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운영의 중심에 농업이 있어야 

귀농·귀촌, 범국민운동으로 확산을 

농민 중심 농업정책으로 전환 필요

 

정유년(丁酉年) 닭띠해가 저물고 무술년(戊戌年) 새 아침이 밝았다.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고 어수선했던 정유년을 보내면서 국민들은 무술년을 맞는 각오가 남다를 것이다. 특히 올해는 60년 만에 찾아온 황금개띠해인 만큼 새해를 맞이하는 희망과 기대가 한껏 충만할 것이다. 무술년 새해 농민들을 비롯해 모든 국민들이 과거보다 나은 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돌이켜보면 농업은 도전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을 기점으로 외국산 농산물에 대한 빗장이 열리면서 농민들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시련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연이은 미국·유럽연합(EU)·중국 등 강대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한국농업을 벼랑으로 내몰았다. 개방 30년이 지나면서 국내산 농축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심은 옅어지고 외국산 농축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도 점점 눈 녹듯 사라지고 있다.



개방정책의 희생양으로 한국농업의 존재가치도 점차 의미를 잃어가면서 농촌에서의 삶이 갈수록 불편해지고 있다. 발암물질이 함유된 석면 슬레이트 지붕이 농민건강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철거정책을 시행한 지 오래지만 예산과 의지 부족으로 마무리 시점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농촌에 거주하는 농민들도 기본적인 공공서비스를 누려야 한다며 정부가 17개 항목의 농어촌서비스기준을 만들어 놓고 모니터링도 하고 있지만 목표 대비 달성률은 매년 뒷걸음질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지어진 무허가축사도 적법화해준다고 시늉만 내고 있을 뿐 유예기간 만료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도 관련 부처간 이견으로 추진 동력을 잃어버리고 방황 중이다. 식량안보에 대한 의지와 의욕도 시나브로 퇴색하고 있다.



이제 달라져야 한다. 국정운영의 중심에 농업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새로 개정될 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명문화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초등학교 과정부터 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중요성을 교육해야 한다.



농업정책의 기본방향도 항상 농민이 중심되는 정책으로 발상의 전환이 이뤄져야 하며, 농업·농촌도 공익적 기능을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생산기지 역할에 충실하도록 설계부터 달라져야 한다.



인구 격감에 따른 지방소멸 우려 역시 해소해야 할 과제다. 이를 위해 대도시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이 농촌에서도 이뤄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아울러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범정부 차원에서 귀농·귀촌 운동을 대대적인 범국민운동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전후방 관련 산업을 포함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농업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귀농·귀촌은 물론 청년들의 농업 참여를 적극 독려할 수 있도록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아 미래 농업의 주체 세력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농촌에서의 삶이 불편하지 않도록 교육과 의료·문화·교통 등 공공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확대돼야 할 것이다. 농촌을 제외한 국토의 균형발전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거론되면서 농업의 잠재력도 재평가되고 있다. 사양산업에서 미래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때에 발맞춰 농민들이 미래산업의 주인공이 돼야 한다. 정보통신기술(ICT)과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도 능동적으로 수용하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 생산·공급의 주역이 돼야 할 때다. 이를 위해 농민들도 철저한 주인의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그리고 경영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교육과 지원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힘을 보태야 함은 물론이다.



지구상의 수많은 동물 가운데 가장 먼저 가축화된 개는 구석기시대부터 인간과 공존해온 반려동물이다. 주인에게 충직하고 집과 재물을 지켜주는 것으로 알려진 개는 온순하고 다정한 성격이지만 화가 나면 무서울 정도로 공격적이다.



농민들 역시 개방정책의 희생양이 돼 견디기 어려운 피해를 당했지만 숙명인 양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는 명분 때문에 침묵하고 참아왔다. 이제라도 농민들이 국가 발전의 주역으로 인정받고 농업이 국민을 위한 생명산업으로 대접받는 전기가 마련돼야 한다. 황금개띠해가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인식 전환의 분기점이 돼야 할 것이다.

 

<2018년 1월 1일자 농민신문 사설내용 인용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