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농기계 가격 80%까지 지원하는 현행 정률제 개선

기종별 지원규격 정해 한도액 설정…내년 상반기 최종 결정 

업계 “산업에 악영향”…농가 “합리적 가격형성 도움 기대”

 

정부가 농기계 가격의 거품을 걷어내기 위해 구입자금 지원방식을 변경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농기계 가격의 80%까지 융자 지원하는 현행 정률제를 정액제로 고치겠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정액제로의 전환을 2018년 상반기 중 최종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다. 기종별 구조·기능·성능을 고려해 지원규격을 세분화하고 규격에 따라 한도액을 정할 방침이다. 필요 예산으로 7100억원을 배정하기로 했다. 최호종 농식품부 농기자재정책팀장은 “농기계 구입자금 지원방식을 개선해 합리적인 농기계 가격형성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같이 자금 지원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나선 것은 매년 인상되는 농기계 가격 때문이다. 지난해 농식품부는 원가조사제 도입으로 가격 인하를 유도하려 했다. 그러나 농기계업계의 반대로 원가조사제가 흐지부지됨에 따라 기종별 정액제 전환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더불어 농기계 구입비(농구비)를 줄여줌으로써 농산물 생산비를 낮추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2016년 수도작 기준 전국 평균 농업 생산비 가운데 농구비는 6.5% 수준이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제조사가 신제품에 추가한 기능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책정하거나 대리점에서 끼워팔기 등이 성행하는 것은 정률제로 인한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많다”며 “정액제로 전환하면 이런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농기계업계는 이같은 정부의 시각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최근의 농기계 가격 인상에는 환경규제 문턱이 높아지면서 티어(tier)-4 엔진 개발 등에 들어간 비용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또 농기계 구입자금 지원제도 변경이 국내 농기계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공공연히 나온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안 그래도 규모가 큰 종합형 업체조차 수익구조가 취약하고 내수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인데, 지원정책까지 바뀌면 국내 농기계시장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며 “기술개발 등에 투자할 여력이 줄어 산업 전반의 성장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토로했다.



농가에서는 경영비 절감에 도움이 되는 제도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경북 포항의 한 벼 재배농가는 “농기계업체들이 매년 기기 사양을 조금 고치고 가격은 크게 올리는 실정인데, 금액에 상관없이 일정 비율만큼 지원하는 제도가 없어지면 농기계 가격이 합리적으로 정착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농가는 “어떤 제도를 채택하든 정부는 농민이 우수한 농기계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쪽으로 정책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다정 기자

 

<2017년 11월 24일자 농민신문 기사내용 인용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