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작목 소득, 밥쌀 수준에 맞춰야…예산 확보가 관건

 

시장격리론 쌀값 하락 못 막아 “사전 생산감축이 유일한 대안” 기재부, 반대 접고 도입 검토

 

사료용 벼·옥수수 생산 논에 1㏊당 375만원 생산조정 보조 지역별 특화작목 생산 권장



2019년까지 10만㏊ 감축 2020년께 변동직불금 개편 조사료·밭작물도 지급 추진



 

정부가 쌀 생산조정제 도입을 결정한 이유는 쌀 과잉공급 기조를 쉽사리 해소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10년간 수요량보다 더 많이 생산된 쌀은 연평균 28만t. 앞으로도 연평균 24만t이 더 생산된다는 게 농림축산식품부의 분석이다.



정부는 풍년이 들 때마다 시장격리 카드를 빼들었지만, 쌀값을 안정시키기에는 한계를 보였다. 게다가 시장격리 누적으로 정부 양곡창고는 포화상태다. 5월 말 기준 정부재고는 적정량의 세배에 달하는 223만t에 달한다. 사전에 생산량을 줄이는 대책 외에는 만성적인 쌀문제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생산조정제 도입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던 기획재정부가 ‘다른 방법은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제도 도입에)긍정적으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추진되나=생산조정제는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소득 감소분의 일부를 보전해주는 제도다. 시장격리나 특별처분 같은 사후대책에 견줘 시장의 혼란이 적고 비용도 덜 든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2018년과 2019년 5만㏊씩 모두 10만㏊를 대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수입의존도가 높으면서 수급과잉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료작물 중심으로 추진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2016년 조사료 수입량은 108만t, 금액은 3억달러(약 3300억원)에 달했다. 국내산 조사료 중에서도 영양적 가치가 낮은 볏짚도 179만t이 쓰였다.



정부는 전체 면적의 절반은 지방자치단체가 현지 사정을 고려해 추천한 특화작물을 우선해서 선정할 계획이다. 전한영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내년 도입 예정 면적 5만㏊ 중 조사료와 지자체 특화작물을 절반씩 끌고 갈 생각”이라며 “조사료 재배를 장려하기 위해 종자 확보와 사일리지 제조비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대체작물이 콩으로 쏠릴 상황을 대비해 국내산 콩 수매를 확대하고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의 콩 수입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지원 단가는=농식품부가 기획재정부에 요구한 지원 단가는 조사료용 벼·옥수수를 기준으로 1㏊당 375만원이다. 농가가 조사료로 밥쌀용 벼 수준의 소득을 올리려면 단가가 이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종전 1·2차 쌀 생산조정제 도입 때보다 75만원 높다<아래기사 참조>. 농식품부는 조사료 외의 타작물은 작물별·지역별 소득편차가 크므로 지자체별로 지원수준을 자율 결정토록 할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쌀 생산조정제가 2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되는 점을 감안, 2020년부터는 쌀 변동직불금 지급 대상을 논에서 재배되는 조사료·밭작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타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변동직불금을 지급하면 생산조정제 중단에 따른 소득급감 문제를 다소 완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행 쌀 직불제 가운데 고정형은 재배 작목과 관계없이 논의 형상을 유지하면 되지만, 변동형은 반드시 ‘쌀’을 생산해야 수급 자격이 주어진다. 이 기준에 맞춰 내년부터 쌀 생산조정제에 참여하는 농가는 계속해서 고정직불금은 받을 수 있지만, 변동직불금은 받을 수 없다.







◆과제는=관계부처가 쌀 생산조정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지만, 지원 단가나 예산 규모는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 기재부는 과수나 특작 같은 고소득 작물까지 보조금을 지원하는 데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생산조정제 도입 전제 조건으로 쌀 직불금 개편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쌀생산을 장려하는 직불제와 쌀생산을 줄이는 생산조정제는 양립할 수 없다는 게 기재부 논리”라고 말했다.



대체작물의 수급과잉 문제도 사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다. 2차 생산조정제 도입 첫해인 2011년 대체작목의 40%가 콩으로 쏠렸다. 여기에 두부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고, 저가의 콩 수입까지 늘면서 그해 국내산 콩값은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내년에도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가 계획한 생산조정 면적은 연간 5만㏊다. 우리나라 전체 사과·배 재배면적 2만4000㏊의 두배를 웃돈다. 생산조정제 도입 소식에 전국 콩 재배농가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콩나물콩을 전문으로 재배하는 제주지역 농가들은 이미 농식품부에 ‘지원 대상에서 콩나물콩을 빼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사업대상 농지 요건도 아직은 불분명하다. 올해 정부 시책에 맞춰 자발적으로 타작물 전환에 참여한 논은 1만8400㏊다. 만약 지원 대상을 ‘직전까지 벼를 재배한 논’으로 한정한다면 올해 정부를 믿고 따랐던 농가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 반대로 이들 농가까지 모두 구제한다면 생산조정 효과가 반감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충북지역의 한 전직 조합장은 “2011년 쌀 생산조정제를 도입했을 때 기존 논콩 농가들은 ‘새로 콩을 재배하는 농가에만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규정 때문에 벼로 돌아섰다가 이듬해 다시 논콩을 재배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졌다”고 말했다.



국내산 조사료 소비기반이 부족한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영병 한국낙농육우협회 청년분과 부위원장은 “축산농가들은 국내산 조사료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며 “소비자인 축산농가 대상의 교육이나 홍보 없이 조사료 생산만 무작정 늘렸다가는 뒷일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생산조정제 시행 기간 2년은 너무 짧다는 지적도 많다. 이정찬 국산밀산업협회장은 “생산조정제에 참여한 농가 대부분은 보조금 지원이 끊기면 다시 벼농사로 돌아갈 것”이라며 “사업 효과를 높이려면 작목 전환농가들이 안정화단계에 접어들 때까지 이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현재 생산조정제 예산 규모 등을 놓고 관계부처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내부적으로는 과거 시행 사례에서 나왔던 문제점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교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김상영 기자

 

<2017년 7월 14일자 농민신문 기사내용 인용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