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ha 감축 목표 현재 고작 ‘900ha’

농식품부, 뒤늦게 판로 확보 위한 준비

400만원 지원 조사료도…팔 곳 없어

 

쌀 생산조정제의 시행을 앞두고 신청 농지가 목표치에 크게 모자란 것으로 나타나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현재까지 신청면적은 지난 8일 기준 942ha로 감축 목표 5만ha의 1.8%에 불과하다. 오는 28일 신청기간이 만료돼 목표면적 달성에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쌀 생산조정제도는 수급 불균형이 쌀값 폭락의 원인으로 꼽히자 벼 대신 타작물을 재배하도록 해 생산량 감소를 유도하는 정책이다. 타작물 재배 시 참여 농가는 ha당 ▲조사료 400만원 ▲풋거름작물 340만원 ▲두류 280만원 등을 지원받게 된다.

 

생산조정제의 신청이 미미한 이유는 ▲지난해 자발참여농가 배제 ▲판로 미확보 ▲고령농 노동력 부족 ▲기반조성지원 미비 ▲쌀값 상승 기조 등을 원인으로 댈 수 있다.

 

자발적 참여 농가 배제…다시 쌀로 'U턴'

지난해 우선적으로 시행됐던 쌀 생산조정제도 참여농가의 차별로 생산조정제의 연착륙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들의 참여로 지난해 논 농지의 면적은 크게 감소했다. 실제 통계청의 ‘2017년 벼 재배면적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6년도 논 면적 77만7872ha에서 지난해 75만4386ha로 총 2만3486ha(3%)가 감소했다.

 

올해 목표전환면적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럼에도 이들은 올해 생산조정제 사업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후 농가의 반발이 거세지자 농식품부는 자발전환농가도 사업대상에 포함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하지만 일반 사업 대상의 50%에 불과한 금액이 지원되면서 현장에서는 다시 쌀 농업으로 복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을 붙잡아 두려면 지자체 지원 또는 예산증액을 통해 지원금 전액을 보존해 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충남의 한 쌀전업농은 “당초 변동직불금 예산으로 1조800억원이 편성됐으나 쌀값이 상승세를 보이자 최종 5392억원으로 결정됐다. 이에 5408억원이 불용되며 국고로 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농식품부는 이를 농업계 예산으로 편성되도록 해 쌀 생산조정제도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작물 판로 없어…대책도 미비

조사료는 올해 ha당 400만원 지원으로 타작물 중 가장 큰 지원 금액을 배당받았다. 정부가 재배를 가장 독려하고 있는 작물인 셈이다. 하지만 그러한 조사료조차 판매처가 확보되지 않아 농가에서는 재배를 망설이고 있다.

 

농업단체의 경우 축협 및 축사와 협력을 통해 자체적으로 판로확보에 나서고는 있다. 하지만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을 것으로 예상돼 제도 전 준비 상태가 미흡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뒤늦게 대책을 강구해 나간다는 방침을 보이고 있다.

 

농식품부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사업방향이 나오지 않아 판로확보 문제가 불거졌다”며 “빠른 기간 내 대책을 내놓겠다. 현재 축협 및 축사와의 MOU 체결 알선과 동일 지역 조사료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등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쌀 생산조정제도의 신청마감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농식품부에서는 구체적인 조사료 판로확보 계획을 아직까지 내놓지 않아 농민들의 불신은 커져만 가고 있는 상황이다.

 

생산 기반 조성 부족…농가 부담 '가중'

밭농사 기반조성 문제도 쌀 농가들의 전환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밭농사를 위해서는 논과 다른 배수로를 필요로 한다.

 

고랑을 파 수로를 내는 간단한 작업의 경우 농가에서 직접 시행할 수 있지만, 농지의 배수가 불량할 경우 지하에 수로를 설치해 논을 정비해야 하는데 이는 많은 비용이 들어 농가에게는 큰 부담이다.

 

흙을 걷어내고 자갈을 깔고 암거(지하에 매설한 인공 수로)를 설치하는 등의 작업은 중장비가 투입돼야하며,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가에 적절한 지원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자체 자체적으로 배수로 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배수로 작업은 지역의 토반 등을 파악해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등 부처에서 지원하기에는 제약 사항이 많다. 배수로 정비 지원 계획은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고령농, 기계화율 낮은 타작물 ‘안해’

농촌의 고령화 문제는 점차 가속이 붙고 있다. 통계청의 ‘2016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면부의 노령화는 전국 노령화 비해 3배나 높다. 특히 쌀 생산 농가의 고령화율은 더욱 높은 편이다.

 

또 밭농업기계화율은 58.3%로 100%에 가까운 쌀 농업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다. 그 중 밭작물 이식 및 수확부문은 10% 미만이다. 이에 벼 재배 농업인들은 선뜻 타작물 전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경북의 한 쌀전업농은 “현재 농촌은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나이가 든 농가에서는 소득이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큰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밭농업으로의 전환은 고려대상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쌀값 상승 기조…지원금액 올려야

쌀값 상승 기조도 생산조정제의 성공을 불투명하게 한다. 지난 8일 산지기준 수확기 쌀값은 80kg기준 전국평균 15만4603원으로 전년 수확기 쌀값인 12만9711원 대비 19.2% 상승했다.

 

이에 농가에서는 상승폭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쉽게 쌀 농사를 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장에선 타작물 재배 지원금액이 현실에 맞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산 쌀 생산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수확기 평균쌀값은 12만9000원대로, 1ha당 생산비를 포함한 쌀 재배소득은 429만5460원으로 직불금을 포함하면 실제 농가소득은 740만5897원이다. 하지만 타작물 재배 시 소득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데이터가 부족한 가운데 쌀 생산소득보다 낮을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하다.

 

경남의 한 쌀전업농은 “지난해 타작물로 전환했는데 오히려 벼를 재배했을 때 보다 소득이 적게 발생했다”며 “생산조정제의 지원금이 현실적이지 못하다. 조정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지원금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보준엽 기자

 

<2018년 2월 15일자 한국농업신문 기사내용 인용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