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의 경제통일 구상…시작은 ‘농업협력’으로 ‘경제·평화 벨트’ 만들고

남북한 시장통합으로 북방경제시대 개막 대비 외교분야 공동체도 구상

경제통일 출발은 ‘농업협력’ 북한도 관련 분야 개혁 나서

민간·지자체, 인도적 지원 정부는 생산성 향상에 도움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지도’가 주목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자신의 남북 경제협력(이하 남북경협) 구상을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담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청와대 측은 “USB에는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관련한 책자, 그리고 프레젠테이션(PT) 영상이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통일정책 가운데 경제분야 밑그림에 해당하는 한반도 신경제지도에는 전력과 에너지, 도로·철도, 농업 등 남북경협의 전반적인 구상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신경제지도는=한반도 신경제지도가 공개석상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15년 8월16일이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광복 70주년 기자회견에서 “한국경제를 대륙으로 확장해나가는 꿈을 실현해나가자”며 신경제지도 구상을 꺼냈다.



문 대통령의 이런 구상은 정권교체 직후인 2017년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내놓은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그대로 반영됐다. 이후 통일부 산하에 한반도 신경제지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국정기획자문위 안을 더욱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김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예전에 발표한 내용을 조금 업데이트한 것 같다”면서도 “세부 내용을 공개할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베일에 가려졌던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지난해 10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연수자료집과 그해 11월 통일부가 내놓은 ‘문재인의 한반도정책’이란 책자를 통해 내용 일부가 공개됐다.



‘한반도 경제통일’과 ‘북방경제시대 개막’이란 청사진 아래 ‘경제·평화 벨트 구축(3곳)’과 ‘하나의 시장협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경제·평화 벨트엔 동해권(환동해 경제벨트)·서해권(환서해 경제벨트)·비무장지대권(접경지역 평화벨트) 등 알파벳 ‘H’자 모양의 벨트를 구축해 한반도의 균형발전, 그리고 러시아·중국 등 북방경제와의 연계를 강화한다는 목표가 담겨 있다.



동해권은 관광·자원·에너지, 서해권은 산업·물류·교통, 비무장지대권은 환경·관광을 특화시킨다는 게 경제·평화 벨트의 골자다.



하나의 시장협력은 남북한이 ‘시장’을 매개로 동일 경제·생활권을 추구하자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단기적으로는 북한 내부의 시장화를 촉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경제통합을 이룬다는 게 핵심이다.



결국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남북경협을 통해 ▲한반도 긴장 완화 ▲북한의 시장화 촉진 ▲한국의 신성장동력 발굴 ▲북방경제시대 개막을 만들어가는 큰 그림인 셈이다. 특히 이 구상은 북한이 2010년에 작성한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과 유사하다는 측면에서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반도 신경제지도에는 주변국인 중국과 러시아, 나아가 일본의 전폭적 지지와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 곳곳에 담겨 있다.



철도를 유럽까지 연결하려는 계획이 실행되기 위해선 중국·러시아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경제분야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과 함께 외교분야의 ‘동북아플러스 책임공동체 구상’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농업협력이 출발점=한반도 신경제지도의 출발은 경협을 통해 남북 상호간의 신뢰회복과 관계개선을 실현하는 데 있다. 또 궁극적인 목표는 남북한 주민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생활·경제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협력 가능성이 높고 단기적인 성과 도출이 비교적 수월한 농업분야가 신경제지도 실현의 출발점이 될 것이란 게 남북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남한이 당장에라도 나설 수 있는 분야는 식량지원이 꼽힌다.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부족국가로, 인도적 차원의 먹거리 협력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지난해 10월 북한을 방문했던 토마스 오헤야 킨타나 유엔(UN) 북한인권 특별보좌관은 “북한 인구의 약 70%가 식량안보 불안상태인 것으로 분류할 수 있고, 어린아이 4명 중 1명꼴로 성장 저해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남한이 농업분야 협력을 제안할 경우 북한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농업이 가진 장점이다. 북한은 김정은체제 들어 농업분야의 개혁·개방 정책과 과학영농, 현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외자유치를 위해 운영 중인 20여개의 경제개발구 가운데 7개가 농업과 관련돼 있다.



농업분야는 남북관계가 경색되기 전까지 활발한 교역이 이뤄졌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다른 산업보다 빨리 재개될 수 있는 여건을 가진 것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0년 천안함 사태에 따른 5·24 조치로 남북교역이 중단될 때까지 남북한 물자 거래는 농수산물 중심으로 추진됐다. 2009년 남북교역액의 35.7%를 농수산물이 담당했다. 게다가 남북은 2007년 남북농업협력실무접촉합의서를 채택한 적이 있고, 민간과 지방자치단체의 교류 경험도 비교적 풍부하다.



홍순직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먹고사는 문제와 남한의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관련 산업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농업분야가 남북경협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민간과 지자체는 인도적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중앙정부는 생산성 향상과 과학영농처럼 사업규모가 큰 프로그램을 집중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현우·김상영 기자

 

 

<2018년5월10일자 농민신문 기사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