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스타강사인 설민석이 인기 있는 이유는 역사 지식이 깊기 때문만은 아니다. 마치 배우가 연기하듯이 흥미롭게 역사를 전달하기 때문일 것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의 노자 강의에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은 거칠고 쉰 목소리와 과장된 몸짓 때문이 아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지식의 연결로 청중을 집중하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구구단이 필요한 과일장수에게 인수분해나 미적분을 가르치면 써먹을 일이 없다. 농민 교육도 마찬가지다. 강사가 가르치고 싶어 하는 내용이 아니라 농민이 요구하는 기술을 수준에 맞게 흥미롭게 배우처럼 강의해야 한다.



‘자연을 닮은 사람들’의 조영상 대표는 농민 눈높이를 아는 대표적인 강사다. 감자를 이용한 발효도 너무 쉽게 강의한다. “감자를 삶아 조물조물 주물러서 부엽토 미생물을 적당하게 넣고 김치 발효하듯이 숙성시키면 미생물이 내놓는 대사산물이….” 필기할 필요도 없다. 그냥 강의만 들으면 자기 지식이 되고 현장에서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 된다.



5000번이 넘게 농민 강의를 해온 벌레박사 이기상 박사는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풍부한 지식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번 강의를 들으면 곤충과 해충들이 친구처럼 다가온다. 무궁무진한 지식의 호기심이 눈을 크게 뜨게 만든다.



김길룡 전남대 교수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창을 하듯이 거침없이 내뿜는 강의는 마치 남도민요 ‘농부가’를 듣는 것 같다. 손가락을 내보이면서 미생물의 숫자를 헤아릴 때면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을 접으면서 숫자를 따라하게 된다. 네시간 강의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이완주 박사의 <흙, 아는 만큼 베푼다>는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면서도 이야기책이다. 마치 동화를 읽는 것 같다. “흙은 여자인가 남자인가” “양분도 암수가 있다”와 같은 제목만 봐도 흥미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세계 최고의 교육 전문가인 켄 베인의 말은 새겨들을 만하다. 강사는 특정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 비판적으로 생각하도록 다양한 질문을 유도해야 하며, 도발적인 언행으로 관심을 사로잡을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다양한 수업 방식을 시도하고 철저히 학생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는 철저히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을 판매한다. 연간 매출이 100조원을 훌쩍 넘긴다. 스위스 다국적 엔지니어링기업인 ABB 회장 퍼시 바네빅은 중요한 일은 뇌리에 새겨질 수 있도록 100번이고 반복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상대성 이론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당신은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얘기할 정도로 눈높이 맞춤식 강의를 강조했다.



토양·비료·농약·병해충 등에 관한 지식이 풍부한 전문가는 많다. 여러 농업기관에서도 너도나도 농민 교육에 관심을 둔다. 그러나 연구자 입장의 강사가 아닌지, 공무원적인 사고의 틀에서 교과서적인 내용만 설명하는 강사가 아닌지, 농민 눈높이를 아는 강사인지는 농민이 먼저 안다.



인기 있는 연극과 배우는 관객이 찾아간다. 농민 교육도 마찬가지다. 몇년 전에 배우 신구가 “니들이 게맛을 알아?” 하는 광고처럼 강사의 감정·지식·기술·경험이 짜릿하게 농민들에게 전달돼야 한다. 농촌진흥청·농업기술원·농업기술센터·농협 등 모든 농업 관련 기관은 ‘지식을 대본으로 연기하는 배우처럼 강의하는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 그래야 농민 교육이 농민에게 속속들이 파고들어 기술 확산의 중심이 되고 4차산업혁명 시대로 가는 길목에 들어서게 된다.

 

현해남(제주대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

 

<2017년 7월 12일자 농민신문 기사내용 인용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