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공급 따라 시장가격 결정 자원 효율적으로 배분 안될 때 외부효과·독점 등 시장실패 발생

정부, 적절한 정책으로 시장개입 재산권 보장·공정 경쟁 이끌어 분열된 시장 안정화 위해 노력

 



지난 시간에 수요와 공급에 의해 시장가격이 정해지도록 내버려둘 때 한 사회의 총잉여가 극대화돼 가장 효율적이라는 점을 배웠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필요한가? 시장이 다 알아서 할 텐데.



그렇다. 시장이 실패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외부효과’다. 한사람의 행위가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제3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말한다. 말이 좀 어렵지만, 예를 들어보면 쉽다.



여러분이 어느 회사 사장이고 알루미늄을 생산한다고 하자. 원재료비가 오르면 어떻게 하는가? 앞에서 배웠듯 아무래도 생산을 줄이려고 할 것이다. 이윤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생산을 줄인다는 말은 알루미늄 공급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결국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알루미늄 가격은 오르고 소비자는 알루미늄을 예전보다 적게 살 것이다.



그런데 오늘의 문제는 이제부터다. 만일 알루미늄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공해가 발생한다고 하자. 이 경우에 여러분의 생산비용이 상승하는가? 그렇지 않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니 안타깝기는 한데, 특별히 비용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그러니 여러분은 생산을 예전 그대로 할 것이고, 시장가격도 그대로이고, 소비자는 알루미늄을 예전과 똑같은 양만큼 소비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공해로 피해 보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점이다. 공해 때문에 알루미늄과 무관한 제3자가 병에 걸릴 수도 있고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런 게 다 사회적으로 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공해는 알루미늄 회사 사장 개인에게는 비용 상승요인이 아니지만, 사회적으로는 비용 상승요인이다. 사회적 비용도 비용이다. 따라서 비용이 높아지면 생산이 줄어들고 거래량도 줄어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기업은 사회적 비용을 자신의 비용으로 간주하지 않으므로 생산을 줄이지 않는다. 결국 알루미늄이 바람직한 수준보다 너무 많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시장에 맡겨뒀는데, 효율적이지 않은 것이다.



이런 경우가 외부효과이며, 시장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럴 때는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알루미늄 생산자에게 생산량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이 있다. 그제서야 알루미늄 생산자 입장에서도 비용이 올랐다는 것을 인식하고 생산을 줄일 것이다. 알루미늄 가격이 오르고, 소비자 역시 알루미늄 소비를 줄이게 된다.



옆집 개가 짖는 경우에도 외부효과가 발생한다. 옆집 개가 계속 짖을 때 소설가는 소설이 잘 안 써질 것이고, 작곡가는 곡이 잘 안 써질 것이다. 사회적 비용이다. 그러나 개 주인은 이를 비용으로 간주하지 않아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정부는 과도한 개 짖는 소리를 규제한다.



시장이 실패하는 두번째 대표적인 경우는 독점이다. 시장경제가 사회의 총잉여를 극대화한다는 것은 가격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소수의 사람이나 기업이 시장가격을 좌우하는 독점 상황에서는 총잉여가 극대화되지 않는다.



경쟁시장에서는 공급자가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는데, 경쟁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개인의 이기심을 통제한다고 볼 수 있다. 경쟁이 없는 세상에서는 그런 일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도 정부가 적절한 정책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존재하는 이유다.



정리해보자. 시장경제는 한 사회의 경제적 후생을 극대화한다. 그런데도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시장이 간혹 실패하기 때문이다. 외부효과가 발생하는 경우나 독점이 있는 경우가 그렇다.



물론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재산권을 보장하고 사회의 형평성을 높이는 일 역시 시장에만 맡겨선 달성하기 어렵고 정부가 필요한 이유다.

 

이지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2018년 3월 21일자 농민신문 이지훈의 경제이야기 기사내용 인용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