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시론]쌀·비료지원, 조건없이 재개해야(임춘웅) =  
쌀·비료지원, 조건없이 재개해야

북한 신의주 일대의 수해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압록강일대 수재민 구호문제가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서 거론되고 있다. 다행한 일이다. 그동안 꼭꼭 막혀있던 대북 지원문제가 이번 수해를 계기로 다시 논의가 시작됐다는 것만으로도 발전적이라 할 수 있다.
여당의 안상수 당대표가 며칠 전 당·정·청 회의에서 제기했고 농수산부장관 후보자도 국회 청문회에서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봐서 실현될 가능성이 보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권의 이런 움직임에 민주당을 비롯한 민노당, 선진당등 야권도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여야 정치권이 대북문제에서 이처럼 한목소리를 낸 것은 전례가 드문 일로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일부에서 ‘신의주 홍수사태 지원’이란 단서를 달고 있는 것은 사안을 바로 본 게 아니다. 신의주 이재민 지원 차원이 아니라 3년째 전면 중단돼 있는 쌀, 비료 등 대북 인도적 지원을 전면 재개해야 할 것이다. 

연계론 있으나 병행론이 대세 
북한의 식량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신의주에 국한시킬 성질의 것이 아닌 것이다. 지금 정부 내에서도 이 문제로 여러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게 천안함 사태가 얽혀 있는 때에 대규모 대북 지원 명분이 있느냐 하는 고민인 모양이다. 
그런 고민은 이번 정부만의 문제도 아니다. 대북지원에 적극적이었던 노무현정부 때도 대북 지원을 놓고 연계론과 병행론이 팽팽히 맞섰던 일이 있었다. 연계론이란 북한의 핵문제와 연계해 북이 ‘2·13합의’ 이행 의지를 보일 때 지원하자는 것이고, 병행론은 핵문제와 인도적 지원은 별도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남측은 95년 북한에 대홍수가 나 북측의 식량사정이 급박해지자 15만톤을 보낸 것을 시작으로 거의 매년 쌀지원을 해왔다. 2000년부터는 30만톤에서 50만톤을 매년 지원해왔다. 거기에 곁들여 99년부터는 매년 15만톤에서 35만톤의 비료를 지원해왔다. 
그러나 이명박정부 들어 3년 동안에는 일체의 대북지원을 중단한 채 지금까지 버텨오고 있는 것이다. 스위스 개발지원청 북한사무소장으로 북한에 장기체류한 젤 위거소장은 남한의 비료지원이 끊기며 북한의 식량생산이 30% 가까이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당국은 지난 5월 26일 “어려워진 식량사정으로 국가에서 더 이상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게 됐다”고 발표했다. 배급은 물론 어떤 주민대책도 내놓을수 없으니 각자 알아서 하라는 ‘인민포기’ 선언인 셈이다. 북한당국은 이와 함께 폭동에 대비해 길이 9cm가 넘는 칼, 톱 등 무기화 할수 있는 모든 것들을 몰수했다. 

대북 쌀지원이 역으로 핵문제 풀 수도
1840년대 아일랜드에 대기근이 났었다. 3년이나 계속된 흉년으로 인구 800여만중 200여만명이 아사했고 200여만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그때 이웃 영국은 한톨의 식량지원도 하지 않았다. 영국과 아일랜드가 결정적으로 돌아서게 된 원인이다. 그 원한은 지금도 남았다. 미국에서조차 아일랜드계와 영국계간에는 앙금이 남아 있는 것이다.
대북지원에 나서야 한다. 핵, 이산가족 문제, 천안함 등 여러 현안과 연계해 지원하자는 논의가 있으나 더 이상 이런저런 이유를 다는 것은 구차스러울 뿐이다. 더구나 지금 한국은 140만톤이나 되는 쌀재고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이런 남한이 북한을 돕지 않는다면 역사적으로 두고두고 원한을 남기게 될 것이다. 작년 ‘농민의 날’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 1만여 농민이 여의도에 모여 쌀값대란을 막기 위해 대북 쌀지원을 재개하라고 촉구하는 데모를 벌이기까지 했다.
핵개발을 하면서 국민들을 굶기는 나라, 정치권력을 종교화한 나라, 시대착오적인 3대세습 운운하는 나라, 그런 나라를 돕는 데 논란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돕지 않으면 북한의 지배층이 아니라 서민만 굶게 돼 있다. 어려울 때, 정말로 어려울 때 도와주면 그것이 역으로 핵문제를 풀고 북한의 인권을 돕는 길이 될수도 있을 것이다. 

임춘웅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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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간 내일신문 2010/8/25일자 기사내용 인용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