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직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남북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 농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업은 남북 경제협력(이하 남북경협)의 물꼬를 틀 핵심 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 탄력을 받는다면, 농업협력사업은 어떻게 추진해야 할까. 홍순직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약 20년간 몸담으며 남북경협과 북한경제를 연구해온 전문가다. 홍 연구위원을 4일 서울 성북구 국민대 연구실에서 만나 남북 농업협력의 기본 방향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의미는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핵심은 ‘경제·평화 벨트 구축(3곳)’과 ‘하나의 시장협력’이다. 한반도를 동해권·서해권·비무장지대(DMZ) 등 알파벳 ‘H’자 모양의 벨트로 묶어 개발하고, 이를 북방경제와 연계해 동북아 경제협력의 허브로 도약시킨다는 구상이다. 또 남북한이 ‘시장’을 매개로 하나의 경제권을 구축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북한이 2010년 작성한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과 꽤나 닮았다. 여기에는 북한 전역을 서남 방면(신의주·남포·평양)과 동북 방면(나선·청진·김책)으로 이어지는 양대 축으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 북한 역시 한반도를 ‘H’자 모양의 경제벨트로 개발해야 한다고 인식한 셈이다. 이미 남북간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탄다면, 한반도 신경제지도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 남북경협이 재개된다면 농업교류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남북교역이 전면 중단된 2010년 5월24일(5·24 조치) 이전까지만 해도 농업은 교역이 활발히 이뤄지던 분야였다. 그간 많은 경협 사례가 있기에, 관계가 개선되면 다른 사업에 비해 빨리 재개될 수 있다고 본다.

인도적 차원에서도 필요한 일이다. 남성 평균 기대수명의 경우 1993년에는 남한 68.8세, 북한 67세로 비슷했으나 2015년에는 남한 78.2세, 북한 66세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한 핏줄임에도 남한에서 태어났느냐 북한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기대수명이 달라진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심각한 식량난을 겪는 북한주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농업협력이야말로 남북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 남북 농업협력의 기본 방향을 제시한다면.

▶우선 민관 역할분담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민간과 지방자치단체는 인도적 지원에 집중하고, 중앙정부는 북한농업의 자생력을 키우는 종합적 농업협력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북한의 농업정책과 연계해 추진해야 한다. 우리 관점에서 아무리 좋은 사업을 제시해도,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3년 경제특구와 경제개발구 22개를 지정했고, 2016년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발표했다. 이같은 큰 틀의 개혁·개방 노선과 궤를 함께해야 한다.

- 사업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할지, 사업의 지속성을 어떻게 높일지도 풀어야 할 과제다.

▶남북관계 개선에 영향력이 큰 사업과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금강산이나 개성공단 지역 인근에서 시범 복합영농단지를 꾸리는 것이다. 남북경협이 재개되면 북한 노동자를 위한 식자재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지속가능한 협력체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합의를 재점검하고, 국민적 지지를 확대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제재 상황에서 국민적 동의와 공감대 없는 일방적 추진은 불가능하다. 사업 집행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궁극적으로 단순히 물고기를 잡아다 주는 게 아니라 어떻게 물고기를 잡는지 알려주는 교류가 돼야 한다. 종자·비료·농기계 지원으로 시작해 중장기적으로는 농업생산기반 정비, 농업협력단지 조성, 농업기술센터 건립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함규원 ,김병진 기자 

 

 

<2018년 5월 11일자 농민신문 기사내용>