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보리 주산지 가보니… 

벼 수확 후 한달 이상 비 안 와 농가, 파종에 적극 나서 최근 몇년 가격 상승도 ‘부채질’ 

주정용 확대·사료용 전환 등 내년 4월 이전에 대책 내놔야

 

전북 군산·김제·부안 등 보리 주산지의 보리 파종면적이 2016년보다 3배가량 늘어나 조기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는 벼 수확 후 한달 이상 비가 오지 않는 날이 이어지면서 농가들이 보리파종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군산에서 13만2231㎡(4만평)에 보리를 파종한 이상열씨(60·군산시 산북동)는 “2~3년 전에는 추수 이후 비가 자주 내려 보리 파종을 못했는데 올해는 날씨가 너무 좋아 땅을 놀릴 수 없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파종면적을 늘렸다”며 “쌀과 보리밖에는 마땅한 소득작목이 없는 데다 최근 수년간 쌀값 하락으로 고생했기 때문에 보리 생산에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제시 성덕면에서 11만9008㎡(3만6000평)에 보리를 파종한 한 농민은 “벼 수확 후 다들 보리를 파종하는데 나만 빈둥거리고 있을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쌀값보다 보리가격이 높게 형성된 것도 보리 파종을 부채질했다. 지난해 보리 파종면적이 전년보다 18% 정도 급감해 가격이 폭등했다.



지난해보다 8만2645㎡(2만5000평)가 늘어난 14만8760㎡(4만5000평)에 보리를 파종한 농민 박찬조씨(60·〃〃)도 “2014년부터 벼 수확 후 가을장마가 계속되면서 보리 생산량이 크게 줄어 보리값이 쌀값보다 높게 형성되자 농가들이 보리 파종을 크게 늘렸다”고 말했다.



서군산농협은 이 지역에 계약재배 면적 300㏊보다 3배가량 많은 900㏊에 겉보리와 찰쌀보리가 파종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기수 서군산농협 조합장은 “정확한 재배면적을 파악하려고 나서면 농가들이 농협에서 전량 수매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까 우려해서 엄두를 못 내는 실정”이라며 “조합원들에게 보리 파종을 자제하도록 당부하고 있지만 워낙 날씨가 좋은 탓에 이달 중순까지도 계속 파종하는 농가들이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부안지역도 보리 파종이 지난해보다 2.5배 이상 늘어났다.



올해 당초 계약재배 면적의 8배인 6만3471㎡(1만9200평)를 파종한 한 농민은 “논이 트랙터 작업하기가 좋은 여건이라 계획보다 훨씬 많이 파종했다”며 “농가들은 솔직히 농협이나 정부가 해결해주기만 바라고 있다”고 털어놨다.



부안농협은 2017년 720㏊에서 3600t을 계약재배했지만, 올해 보리 파종면적이 2000㏊가량 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원철 부안농협 조합장은 “현재 재배면적은 농협에서 수매를 감당할 수 없는 물량”이라며 “주정용 공급 확대, 수확 이전 사료용 전환, 특단적 수매 조치 등 2018년 4월 이전에 농가들을 납득시킬 만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 큰 혼란이 올 수 있다”고 걱정했다.

 

김윤석 기자

 

<2017년 11월 29일자 농민신문 기사내용 인용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