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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농업위기가 보인다
등록일 2009.12.24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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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위기가 보인다 =

▲ 안영환(편집위원) 2009년 가을 쌀값 폭락은 풍작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지속적인 수요 감소의 영향이 더 컸다. 쌀 이외의 농산물 가격은 앙등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작을 포기했던 재래종 밀 재배면적이 늘어난 것만 봐도 미곡에 대한 수요 감소 탓임을 알 수 있다.

지구적 관점에서 볼 때, 향후 반세기 동안 식량문제는 끊임없이 인류에게 불안과 공포를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2007-8년 수확기의 세계적 대풍과 전대미문의 경제위기에서도 쌀은 물론 콩과 옥수수 등 곡물의 국제시세는 가히 폭등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치솟았다. 놀란 수입국 정부들은 '식량 안보론'을 들먹이면서 '농업의 자급자족 정책'에 관해 목청을 높이기 시작했다. 한국만은 태평이지만 말이다.

그동안 인구폭발에도 불구하고 농산물 수급에 관한 걱정은 덜 했다. 1960년대 녹색혁명의 결과로 세계 주곡 생산증가율은 연간 3-6%씩이나 되었다. GATT/WTO(관세무역일반협정/세계무역기구)체제 하에서 꾸준히 농산물 교역의 자유화가 달성되어 세계농산물시장 규모가 커지고 가격도 안정을 유지해왔다. 이러다 보니 각국 정부와 민간 기업들은 농업부문에 대한 투자를 등한시 해왔다. 출산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세계 인구는 2050년까지는 계속 증가하여 85-90억 명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헌데 연간 세계 농산물 생산증가율이 1-2% 수준으로 떨어진지는 이미 오래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농산물 생산이 둔화돼 온 이유는 뜻하지 않게 녹색혁명의 기폭제가 된 농약과 살충제가 생물다양성을 해칠 만큼 환경재앙을 유발하고, 화학비료 또한 토양을 훼손하는데 대한 뾰족한 대안을 마련치 못해 왔기 때문이다. 대안이라 할 수 있는 유전자조작곡물(Genetically Modified Crops)은 농업용수가 아주 적게 들고 병충해에 강해 차세대 식품으로 간주되고 있긴 하지만, 그 독성에 대한 의문이 팽배하여 섭취를 꺼리는 소비자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유럽이 그렇다.

세계농산물수급형국은 인구가 늘어나는 속도 이상으로 수요는 뜀박질하는 추세다. 그러니까 앞으로 2050년까지 인구는 현재를 기준으로 35% 증가하는데 비해 총 식품수요는 70%나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게 유엔의 예측이다. 이중 육류수요만 떼어놓고 보면 무려 2배나 늘어난다는 것이다. 중국과 인도 등 인구과다 빈국들이 신흥국으로 도약하고 있어 비전문가도 쉽게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남미와 아시아의 대부분 나라들도 최빈국 상태를 탈출해 가고 있으니 육류와 고급식품에 대한 수요가 팽창일로로 치 닫을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해 보인다. 생산증가율이 인구증가율마저 밑돌고 있는데 공포가 아닐 수 없다.

헌데 경작지는 늘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 추세다. 2050년까지 지구면적의 1/4이 사막화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는 국제환경기관들도 있다. 이에 따라 야기되는 극심한 물부족은 기존 경작지에서조차 농사를 못 짓게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WTO의 농산물 교역 자유화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위험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너도 나도 각국 정부가 식량 안보론을 내세우며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하기 시작하면 한국 같이 수입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달러와 황금을 은행에 쌓아놓고도 식량을 구입할 수 없게 된다. 과거 이 같은 사례가 딱 한번 있었다. 1973-4년 글로벌 일차상품 붐이 일어 공급이 달려 가격이 치솟자 미국을 비롯한 농산물 수출국들이 완두 등 일부 품목에 대해 수출제한조치를 취한 적이 있었다.

정부는 장기적 관점에서 농업 진흥책을 새롭게 도입해야 한다. 주곡의 공급확충을 위해서는 만주벌판을 비롯한 해외경작지 확보를 추진해 나가야 할 뿐 아니라 국내 생산량 증가를 유도해 나가야 한다. 교역 면에서도 WTO와 OECD에서 농산물에 대한 수출제한 내지 금지를 방지하기 위한 규약을 정교하게 다듬을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한편 농산물 수출 면에서는 고급식품과 고급육류의 생산에 특화해야 한다는 점은 자명하다. 이웃 중국에서는 2억 명이 넘는 잘 사는 중산층이 형성돼 갈 것이다. 향후 50여 년 간 농업에 대한 투자를 가장 많이, 효율적으로 하는 나라가 차세대 농업혁명을 선도해 나감은 물론 선진국 지위를 안정되게 누려가게 될 것이다. 노인들만 모여 사는 농촌, 저효율 고비용의 경작상태에서는 희망이 안 보인다. 21세기 엄습하는 농업위기가 우리에겐 벅찬 도전이면서 또한 기회임을 국가와 국민이 다 함께 깨닫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

안영환(편집위원) 

< 경북일보 2009/12/24일자 기사내용 인용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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