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간 보리가격 좋아 주산지 호남지역 파종면적

1년 새 70%가량 증가 생육환경도 최적…풍작 예상 

지난해부터 값 폭락 우려 나와 사료용 전환 등 선제 대책 필요

 

올해 보리가격이 폭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요는 전년도와 비슷하지만 생산량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보리를 가장 많이 재배하는 전남북지역의 농협과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2018년산 보리 파종면적이 2017년산에 비해 70% 정도 증가했다. 하지만 귀리 등 외국산 곡물 열풍으로 국내산 보리 소비가 예전만 못한 데다 주정용 보리 수요도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늘어난 보리 생산분을 소비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보리 주산지 파종면적 크게 늘어=13일 찾은 전남 영광지역은 논 대부분이 온통 보리싹으로 뒤덮여 있었다. 이모작으로 논을 경영해온 문성경씨(48·백수읍 죽사리)는 “지난해 보리값이 40㎏ 기준으로 5만원대를 훌쩍 넘을 정도로 좋았다”면서 “게다가 파종시기를 앞두고 날씨마저 좋아 논농사를 짓는 농민이라면 거의 다 보리를 심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 영광 백수농협(조합장 강대상)이 내놓은 쌀보리 등의 맥류 현황조사에 따르면 2017년 가을에 심은 지역 내 보리 파종면적은 모두 1121㏊로 692㏊였던 전년보다 1.6배 이상 늘었다. 생산량 역시 올해 3560t으로 예상돼, 2017년 1460t이었던 것과 견줘 2.4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남농협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전남지역의 2018년산 보리 파종면적은 1만3894㏊로 2017년산 9083㏊에 비해 53% 늘었다.



전북지역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북농협지역본부가 이달초 파악한 2018년산 보리 파종면적은 1만5043㏊다. 이는 2017년산 대비 7300㏊(94.2%)가 증가한 것이다. 예상 생산량은 6만5951t으로 전년보다 2배가량 늘어날 조짐이다. 특히 도 전체 보리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부안·김제·군산 지역의 파종면적이 대폭 늘었다.







◆작황까지 좋아…소비대책 마련 시급=3월 들어 단비가 내리면서 보리 생육환경까지 크게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종찬 영광 백수농협 상무는 “지난해 10월 파종기 때 비가 거의 오지 않았고, 올해 겨울 기온 역시 적당히 낮아 보리가 자라는 데 최적의 환경이 조성됐다”면서 “보통 추정 생산량이 1㏊당 5000㎏ 정도인데 올해는 이보다 10~1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012년부터 정부가 보리를 수매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행정당국도 보리문제에 관해 손을 놓은 지 오래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전국적으로 보리 파종면적을 조사한 자료는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보리 과잉생산과 이로 인한 가격폭락은 사실 지난해부터 예견된 일이다. 전남지역의 한 농협 관계자는 “최근 4년간 보리가격이 높아 벼보다 보리를 심는 게 낫다는 이야기가 돌았다”면서 “지난해 파종기 전부터 과잉생산이 우려돼 계약재배 물량 외에는 보리를 재배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농가들을 꾸준히 설득했지만 이런 노력이 통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과잉생산으로 인한 책임을 농가에만 지우기는 무리라는 의견도 있다. 농민단체 등에서는 “농협과 행정기관 등의 계도에도 보리 파종면적이 늘어난 것은 그동안 정부정책이 농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영향도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선제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 초과 수확량에 대해서는 사료용으로 전환하는 등의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석, 이문수, 김재욱 기자

 

<2018년 3월 19일자 농민신문 기사내용 인용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