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FTA 성과 ‘상호호혜적’ 평가

한우농가 20만→8만, 농민 분기탱천

축산관련단체협 “공청회 제대로 열자”

 

개정 경제성 분석...실질 GDP 0.0007%↑ 영향 제한적

품목별 관세 인하 폭 안 담긴 ‘깜깜이’ 영향 분석

협상 전략 노출 우려 때문이라지만 농업계 불안 커

농협 농업통상위 “한미FTA 무역자유화 수준 가장 높은 협정”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무역적자 감축을 통상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 7월 미국은 한미FTA 공동위 특별회기를 개최할 것을 요청해 왔다. 미국은 FTA 발효 이후 대한 무역적자가 2배로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FTA의 개정 및 수정 가능성을 포함한 협정 운영상황을 검토하자고 제의했다.

 

한미FTA 공동위 특별회기가 8월과 10월 연이어 서울과 워싱턴 D.C.에서 개최됐고, 미국은 조속한 시일 내 개정 협상 개시를 요구했다. 우리측은 미국 무역수지 적자 원인에 대해 조사.분석할 것을 제안했다. 2차 회기에서 양측은 FTA의 상호호혜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양국이 한미FTA 개정을 결정한 만큼 한국은 통상절차법에 따라 경제적 타당성 검토 후 공청회 개최에 이어 조약체결 계획을 수립한 뒤 국회 보고를 거쳐 개정협상을 개시하게 된다.

 

경제성 검토, “추가개방 영향 크지 않아”

이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표한 한미FTA 개정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 결과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은 미국의 7위 수출 상대국이자 6위 수입 상대국이다. 특히 한국은 미국의 제8위 무역수지 적자 상대국(277억달러, 3.8%)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통계 기준, 대한국 무역수지는 176억달러 적자였다. 대한 상품수지는 277억 달러 적자, 서비스 수지는 101억달러 흑자였다. 다만 올 상반기 들어 무역적자는 112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2.1% 감소했다. 

 

보고서는 FTA 발효 이후 한국의 대세계 대비 대미 수출입 품목 비중은 각각 2.2%포인트, 0.9%포인트 추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미FTA가 새로운 품목 또는 기업의 참여로 무역의 외연적 확장에 기여했다고 봤다.

미국으로의 해외직접투자를 볼 때, 미국은 2011년 이후 해외직접투자 상대국 1위이며 법인당 평균 투자금액도 대세계 평균을 상회한다. 미국으로부터의 외국인 투자는 FTA 발효 전후 184% 증가했다. 2012~2016년 동안 평균 투자액 기준 투자국 지위는 일본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업연구원, 농촌경제연구원이 함께 분석한 검토 보고서는 한미FTA 개정에 따른 제조업 추가 개방이 한국의 실질 GDP 증감 등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한미 FTA 개정으로 제조업 추가 개방 수준이 높을 경우와 낮을 경우의 두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예측했다. 추가 개방 수준이 높을 경우에는 실질 GDP에 0.0007%, 소비자 후생에는 2400만달러 가량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방 수준이 낮을 경우에는 실질 GDP에 0.0004%, 소비자 후생에는 1200만달러 수준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원은 “양측 잔여관세 품목이 제한적이고 잔여 관세율 수준도 높지 않아 제조업 추가 개방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나리오에는 세부 품목별 관세 인하 폭 등 자세한 수치는 물론, 농축산물 시장 개방과 관련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개방 영향에 대한 대략적 윤곽만 제시했을 뿐으로 협상 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농업지원 ‘허울’뿐

농축산업계는 한미FTA 발효 이후 확대된 농업 부문의 무역적자 규모가 개정 이후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대한한돈협회, 대한양계협회, 한국토종닭협회 등 27개 단체로 구성된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한미FTA 개정 관련 공청회가 열리는 서울 코엑스 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축산인을 다 죽이는 한미 FTA를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협의회는 “대외 무역으로 국가 성장을 주도한 우리나라의 특성상 한미 FTA의 중요성에는 공감하나 농축산업의 일방적인 피해로 관련 종사자는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미 FTA 이후 미국과의 총 교역량은 증가하고 있으나 축산물은 무역수지가 점차 약화하고 있어 결국 한미 FTA가 농축산업을 볼모로 한 것임

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산업부 강성천 통상차관보는 “농업에 대한 지원은 보완해 나가겠다. 농업의 ‘레드라인’을 지키겠다”고 약속했지만 농축산인들은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한미FTA 체결 당시 정부가 약속한 무역 이득 공유제, 피해 보전 직불제도 현실화, 수입 축산물 검역 강화 등을 협의해왔으나 지난 5년 동안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공청회장을 점거한 협의회 회원들은 ‘한미FTA 체결 결과 농축산업 반 토막’, ‘농축산업 볼모로 하는 한미FTA 즉각 폐기’ 등의 머리띠와 팻말을 들고 시위했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 문정진 한국토종닭협회 회장, 김홍길 한우협회 회장 등 축산단체 대표들은 공청회 주최측인 산업부에 “농업 피해에 대한 분석을 제대로 한 후 향후 공청회를 다시 열자”며 공청회 중단을 요구했다.

 

농협 “농업 추가개방 안 돼”

농협 농업통상위 또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농축산물 무역적자가 7조원에 달한다”며 개정협상에서 농업부문을 제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농협 농업통상위 조합장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2012년 3월 15일 발효된 한미FTA는 우리나라가 체결한 FTA 중 농축산물 대부분의 관세를 철폐하기로 한 무역자유화 수준이 가장 높은 협정”이라며 “한미 FTA 이행 5년이 경과한 현 시점에서 농축산물 대미 수출액은 7억달러에 불과한 반면, 수입액은 72억달러로 농축산물 대미 무역수지 적자가 무려 65억달러(약 7조원)에 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협정 이행이 진전될수록 관세감축 누적효과가 더욱 커져 미국산 농축산물의 수입이 더 크게 늘어나는 등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양국 간 공동위원회 특별회기가 열린 데 이어, 곧바로 통상절차법 상 첫 단계인 공청회가 개최되는 등 개정협상 절차가 빠르게 이행됐다”며 “농축산물 추가개방 논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진 지금의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농업부문은 이미 한미 FTA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만큼, 이번 개정협상에서 절대로 추가 개방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정부는 농업부문이 이번 개정협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협상력을 최대한 발휘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산업부는 한미FTA 체결 직후인 2008년부터 올해까지 후계 농업경영인 육성 등 체질개선에 15조3000억원, 축사시설 현대화 등 품목별 경쟁력 강화에 11조1000억원, 피해보전직불금 등 직접피해보전에 1조5000억원 등 총 27조9000억원의 예산을 농축산업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이달 중 국회보고 완료  계획

이번 공청회는 한미FTA 개정 협상의 첫 절차였다. 통상절차법상 정부가 한미FTA 개정협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공청회, 통상조약체결계획 수립, 국회보고 등의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개정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정부는 공청회에서 실질적인 종합토론과 질의응답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공청회를 완료한 것으로 간주하고 향후 절차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행정절차법 상 의견 청취가 현저히 불가능할 경우 개최한 것으로 본다는 법 조항을 이번 공청회를 완료한 것으로 간주하는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정부는 이달 안으로 국회 보고를 완료하고 빠르면 12월 개정협상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농축산업계 의견 수렴은 농림축산식품부와 공동 간담회를 열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은영 기자

 

<2017년 11월 16일자 한국농업신문 기사내용 인용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