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협 50년을 말하다 <2부>농업인의 동반자 (7)영농자재 및 생활물자사업 
  
  
 
  농협은 생활물자를 시중가격보다 15%가량 저렴하게 판매하는 연쇄점을 운영해 농가의 가계비 절감과 지역물가 안정에 기여했다. 사진은 1970년 전국 최초로 설치된 경기 이천 장호원농협 연쇄점. 농민신문 자료사진 
 

지역물가 잡아라…구매·소비조합기능 수행


　농협은 종합농협 출범 초기부터 농가의 생산비와 생활비를 낮추는 데 주력했다. 판매도 중요하지만, 생산비와 생활비를 낮춰야 농가의 살림살이가 개선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비료·농약·사료 등 영농자재 구매사업에 직접 뛰어들고, 연쇄점 같은 생활물자사업에 적극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농가들을 위해 구매조합과 소비조합의 기능도 마다하지 않은 셈이다. 당시엔 농촌지역의 영농자재와 생활물자 가격이 도시보다 비싼 경우가 많아 농가의 부담이 컸다.

　농협이 공급에 역점을 기울인 영농자재로는 농사에 있어 꼭 필요한 핵심 영농자재인 비료와 농약이 대표적이다.

　농협의 비료 취급 역사는 종합농협 출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료는 농업은행이 1957년부터 취급하다가 종합농협으로 통합되면서 종합농협의 업무가 된다. 정부는 종합농협 출범 첫해인 1961년 비료의 자유유통을 금지시키고 비료 전량을 새로 발족된 종합농협에서 일괄공급토록 의결함으로써 1962년부터 1982년까지 농협전담 공급체계로 일원화된다. 1982년부터 1987년까지 농협과 시판상으로 이원화되기는 했으나 농협이 대부분의 물량을 취급함으로써 대농민 봉사와 정부의 식량시책에 기여했고, 1988년에야 비료 판매가 자유화됐다.

　비료 판매 자유화에도 불구하고 농협은 종전과 같이 전국 가격의 일원화를 유지해 산간오지에서도 비료를 원활히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1995년부터 농협이 공급하는 포장단위를 25㎏에서 20㎏으로 경량화했고, 영농자재 예약구매 신청기간을 설정해 농가로부터 미리 신청받아 마을까지 직송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남해화학을 인수한 이후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화학비료 구입에 따른 농민 영농비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2008년에는 화학비료 가격인상에 따른 추가부담액 1,905억원 가운데 정부지원을 제외한 526억원을 농협이 부담했다.

　농약도 종합농협 출범 초기부터 취급했다. 정부는 비료와 마찬가지로 1962년부터 농약 공급체계를 농협으로 일원화했다. 1966년부터 일부 농약의 민간판매를 허용했으나, 수도용 공동방제 농약과 국고보조 농약은 1975년까지 농협의 몫이었다. 1990년이 돼서야 수도용 농약 공급사업이 정부위촉사업에서 농협자체사업으로 전환된다.

　농약의 농민공급가격은 1990년 이전까지 전국 단일가격으로 중앙회에서 결정했는데, 1990년부터는 회원조합이 자체 구매가격과 시중농약상의 판매가격을 감안해 자율 결정했다.

　1995년 적극적인 원가조사와 가격협상을 전개해 가격인상폭을 2.8%로 억제함으로써 농가 영농비 부담 경감과 농약 시판상의 가격폭리를 견제했다. 농약 시판상의 덤핑 판매에도 대응한다. 1996년 중앙회 구매원가 이하로 시판상이 농약을 판매할 경우 회원농협에서 즉시 가격인하조정토록 하고, 손실발생분에 대해서는 그 차액을 중앙회가 보전했다. 1997년부터 회원조합이 농약을 원가 이하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손실액을 중앙회가 100% 보전하는 ‘농약 가격차 보전제도’를 시행했다.

　2001년부터는 농약 가격구조의 투명성 제고와 유통개선을 위해 계통구매방식 개선, 계통농약 가격차 보전제도 실시, 연합구매사업 추진, 농약원제사업 도입 등의 내용이 포함된 농약사업 혁신계획을 수립해 추진한다.

　이를 통해 농약가격에 대한 농민들 불만이 상당히 해소됐으며, 농약시장을 시판상에서 농협 중심으로 재편함으로써 농약가격의 거품을 제거하고 농업인의 영농비를 절감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비료와 농약 이외에도 농협의 영농자재 구매사업은 사료, 유류, 농기계, 종묘, 일반자재 등으로 상당히 다양하다. 농가들이 농사에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영농자재를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때 공급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영농자재 구매사업은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지난해의 경우 중앙회의 영농자재 구매사업 규모는 5조2,732억원에 이른다.

　생활물자사업도 1961년 종합농협 발족 당시 이동조합에 구판장을 설치하며 시작됐다. 초창기엔 광목, 타월, 성냥, 고무신, 비누, 양잿물, 양말, 학용품, 소금 등 9개 품목을 공급하다가, 1964년부터는 사치품을 제외하고는 품목에 제한 없이 생활물자를 공급했다.

　농가들의 구매편의와 농촌 생활물가 안정, 가계비 절감을 위한 조치였다. 농민조합원들이 필요로 하는 양질의 생활필수품을 제조업체와 직접 계약해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시스템이었다.

　1970년엔 중앙회에 생활물자 구매사업소를 설치함과 동시에 연쇄점이라는 새로운 사업방식을 도입한다. 구판장이 연쇄점으로 변모한 것이고, 최초의 연쇄점은 1970년 경기 이천 장호원농협에서 탄생한다. 그해 전국에 225개 연쇄점이 개점됐으며, 당시 연쇄점 판매가격은 시중가격 대비 평균 15% 저렴해 농가의 가계비 절감과 해당지역의 소매가격을 인하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1983년부터는 혼수용품을 취급하기 시작했고, 1986년부터는 공산품 위주에서 벗어나 도시지역 연쇄점을 중심으로 농수축산물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후 연쇄점은 1997년 하나로마트로 명칭이 변경되고, 중앙회의 사업 주관부서도 생활물자구매사업소로 시작해 1974년 생활물자사업소, 1980년 생활물자부, 1995년 생활물자 물류사업본부, 2000년 하나로마트분사 등으로 바뀐다.

　하나로마트분사는 2005년 소매유통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2008년 경제통합 정보시스템 구축, 2009년 하나로마트 평택물류센터 개장 등 시스템과 시설을 꾸준히 개선 보완중이다. 2010년 말 현재 하나로마트 수는 전국 2,070개소이고, 매출액은 6조1,440억원이다.

남우균 기자 wknam@nongmin.com 

 
< 2011년 11월 30일 농민신문 기사내용 인용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