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주 의원·경실련 토론회

쌀 의존 탈피, 밭직불제 상향 조정

잡곡류 공공비축제 강화 시급

헌법에 식량안보 의무 등 반영

국민적 합의 도출 모색해야



갈수록 떨어지는 국내 식량자급률을 높이려면 ‘생산량 증가’라는 기존 접근 방식만을 고집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수입을 포함한 식량 조달 체계의 개선, 소비자 선호 분석, 국민적 합의에 따른 식량자급률 도출 등을 통해 실천 가능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천안시을)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3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한 정책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는 ‘국회와 시민사회가 함께 하는 농정개혁 연속 토론회’의 4번째 순서로 마련됐다.



▲구호에 그치는 자급률 목표치=정부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농발계획)에 근거해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2008년 처음 설정한 이후 5년마다 수립·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식량자급률은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식량자급률은 목표치 57%에 못 미친 50.2%였다. 목표치가 구호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런 차원에서 식량자급률 문제는 비현실적 목표치 설정 등 정부의 ‘정책 실패’가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상임연구원은 “지금까지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세웠지만 달성하지 못한 이유는 목표를 달성할 구체적인 수단, 실행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또한 식량자급률을 올리겠다고 하면서 농산물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외국산 농산물을 수입하며 국내 자급률 향상을 조금도 기다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정부 정책 중에서 일관성 있게 추진되지 못하는 분야가 식량안보 부분”이라면서 “정부가 해외농업개발을 강조하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국내 생산기반 보전을 소홀히 하고 있으며, 또 대규모 간척지를 당초 계획을 변경해 비농업 용도로 확대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정부가 자급률 목표치를 하향 조정할 계획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2013년 농발계획 수립 시 설정한 2022년 식량자급률(식용곡물) 목표치 60%를 51%로, 곡물자급률(사료용 포함)의 기존 목표치 32%를 24.2%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 내용을 포함한 ‘2018~2022년 농발계획’이 조만간 발표될 계획이다. 전한영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대내외 환경변화, 국내 수급여건 등을 고려해 새로운 자급률 목표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자급률 제고 방안은=생산 기반 강화라는 기존 접근 방식만을 고집해선 식량자급률 제고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수입 조달 체계의 개선, 국민적 합의 도출, 헌법 개정 대응, 소비자의 농산물 소비 선호 분석 등의 실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은 “식량자급률 문제에 대해 이전과 같이 국내 생산량을 늘려야 하고 이를 통해 농업인들의 경제사회적 권익을 지켜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자칫 현실 상황과 동떨어질 수 있다”며 “정부의 농업·농촌 정책의 틀은 물론 민간 부문의 가공·유통·소비에 이르는 시스템 전체의 효율화가 매우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 실장은 이어 “쌀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현행 국내 식량 생산체계를 고쳐야 할 필요성이 매우 높다”며 밭 직불제의 상향 조정과 잡곡류의 공공비축제 강화 등을 주문했다.



이춘수 고려대 연구교수는 “식량 자급률 제고 방안으로 개정 헌법에 ‘식량안보 의무’ 내용을 반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면서 “다만 자급률 목표를 법률에 반영할 경우 법적 강제력이 너무 커 정책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한호 교수는 “식량안보와 식량자급률 제고의 정책화는 국민적 합의가 매우 중요하다. 국방의 중요성을 국민이 동의하기 때문에 평상시에도 상설군을 유지하고 있듯이 식량안보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상시적 방안으로 자급률 유지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봤다.



배민식 국회입법조사처 산업자원팀 입법조사관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선 국내 농산물의 소비가 늘어나야 하는데, 국내 농산물의 소비는 대부분 가정 소비에 치우쳐 있다”면서 “대규모 유통업체와 외식업체들이 국내산 농산물을 요구할 때 이에 맞출 수 있도록 생산체계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하는 등 국내 농산물 조달체계를 염두에 둘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고성진 기자 

<2018년 1월 26일자 한국농어민신문 기사내용 인용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