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오 농촌진흥청 기술보급과장

 

농업에서 흙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농산물 대부분은 흙을 기반으로 재배하며 토양의 영양소가 농작물의 영양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흙에는 질소와 인·칼륨·칼슘등 다양한 미네랄이 존재한다. 식물은 흙에 있는 미네랄 성분을 흡수해 잎·줄기·열매 등에 저장하고, 사람은 이를 섭취하면서 인체에서 생성되지 않는 미네랄을 보충한다. 흙 속의 양분은 작물이 자라는 동안 서서히 줄어들기 때문에 부족한 성분을 보충해줘야 안정적인 작물 생산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땅심을 높이려고 화학비료를 사용한다. 이때 토양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비료를 준다면 오히려 독이 된다. 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받고 나서 약을 복용하듯이 토양도 전문가의 진단을 받고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농업에서는 토양검정이라고 한다.

 

토양검정은 쉽게 생각하면 흙의 건강상태를 진단하는 것이다. 보통은 작물을 재배하기 전에 실시하는데, 표본이 되는 흙을 채취해 영양성분을 파악한 뒤 필요한 비료량을 설정한다. 이때 비료량은 작물이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만큼만 공급하기 때문에 과도한 비료사용으로 발생하는 오염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흙을 보존하고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농촌진흥청은 1994년부터 시·군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연간 약 50만점의 토양검정을 실시하고 시비처방서를 발급해 적정 수준의 비료사용을 지도하고 있다. 토양검정 결과는 토양환경정보시스템인 ‘흙토람’을 통해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다. 덕분에 토양 특성에 맞는 재배작물 확인은 물론 알맞은 비료량까지 추천받을 수 있다.



토양검정을 통한 비료처방으로 2016년에는 1990년에 비해 1㏊당 연간 약 200㎏ 정도의 화학비료 사용을 줄일 수 있었다. 이를 전국 논 면적 75만㏊에 적용하면 약 750억원의 경영비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토양검정 결과 없이 관행적으로 비료를 주거나 다수확을 위해 지나치게 많은 비료를 사용하면 토양침식, 양분 불균형, 염류집적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는 장기적으로 식량안보까지 위협할 수 있다.



사람이 주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몸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처럼 토양도 주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농민이 시·군농업기술센터에 토양검정을 신청하면 별도의 비용 부담 없이 언제든 자신의 토양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검진 결과에 따라 토양에 필요한 만큼 비료를 사용하면 토양과 작물에 좋은 영향을 준다. 물론 환경에도 이롭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흙을 보존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향한 첫단계는 적정한 양의 비료사용이며, 토양검정은 이를 위해 필수적이다.

 

<2017년 7월 10일자 농민신문 기사내용 인용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