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현해남]
= 비료든 퇴비든 과다시비는 문제 생겨 = 
현해남 제주대 생명자원과학대학장 
 

화학비료에 대한 긍정 또는 부정적 견해가 상충되는 가장 큰 이유는 태생적으로 토지 생산성이 낮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은 토양의 성질을 근거로 농경지 적성 등급을 5개 등급으로 구분했다. 이중에 주목해야 할 내용은 1등급은 논이 14.2％, 밭이 5.2％, 과수가 20.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 원인은 토양의 척박성에서 온다. 우리 토양 자체가 양분이 적고 양분보유기능이 세계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1억년 전부터 산성토양이어서 양분 흡수량과 유기물함량이 낮아 불리한 토양여건을 갖고 있다. 

그래서 과거에 화학비료를 많이 사용한 이유도 낮은 토지생산성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작물 양분이 부족한 토양에 속효성을 나타내는 화학비료를 사용했더니 생산성이 높아졌고 더 많은 수확을 기대하는 농업인들이 화학비료를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화학비료든 유기농자재든 과다시비는 반드시 문제가 뒤따른다. 작물이 흡수하고 남은 양분은 토양에 집적되기 때문이다. 예들 들어 고추 노지재배의 10a당 표준시비량은 질소 19㎏, 인산 11.2㎏, 칼리 14.9㎏이다. 이 표준시비량은 기본적인 생산량과 품질을 보장한다. 토양검정을 통해 시비량을 계산하면 좀더 정확하게 필요한 비료량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고추 재배에 필요한 양분을 어떤 비료를 사용해 어떻게 맞추느냐 하는 것이다. 만약 맞춤비료 등의 화학비료를 이용하면 표준시비량에 맞게 시비하는 것에 어려움이 없다.

반면 유기질 또는 퇴비를 사용해 표준시비를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퇴비는 질소와 칼리의 함량이 비슷하고 인산함량이 높다. 따라서 인산을 기준으로 시비하면 질소와 칼리가 부족하고 질소를 기준으로 시비하면 인산이 부족해 양분 불균형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화학비료가 정부보조의 중심에 있었다. 지금은 모든 정부보조 정책은 가축분 퇴비에 있다. 과거의 화학비료 보조정책이 화학비료 과잉 사용을 부추겼다면 지금의 가축분 퇴비 보조정책은 오래지 않아 인산 과잉 등 토양의 양분 불균형을 새로운 문제점으로 대두시킬 것이 뻔하다.

사람도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하게 육식과 채식이 조화를 이뤄야 하듯이 토양과 식물도 건강한 상품과 품질을 유지하려면 화학비료와 유기질비료를 조화롭게 사용해야 한다. 이를 위한 지혜로운 정책이 필요하다.

〈통일벼〉에 버금가는 성과는 작물별 시비 기준을 정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농자재 보조정책은 유기자재냐 화학비료냐를 구분하지 않고 어떻게 작물별 시비 기준을 지켜 토양의 양분 불균형을 없앨 것이냐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 농민신문 2010/02/10일자 기사내용 인용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