수입에 거부감이 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밥쌀 수입을 당장 중단하라기보다는 수입 지속 여부를 심도 있게 검토하라는 의미였다”며 “추후에 관련논의가 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의에서는 쌀값 안정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다. 농식품부는 쌀 생산조정제 시행을 위한 예산과 시기를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농식품부는 쌀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논 3만㏊에 타작물 재배를 추진했지만, 예산당국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국정기획자문위와 농식품부는 문 대통령의 핵심공약인 쌀 목표가격 인상을 실현하려면 강력한 생산조정제 도입이 필수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쌀값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세계무역기구(WTO)의 보조금 제한 규정 때문에 목표가격 인상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내년부터 5만㏊의 논에 쌀 생산조정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5만㏊의 생산조정제 도입에 필요한 예산은 연간 1500억원 정도다.



농업계 일각에서는 생산조정제 예산이 내년부터 편성되더라도 당장 올가을 수확기 쌀값 하락을 막을 안전장치가 없다며 추가경정예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일단 예산을 확보한 뒤 수확기 직전 공급과잉이 우려되면 벼를 줄기째 잘라 가축사료로 활용하거나 아예 논을 갈아엎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국민 정서상 멀쩡한 벼를 베거나 논을 갈아엎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풍년에 따른 쌀값 급락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방안을 적극 검토해볼 만하고, 관련예산도 가급적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학교 과일 간식·급식을 확대하겠다는 문 대통령 공약에 맞춰 과일간식 시범사업 계획을 보고했다. 회의에 앞서 농식품부는 일회용 투명컵에 사과·배·멜론·방울토마토를 담은 컵과일을 참석자들에게 나눠줬다. 농식품부는 올해 전국 43개 학교에서 과일간식을 시범적으로 공급한 뒤 평가를 거쳐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가축전염병 개선대책도 심도 있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방역체계 개선책의 하나로 정부부처 내 축산진흥정책과 수의방역업무를 엄격하게 분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남도지사 시절 시행한 ‘100원 택시’의 전국 확대 방안도 논의됐다. 문 대통령은 4월18일 전북 전주 유세에서 이낙연 후보자 이름을 거론하며 “농산어촌에서 100원만 내면 원하는 곳까지 갈 수 있는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농식품부는 업무보고 내용을 바탕으로 공약 과제 등을 담은 내년도 예산안을 이달 말까지 기획재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상영·김봉아·서륜·함규원 기자 

 

< 출처 : 2017년 5월 29일 농민신문 기사내용 인용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