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론-현해남] 녹색성장이 비료정책에 주는 숙제 = 
현해남 제주대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


정부의 화두는 녹색성장이다. 녹색은 친환경이다. 성장은 생산량과 품질을 높여 경제적으로 농업인의 소득을 높이는 것이다. 서로 반대 개념인 친환경과 성장을 같이 추진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녹색성장은 세계적인 추세이고 지금 정부의 핵심정책이기도 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창길 박사에 의하면, 과거에는 성장이 주를 이루었다. 그래서 환경은 뒤로 미루고 새마을 노래를 힘차게 부르면서 농가소득을 위한 정책에 모든 힘을 쏟았다. 1980년대부터 민간운동으로 시작된 친환경농업이 1990년대에는 성장정책을 밀어내고 비료정책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지금은 녹색성장이다. 친환경적이면서 경제성장을 이루려고 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이다.

성장정책은 환경이 좀 손해를 보더라도 농가소득에 초점을 두었다. 화학비료를 많이 사용해 생산량을 높이고 농가소득을 높이는 것이 농업정책의 중심이었다. 그래서 1970년에 1㏊당 173㎏에 불과했던 화학비료 사용량이 1990년에는 458㎏에 이르렀다.

농업 성장을 충분하게 달성했다고 생각한 정부는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성장정책을 줄이고 친환경정책을 추진했다. 그래서 농업 생산성의 핵심인 화학비료 사용량을 줄이고 유기질·퇴비 지원정책으로 이동했다.

그 결과 2009년 화학비료 사용량은 1㏊당 267㎏까지 줄었다. 20년 전에 비해 무려 41.7％가 줄어든 것이다. 사실, 화학비료는 지난 20여년 동안 토양함량에 맞는 비료사용 정책으로 충분히 감축목표를 달성했고 줄일 만큼 줄였다는 것이 사용자인 농업인과 학계의 정설이다.

녹색을 의미하는 친환경정책의 추진은 유기질비료와 부산물비료(퇴비)의 정부 보조를 시작하면서 비료정책의 중심에 섰다. 2004년부터 유기질비료와 퇴비의 지원정책을 펴면서 지금은 퇴비가격의 3분의 1만 주면 구입이 가능하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퇴비의 양이 1억 포대를 넘었다. 이 양을 포대로 일렬나열하면 7,500㎞에 이른다. 서울과 부산을 90여회, 서울과 미국 LA를 4회 왕복할 수 있는 양이다.

화학비료를 많이 사용하면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유기질비료와 퇴비도 작물이 필요로 하는 양보다 많이 사용하면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은 화학비료와 다를 것이 없다. 특히 가축분에 많이 함유된 인산의 토양집적 현상은 새로운 문제점으로 대두될 수 있다.

화학비료만 사용해 환경의 질과 품질을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반면에 유기질비료와 퇴비 위주의 농업도 생산량과 품질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화학비료는 작물 양분을 공급하기 위한 비료이고, 유기질·퇴비는 양분 공급보다 토양을 개선하는 고유한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 논리로 유기질·퇴비를 지원하는 정책은 녹색성장 중에서 녹색에만 치중하는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유기질·퇴비 중심 정책은 친환경을 추진하는 정책이다. 화학비료 위주의 정책은 성장이 중심인 정책이다. 녹색과 성장의 중심에는 친환경비료와 화학비료가 각자의 몫을 나누어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의 정부가 녹색과 성장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면 친환경비료와 화학비료의 균형 있는 지원정책이 정답일 것이다. 

hnhyun@jejunu.ac.kr

< 농민신문 2010/09/29일자 기사내용 인용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